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원하는 빵 만들어주는 가게에서 피어난 '달콤함'

김준모 2021. 1. 3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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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

[김준모 기자]

 <러브 사라> 스틸컷
ⓒ 티캐스트
 
3대에 걸친 사랑과 희망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달콤한 제목과 달리 슬픔의 심연을 보여주며 그 안에서 빠져나오는 힘겨운 과정을 낭만적으로 담아낸다. 신예 엘리자 슈뢰더 감독은 자전적인 이야기로 첫 장편영화를 만들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다섯 남매의 유년시절을 담았다. 여기에 BBC가 주목한 신예작가 제이크 브룬거가 각본에 참여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는 달달한 제목과 달리 침울한 오프닝을 선보인다. 미미는 오랜 시간 거리를 두었던 딸에게 화해를 청하고자 편지를 쓰고, 클라리사는 무용학원에서 꿈을 키워나간다. 이사벨라는 베이커리를 오픈할 생각에 들떠 있다. 그녀들의 희망은 사라가 죽으면서 모두 물거품이 된다. 미미는 편지를 보낼 딸을 잃었고, 클라리사는 유일한 버팀목이던 엄마가 사라졌다. 이사벨라는 제빵사가 사라졌기에 베이커리를 오픈할 수 없다.

절망에 빠진 클라리사는 무용에 집중하지 못하고 남자친구와도 소원해진다. 슬픔에 빠진 여자친구에게서 즐거움을 찾지 못한 클라리사의 남자친구는 클라리사에게 동거하던 집에서 나가라고 통보를 한다. 길거리에 나앉게 된 클라리사는 미미를 찾아간다.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손녀의 등장이 달갑지 않은 할머니지만, 갈 곳이 없다는 말에 동거를 택한다. 언제까지 슬픔에 빠져살 수 없었던 클라리사는 이사벨라를 찾아가 제안을 하나 한다.
 
 <러브 사라> 스틸컷
ⓒ 티캐스트
 
이사벨라는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베이커리를 위해 산 상가를 팔기로 결심했지만, 클라리사는 사라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베이커리 문을 열자고 한다. 그리고 미미에게 후원을 부탁한다. 후원을 꺼려하는 미미에게 클라리사는 마지막으로 엄마의 소원을 이뤄달라 부탁하고, 평생 사라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했던 미미는 처음으로 딸의 뜻에 동참하기로 한다. 여기에 사라와 이사벨라의 친구였던 미슐랭 셰프 매튜가 합류하며 베이커리는 오픈 준비를 끝마친다.

이런 감동적인 사연이 바탕이 되었으니, 베이커리에 손님이 가득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오픈부터 일주일이 지날 때까지 파리만 날리게 된다. 이에 답답함을 느낀 미미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낸다. 바로 손님이 원하는 빵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런던은 전 세계 사람이 모이는 대도시다. 이곳에는 영국 출신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들에게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해주겠다는 이 아이디어는 손님들의 발걸음을 빵집 '러브 사라'로 이끈다.

작품은 전 세계의 빵을 만드는 과정을 바탕으로 네 사람의 화해와 치유라는 드라마를 선보인다. 미미, 클라리사, 이사벨라, 매튜는 각자 갈등을 지니고 있다. 미미는 사라와 사이가 좋기 않았기에 클라리사, 이사벨라와 거리감을 느낀다. 한때 사라와 연인 관계였던 매튜의 등장은 이사벨라의 마음에 불편함을 자라게 한다. 그가 어쩌면 클라리사가 자신의 딸이라고 생각해 동정심에 베이커리를 찾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클라리사 역시 매튜가 자신의 아빠일 수 있다는 생각에 묘한 감정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서로로 인해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된다. 클라리사와 이사벨라는 든든한 후원자인 미미를 얻었고, 미미는 사랑하는 손녀를 통해 사라와의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매튜는 오랜 시간 이사벨라와의 사이에서 쌓았던 갈등을 해결하며 이사벨라가 자신과 사라 사이에 품었던 오해를 풀게 된다. 이는 사라의 죽음이 오히려 네 사람이 서로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며,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러브 사라> 스틸컷
ⓒ 티캐스트
 
엘리자 슈뢰더 감독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 깊은 슬픔에 빠졌으나, 주변의 도움을 통해 오히려 더 강한 삶의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때 그녀가 경험했던 슬픔을 이겨내는 화해와 용서, 치유의 순간은 화합을 만들어냈다.

작품의 공간인 런던은 다양한 문화가 화합을 이루는 곳이다. '러브 사라'는 다양한 국가의 빵을 통해 이런 화합의 순간을 보여준다. 레밍턴, 크링클, 카넬스네일 등 다양한 빵이 주는 시각적인 매력은 이런 주제의식에 풍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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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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