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볼lab] 리셀가 3배?! '스벅 플레이모빌' 직접 팔아봤다

최민우 2021. 1. 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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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경기 화성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서 시민들이 '플레이모빌 피규어 버디세트'를 손에 넣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왼쪽). 한파를 뚫고 '우주인 레오'를 받을 수 있었다. 사진=최민우 기자


28일 새벽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출근길을 서두르다 특이한 광경을 봤다. 오전 7시 15분, 아직 어둑어둑한 아침이지만 스타벅스 매장 앞에는 수십 명의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코로나19 사태와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스타벅스가 1월 7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출시하고 있는 ‘플레이모빌 피규어 버디세트’를 구하기 위해 선 줄이었다. ‘버디세트’는 스타벅스와 플레이모빌이 협업해 만든 상품이다. 바리스타 페이보릿 음료 6종 중 한 가지를 주문하면 1만2000원에 음료와 플레이모빌 제품 하나를 살 수 있다.

문득 지난주 플레이모빌을 구하려는 시민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까지 출동했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28일 오전 7시15분쯤 경기 화성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 시민들이 '플레이모빌 버디세트'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최민우 기자


조수석에 앉아 있던 아내가 “대체 저게 뭐길래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라고 물었다. 그러게 말이다.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한겨울 한파도,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뒤로 한 채 스타벅스를 찾고 있었다. 지난해 ‘레디백 품절 대란’이 떠올랐다. 당시 기자는 한정판 ‘썸머 레디백’을 구하기 위해 노숙까지 감당하는 시민들을 취재했다.

한파 몰아친 그날, 스벅 앞에 줄을 섰다

플레이모빌에 호기심이 생겼다. 아내를 역 앞에 내려준 뒤 ‘스벅 굿즈 대란’의 현장으로 달려갔다.
28일 오전 7시반쯤 경기 화성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 10여명의 시민들이 '플레이모빌 버디세트'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최민우 기자


출근길에 봤던 매장을 다시 찾았다. 15분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새 줄이 늘어났다. 이날은 아침부터 태풍급 강풍과 눈·비가 예보됐지만, 시민들의 발걸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전 7시30분, 스타벅스 매장 안에서 직원들은 분주하게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굳게 닫힌 문에는 ‘28일 출시되는 스타벅스 버디세트(레오)는 총 48개 준비되어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또 한정판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기존에 ‘1인당 1회 최대 3개’까지 가능했던 구매 횟수를 ‘1인당 1회 최대 1개’로 제한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서둘러 줄을 선 사람들의 숫자를 셌다. 나는 17번째였다. 이제 추위와의 싸움이다. 패딩을 목 끝까지 잠그고 모자를 뒤집어쓴다.

28일 오전 7시45분쯤 경기 화성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 '플레이모빌 버디세트'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스타벅스 옆 건물까지 길게 늘어져 있다. 사진=최민우 기자


사람들은 두꺼운 패딩을 입은 채 핫팩으로 손을 녹이며 매장 오픈 시간인 오전 8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몇몇 사람은 우산을 들고 오는 준비성을 보였다.

갓난아기를 업고 온 엄마부터, 남녀 커플과 모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장사진을 이뤘다.

아쉽게도 2m 사회적 거리두기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인도에 수십 명이 줄을 서다 보니 간격이 좁아졌다. 그래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다들 마스크를 착용했고, 대화도 최대한 피하는 모습이었다. 점원이 중간중간 밖으로 나와 사람들에게 거리두기를 부탁하며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간격은 늘다가 줄기를 반복했다. 오픈 15분 전, 3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줄은 길게 늘어져 스타벅스 옆 건물까지 이어졌다.

28일 오전 8시33분쯤 플레이모빌 버디세트 제품 가운데 하나인 '우주인 레오'가 매진됐다. 사진=최민우 기자


“오픈합니다~ 들어오세요.”

드디어 오전 7시59분쯤 매장의 문이 열렸다. 사람들은 서둘러 가게로 들어가 ‘버디세트’를 주문했다.

오늘은 버디세트 마지막 8번째 모델인 ‘우주인 레오’가 출시되는 날이다. 앞서 나온 바리스타 조이(7일), 티소믈리에 로이, 커피 마스터 준, 퍼니처 세트(14일), 서퍼 그레이스, 하이커 제니, 회사원 제이(21일)는 큰 인기를 끌며 매진됐다.

바리스타 페이보릿 음료 6종 중 돌체 콜드 브루를 주문하고 플레이모빌 ‘우주인 레오’와 스티커를 받았다. 레오는 현장판매 33분 만에 매진됐다. 몇몇 사람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레오를 구매한 사람들도 음료를 손에 든 채 서둘러 매장을 떠났다. 역시 목적은 플레이모빌. 사냥감을 쟁취한 이들은 미련없이 매장을 떴고, 고객들로 붐볐던 스타벅스는 순식간에 한산해졌다.

그들이 굿즈를 사는 이유…스테크의 세계

28일 중고거래 앱에 '우주인 레오'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온 모습.

테이블에 앉아 중고거래 앱을 열었다. 상품이 출시된 지 20분도 안 됐는데 레오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판매가는 3만원, 정가의 2배가 넘는 가격이다. 가격에 놀랄 새도 없이 매물이 팔렸다. 3만원이라는 가격에도 수요는 있었다.

‘스타벅스 굿즈 재테크’(스테크)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이날 함께 줄을 섰던 시민들 사이에도 화두는 단연 ‘스테크’였다.

기자의 뒤에 서 있던 남녀는 물건을 바로 판매할 계획이었다. “이거 팔 거야?”라는 남성의 물음에 여성은 “그걸 팔아야지 계속 가지고 있을 거야?”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시민은 “먼저 출시된 모빌들의 가격이 높이 뛰었다”며 뒤늦게 스벅 대란에 뛰어든 걸 아쉬워했다.

스타벅스 한정판의 경우 ‘리셀가’가 붙어 원가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일이 많다. 한정된 물량에 수요는 많으니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셈이다. 이번 한정판도 마찬가지다.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리셀가는 정가의 2~3배로 뛰었다. 웃돈을 얹어서라도 스타벅스 한정판을 사는 이유는 뭘까.

"1만5000원이요?" 밀려드는 주문 전화

레오와 스티커를 촬영한 사진과 함께 상품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가격은 리셀가의 절반인 1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글을 올린 지 30분도 안 돼 구매를 원한다는 연락이 몰려왔다. 대뜸 계좌를 불러달라며 구매의사를 불태우는 사람도 있었다. 폭설이 내리고 있지만 차를 끌고 다른 도시에서 넘어오겠다는 연락도 왔다.

그 중 가장 먼저 연락이 온 여성과 거래 약속을 잡았다. 다음날인 29일 경기 화성시에 사는 프리랜서 강사인 장모(31)씨를 카페에서 만났다.

취미로 피규어를 모으고 있다는 장씨는 “스타벅스에서 플레이모빌을 출시했다고 하니 관심이 갔다”며 “이벤트 첫날, 직접 구매해서 보니 예쁘고 귀여웠다. 이후 매주마다 매장에 찾아가 버디세트를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인 레오를 마지막으로 버디세트 전 시리즈를 모았다”며 버디세트를 구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장씨는 “이벤트 초기에는 줄도 서지 않고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SNS에 소문이 퍼지면서 매장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며 “줄을 섰다가 재고가 떨어져 구매를 실패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이 두번째 플레이모빌 중고거래”라며 “높은 중고가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그분(판매자)이 노력해서 줄 서서 받은 건 이해하는데 너무 많은 돈을 받고 파는 분들이 많다”며 “어떤 분은 풀세트를 30만원까지 받고 팔더라. 풀세트 정가가 9만6000원이다. 중고거래 앱을 찾다보면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높은 가격이 많다”고 했다. 이어 “절대 그런 거는 안 산다. 그럴 바에는 체념하고 만다”고 덧붙였다.

이번 ‘플레이모빌 대란’에 대해선 “플레미모빌의 퀄리티가 훌륭하다”며 “피규어 완성도도 높고 도색도 잘 되어 있다. 웃돈을 주고 사고 싶을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다른 커피전문점에서도 피규어 이벤트를 했었는데 피규어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때는 대란도 없었다”고 했다.

다음에도 스벅 한정판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거나, 중고거래를 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장씨는 “내 취미와 맞다면 또 구매할 생각이다. 스벅 한정판은 도전할만하다”면서도 “다만 치열하게 살 생각은 없다. 또 그걸 되팔지는 않을 거다”라고 했다. 장씨는 집 안에 설치한 피규어 장식장에 버디세트를 꾸밀 계획이라며 자리를 떠났다.

우리집 장식장에 혼자 덩그라니 서 있는 ‘레오’라니. 그건 너무 외롭지 않은가. 장씨네 피규어 장식장이라면? 레오는 제대로 주인을 찾아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이에만 궁합이 있는 건 아니다. 물건도 결국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궁합이 있는 것 같다. 취향이라고 불러도 좋고, 끌림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효용이나 기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 그런 마음을 미끼로 터무니 없는 가격에 ‘스테크’를 하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플레이모빌 하나에 행복해질 수 있다면 한파에 줄을 서는 수고쯤 기꺼이 해볼만하지 않은가. 다만, 방역 수칙을 지킨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해볼lab]은 ‘해볼까?’라는 말에 ‘실험실’이라는 뜻의 ‘lab’을 조합해 만든 단어입니다. 국민일보 기자들이 직접 체험해보고, 그 감상을 솔직히 담았습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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