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반지하 서민" 운운에 '감성팔이'·'국민 기만' 논란 비화

최현욱 2021. 1. 3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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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나경원 은마아파트 방문에 "23만 반지하는 안 보이나"
조은산 "반지하 서민 꿈 박살낸 게 누구인데..국민 기만 작태"
우상호 반박 "조은산의 궤변..서민들 '명품공공주택' 살게 하고파"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왼쪽)와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데일리안 DB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나경원 국민의힘 예비후보의 은마아파트 방문 행보를 비판하며 '반지하 서민'을 운운한 것이 '감성팔이', '국민 기만' 논란으로 번졌다.


29일 정치권에서는 '시무 7조', '형조실록' 등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블로그에 올려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블로거 '진인 조은산'과 우상호 후보의 설전이 벌어졌다. 조은산이 우 후보를 향해 "전형적인 80년대 진보주의자의 허언"이라고 비난하자 우 후보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신퇴폐적 발상"이라고 맞받아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나경원 후보의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방문으로부터 시작됐다. 나 후보가 재건축 문제로 시름을 앓고 있는 은마아파트를 두고 "은마아파트 뿐 아니라 서울 전역에 재개발·재건축을 원하는 지역은 원하는 대로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 우 후보가 "23억 아파트의 녹물은 안타까우면서 23만 반지하 서민의 눈물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인가"라고 혹평한 것이다.


조은산은 우 후보의 발언에 대해 "언뜻 들었을 때는 멋진 말이지만 결국 운동권 특유의 선민사상과 이분법적 선악개념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전형적인80년대 진보주의자의 허언일 뿐"이라며 "우 후보는 이미 실패한 문재인식 부동산 정책에서 단 한 발자국도 진일보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퇴보를 넘어 퇴폐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조은산은 또 "23억 아파트와 23만 반지하 서민과의 경제학적 상관 관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며 "아니, 어쩌면 그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먼저 23만 반지하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을 기어이 박살내 버린 건 누구인지 알고 계시는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은산은 "미친 집값의 현실은 누구의 작품인가? 이명박인가, 박근혜인가, 문재인인가? 국민의힘인가, 국민의당인가, 눈물 콧물 민주당인가"라 반문하며 "반지하에 사는 서민의 삶을 운운하면서 정작 이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재개발·재건축은 결사반대하는 이 아이러니함과, 집값 잡기에는 하등의 관심도 없고 반지하 서민으로 감성팔이나 내세워 표심이나 긁어보려는 국민을 기만하는 작태의 교범은 민주당의 교과서 무슨 과목, 몇 권, 몇 편에 나오는 내용인가"라고 꼬집었다.


조은산의 글에 우 후보가 즉각 반응하며 조은산의 지적은 논쟁으로 격화됐다. 우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본질은 부동산 집값이 아닌 우리 사회 끝에서 냉혹한 현실을 견뎌내는 이들에게 더 관심을 갖자는 말"이라며 "고시원에 사는 청년도, 반지하에 사는 장애인도,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젊은 부부도, 내 집 장만하고 싶은 서민들도 명품공공주택에 살게 해주고 싶다는 열망이 '선민사상이고 진보주의자의 허언'이란 말이냐"고 맞섰다.


그는 "서민의 고통을 말하는 자는 서민의 고통을 필요로 하는 자라는 조은산의 궤변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신퇴폐적 발상"이라며 "손끝 시린 냉혹한 현실은 작은 정의감에 기인한 '입' 보수로 지킬 수 없다"며 "서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면 감성팔이든, 퇴폐라는 비아냥이든 그 이상의 모든 것도 할 수 있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후보의 은마아파트 방문이 우 후보와 블로거의 설전 양상으로 비화되는 양상이 전개됐지만, 나 후보 측은 자신에 대한 비판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네거티브에 반응하지 않고 계획했던 민생 행보를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우상호, 나경원 금천 재건축·용산 재개발 지역 방문에는 언급 無
"특정 장소 방문으로 프레이밍 부적절…공약·정책으로 승부해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지난 14일 오후 재건축 추진중인 서울 금천구 남서울 럭키아파트를 방문해 지역 주민의 고충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아울러 정치권 일각에선 나 후보의 은마아파트 방문을 꼬집은 우 후보의 비판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 후보는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후 금천구 시흥동의 럭키아파트와 용산구 서계동 도시재생사업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들은 바 있다.


나 후보는 럭키아파트를 찾아서도 "지은 지 40여 년이나 된 이 곳은 누가 봐도 '왜 재건축을 여태 안 했지?'란 소리가 절로 나온다"며 "분양가상한제 등 재건축·재개발을 가로막는 규제를 확실하게 없애고, 심의 절차를 원스톱으로 간소화해서 재건축·재개발 추진의 속도를 높이겠다. 이것이 제가 약속드리는 '마음껏 서울'의 부동산 대책의 기본 철학"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서계동 노후 주택가를 살펴본 이후에도 재개발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나 후보가 서울 강남북의 재건축·재개발 이슈로 화제인 현장을 두루 방문했는데도 우 후보가 대치동 은마아파트 방문만을 콕 찝어 '반지하 서민의 눈물을 외면한다'는 취지로 거론한 것은 지나쳤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나 후보 측 관계자는 이 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나 후보는 이미 종로구 창신동 일대와 용산구 서계동, 금천구 아파트 등 서울 각지의 주거 환경을 두루 살피고 왔다. 향후에도 다양한 현장을 살필 것"이라고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타 후보를 비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특정 장소의 방문만 가지고 일방적으로 프레이밍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며 "본인의 공약과 정책으로 승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데일리안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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