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관 VS 개미 '공매도 전쟁'에.. 코스피 3000 붕괴
외국인·기관 '물량 던지기' 나서
코스피 3000선이 무너졌다. 최근 게임스탑(GME) 주식을 둘러싸고 미국에서 벌어진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전쟁’과 그에 따른 증시 불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9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92.84포인트(-3.03%) 하락한 2976.21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대비 9.68포인트(0.32%) 오른 3078.73에서 출발했지만, 장중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지며 결국 3000선이 붕괴됐다. 오후 들어서는 2962.70까지 추락하며 3%대로 낙폭을 키웠다. 종가 기준 3000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 6일(2968.21) 이후 17일 만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개인투자자들과 공매도 세력 간에 맞대결이 벌어진 이른바 ‘게임스탑 사태’의 영향이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미국 증시에서는 공매도를 둘러싼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그간 미국 개미들은 기관의 공매도에 반발해 집단 매수에 나서며 오프라인 게임소매업체 게임스탑의 주가를 띄워왔다. 그러자 증권사들이 이 종목의 개인 매수를 금지해버렸고, 그 틈에 헤지펀드들이 ‘공매도 폭탄’을 투하해 게임스탑 주가를 폭락시키며 반격에 나섰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무료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극심한 시장 변동성에 따른 고객 보호를 이유로 들어 게임스탑과 AMC 등 13개 종목에 대한 매수 금지 조치를 강행했다.
매수 금지 대상에 오른 종목들은 최근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을 중심으로 모인 이들이 합심해 주가를 끌어올린 것들이다. 이들의 ‘매수 운동’으로 주가가 폭등하자 이 종목들에 숏 포지션(공매도)을 취한 기관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손실액이 700억달러(약 78조1200억원)를 넘어섰다.
이렇게 개인 매수가 금지된 상태에서 기관들이 대규모 ‘공매도 공세’를 벌이자 게임스탑 주가는 수직하락했다. 이날 장중 최고 483달러를 돌파했던 게임스탑은 서킷브레이커가 7번 연속으로 발동되며 한때 112달러까지 급락했다.
로빈후드가 기관 편으로 돌아서자 트위터와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헤지펀드 등 대형 금융기관의 손실을 막아주기 위해 개미들에게서 투자 옵션을 빼앗았다는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로빈후드에 대한 집단소송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로빈후드의 매수 금지 조치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로빈후드의 거래제한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필요하다면 청문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 트윗을 공유하며 “완전히 동의한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공매도는 사기”라고 비난하며 개미들 편에 가세했다.
이같은 ‘게임스탑 사태’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코스피에서 외국인·기관이 본격 ‘물량 던지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외국인은 1조4412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급락을 주도했고, 기관도 255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거들었다. 개인은 1조799억원을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폭탄 매도세에 급락을 진정시키기는 역부족이었다.
시장에서는 최근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증시 불안 요소가 불거지자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월 이후 급격히 유입됐던 헤지펀드 자금이 최근 빠른 속도로 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 30위권 가운데서는 SK이노베이션(1.27%)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이 모두 하락했다. LG전자(-6.99%), 기아차(-6.46%), 삼성에스디에스(-6.01%), LG디스플레이(-5.43%), 삼성바이오로직스(-5.37%)의 낙폭이 컸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도 2% 넘게 하락하며 코스피 지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불러 비공개 당정협의를 하는 등 공매도 금지 연장을 위한 압박에 나섰다. 금융위는 이날 공매도 재개 여부나 결정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고 한다.
신재희,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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