개미가 헤지펀드 밟았다..'역대급 반란' 美게임스톱 총정리

전성필 2021. 1. 3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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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 맨해튼 지역의 유니언 광장 인근에 위치한 비디오 유통체인 게임스톱의 매장 앞으로 28일(현지시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 세계 투자자들의 눈이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 쏠려 있다. 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을 둘러싸고 미국의 ‘개미 군단’과 공매도 세력 간의 전쟁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금력이 부족했던 개인들은 공매도 세력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피해를 봐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SNS 레딧에 개설된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를 중심으로 뭉친 미국 개미들이 이례적으로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 세력이 큰 손실을 보자 환호한 미국 개미 군단은 다른 ‘먹잇감’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정치권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개미들의 승리로 끝날 경우 월스트리트의 권력 구도까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일부에선 단순한 ‘거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경고도 있다. 단순한 ‘투기 광풍’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공매도에 분노한 미국 개미 “본때 보여주자”

게임스톱은 오프라인 게임팩 회사로 최근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미국 20~30대 남성들의 어릴 적 추억이 담긴 업체였지만, 온라인 시대로의 변화에 오프라인 중심의 업체인 게임스톱은 몸을 가누지 못했다. 게임스톱의 주가는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4달러대에 머물렀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입회장에서 28일(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업무에 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올해 들어 게임스톱의 주가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온라인 반려동물 용품업체 츄이의 공동창업자 라이언 코언이 이사진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코언은 “게임스톱이 모든 점포를 팔고 온라인 유통점으로 변신하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은 게임스톱의 새로운 시작에 기대감을 걸고 주식 매수 랠리를 시작했다. 그 결과 게임스톱 주가는 지난 20일까지 40달러 근처까지 뛰었다.

미국 개미들의 움직임과는 달리 헤지펀드들은 공매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기업 펀더멘털 수준과는 반대 방향으로 주가가 오르자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것이다. 그러다 그동안 공매도 세력들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던 미국 개미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문제의 발언’이 나온다.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 시트론리서치가 “지금 주식을 사는 사람은 포커게임을 할 줄 모르는 멍청이”라며 경고에 나선 것이다. 시트론리서치는 게임스톱은 이미 ‘실패한 소매업체’라며 “주가는 순식간에 20달러까지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이에 분노한 미국 개미들은 SNS를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라는 주식 토론 게시판은 “공매도 세력에 본때를 보여주자”며 모인 미국 개미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이들은 게임스톱 주식 구매 인증샷을 올리기 시작했고, 일부에선 콜옵션까지 사들이기 시작했다.

310만명의 미국 개미들이 뭉친 후 2주도 안 돼 게임스톱의 주가는 700% 상승했다. 지난 26일에는 하루에만 145%까지 뛰기도 했다. 주가가 폭등하자 S&P500지수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10%를 넘어섰다.

미국 개미 화력에 휘청인 공매도 세력

미국 개미들의 반격에 시트론리서치부터 휘청였다. 일부 미국 개미들은 앤드루 레프트 최고경영자(CEO)의 신상을 털었고, CEO 자녀들은 협박 문자까지 받아야 했다. 레프트 CEO는 결국 공매도를 포기하고 게임스톱에서 손을 뗐다.

멜빈캐피털은 자산(125억 달러)의 30%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지난 25일 유동성 위기에 몰린 멜빈캐피털은 27억5000만 달러를 긴급 조달해야만 했다. 주가 급등을 ‘거품’이라 보고 추가 공매도에 나섰지만, 주가 급등으로 손실이 발생하며 다시 주식을 집중 매수하는 ‘쇼트 스퀴즈’에 내몰리면서다.

금융분석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기관들은 910억 달러의 공매도 손실을 봤다. 게임스톱 한 종목에서만 손실이 236억 달러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개인들이 월스트리트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있다”며 “게임스톱 주가 폭등은 월스트리트 권력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뉴욕의 AMC극장. EPA연합뉴스


‘승리의 맛’을 본 미국 개미들은 블랙베리, AMC엔터테인먼트, 베드배스앤비욘드(Bed Bath & Beyond) 등으로 공매도 전쟁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제2의 게임스톱’이라 불리는 미국 최대 극장 체인 AMC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7일 하루 만에 주가가 301% 상승하기도 했다.

머스크도 응원…美 정치권도 ‘예의주시’

이번 게임스톱 사태가 미국의 투자 환경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가 대형 금융사 중심의 거래 관행이 수술대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매도 제도를 아예 없애거나, 작동 방식 전반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공매도는 사기”라며 공매도 세력에 대한 강한 비판에 나섰다. 머스크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소유하지 않은 집은 팔 수 없고, 소유하지 않은 차도 팔 수 없다. 그런데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팔 수 있는가”라며 “그것은 헛소리이고, 공매도는 사기”라는 글을 올렸다. “법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사용하는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가 주가가 급등한 게임스톱, AMC 등의 거래를 중단하자 정치권에서 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헤지펀드가 자유롭게 주식을 거래하는 동안 소매 투자자들의 주식 구매가 막혔는데 이를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로 카나 하원의원도 “거래 제한에 누가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대한 과세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매도 규제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며 공매도 세력에 대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뉴욕증권거래소. EPA연합뉴스


민주당 의회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조 바이든 정부가 이번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의회도 게임스톱 주식에 대한 조사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들에 대한 매매 중단 조치에 대해서도 “흥미롭다”며 관심을 나타냈다.

국내 주식시장의 이목도 게임스톱에 쏠려있다. 한국의 개인투자자인 ‘동학 개미’도 일부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이는 등 지원군으로 나섰다. 지난 28일 기준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한 게임스톱 주식 결제액(매수+매도)은 1억274만 달러(약 1146억원)로 전날(789만 달러)에 비해 약 13배로 커졌다.

일부에선 미국 개미들의 공매도와의 전쟁 열기가 오는 3월 15일 공매도 금지 해제일을 앞둔 국내로도 번져 또 다른 동학개미 운동이 일어날 수 가능성도 제기된다.

“거품 터질라” 위험 경고도

일부에서는 2000년 닷컴버블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흘러나온다. 우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과열 우려가 큰 종목들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게임스톱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거품’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지금 상황은 과거 거품들의 축소판”이라고 꼬집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져 ‘부자가 되거나 아니면 죽거나’ 식으로 주식 광풍을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WSJ는 “투자자들은 기업의 펀더멘털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가 과대 매매로 불렀던 투기 광풍이 바로 이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리처드 번스타인 리처드번스타인어드바이저스 CEO도 CNBC에서 “버블은 여러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지금은 고전적 형태로 나오고 있다. 개인들이 사실상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순진함이 아마추어 투자자를 어려운 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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