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지배구조', 선진국 핵심 경제 키워드로 부상

강창욱 2021. 1. 30.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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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선 공약 제시로 부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임 후 첫 업무로 파리 기후변화협약 복귀 등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선진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주요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새해 들어 잇따라 ESG를 경영 철학으로 제시한 상태다. 미국 대선 후보 시절 탄소배출 감축과 청정에너지 투자 등 친환경 공약을 내걸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ESG에 대한 주요국과 재계의 관심이 한층 증폭된 분위기다.

KB증권 전혜현 연구원은 최근 ‘핫한 발행시장, 새로운 트렌드 ESG채권’ 보고서에서 “올해 1월 회사채 AA급 평균 유효수요경쟁률은 7.5배로 과거 4배 내외 대비 상당히 강한 모습”이라며 “그중에서도 ESG채권 발행 강세가 부각됐다”고 강조했다.

연초에 회사채 발행시장은 자금유입 강도와 발행 스프레드(금리차)가 강한 경향을 보이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두드러진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전 연구원은 “우량 크레디트물(채권)의 경우 자본차익 메리트가 크게 낮아졌음에도 발행시장 내 견조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달 신한캐피탈(신용등급 AA-)은 지속가능채권 2000억원을, 롯데지주(AA0)와 현대제철(AA0)이 각각 600억원, 5000억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발행 스프레드는 모두 개별 민평(민간채권평가회사 평균금리)과 동일 채권 만기 평균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고 장기물 발행 강세가 두드러졌다.

전 연구원은 “높은 수요와 낮은 금리가 반영되면서 기초 발행금액의 배 이상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며 “장기물의 상대적인 금리 메리트가 부각된 점도 있으나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채권에 대한 높은 수요가 반영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1월 현재 국내에서 ESG채권은 4조4000억원 규모가 발행됐다. 발행 비중은 사회적채권이 82.6%로 가장 많고 녹색채권과 지속가능채권이 각각 12.8%, 4.6%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기관투자가의 수요가 늘수록 ESG채권 발행에 대한 일반 기업의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ESG경쟁력을 가장 잘 갖춘 지역은 유럽이다. 시장조사업체 레피니티브를 기준으로 유럽 기업들의 ESG 점수는 68.9포인트로 미국(66.9) 홍콩(63.7) 호주(60.4)를 앞선다. 유안타증권 민병규 연구원은 “바이든 당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던 지난해 10월 말 이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유럽 ESG 리더스지수 비중은 22.7%로 MSCI USA ESG 리더스지수(15.4%)보다 7.3% 포인트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광열 연구원은 ESG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한 보고서에서 “ESG가 기업에 직접적이고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자금 조달”이라며 “자본 증액과 부채 발행 모두 자금 모집의 수월성과 조달 비용에서 ESG 여부에 따라 차이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ESG 인증평가를 통해 ESG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향후 사업 전략과 운영에 대한 영향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연구원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ESG 중시 흐름에 따라 사업계획을 변경하고 일부 사업 부문은 과감히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기업들의 ESG 강화가 향후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프리미엄으로 작용하리라고 판단한다. 김수현 연구위원은 석탄화력발전 관련 투자와 사업을 중단하고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키로 한 삼성물산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 및 투명성 제고와 더불어 환경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등 ESG 경영이 점진적으로 기업가치에 반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ESG 강화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ESG채권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 ESG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라도 자금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친환경 기업으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일종의 예비 EGS채권인 ‘트랜지션 본드’도 확대될 전망이다. 주로 원자재과 에너지 관련 기업이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ESG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나 ESG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그린워싱’ 소지를 줄이기 위해 특약사항으로 사전에 약속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액면이자율 상승 등 페널티를 부여하는 형태의 ESG채권 발행도 고려하고 있다.

정부는 ESG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환경부 등은 지난 25일 녹색금융 추진 태스크포스(TF) 전체회의를 열어 ‘2050 탄소중립’을 뒷받침하기 위한 녹색금융 추진 계획을 마련하고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ESG 정보를 공시하도록 했다.

금융위가 앞서 발표한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에는 기업 지배구조보고서 의무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활성화 등 사회책임투자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항목이 포함돼 있다.

전 연구원은 “기업들의 관련 정보 공개를 통해 사회책임투자 확대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판단된다”며 “ESG 투자는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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