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기 장세 돌입했나..조정도 이겨낼 '찐' 투자법
‘돌격 앞으로’를 외치던 국내 증시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조정장의 서막인지, 가속 페달을 밟기 전 잠시 멈춤인지 헷갈린다. 매경이코노미가 국내 주요 센터장 5인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단기간 급등한 만큼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다만 추세 하락이 아닌 숨 고르기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중 자금이 풍부하고, 주가 재평가 단계에 접어들어 장기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조정장 올까 안 올까
▷추가 상승마다 매물 세례 불가피
지난해 코스피는 파죽지세였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발 직후인 3월, 1400대까지 무너진 이후 곧장 반등했다. 8~10월 잠시 상승세를 멈춰서는 듯 보이더니 11월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탔다. 1년 차트를 보면 그야말로 뚜렷한 우상향곡선이다.
지난해 11월 말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치인 2602에 이어 12월 4일 2700선, 24일 2800선을 연달아 돌파했다. 새해에도 사상 최고치 행진은 이어졌다. 새해 첫 거래일인 4일 단숨에 2900선을 뚫은 코스피지수는 1월 11일 장중 3266까지 뛰었다.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2021년 코스피지수가 3300을 찍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당장 새해에 들어선 이후 영업일 기준 5일 만에 목표치에 거의 다다를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주가가 너무 빨리 급등했다고 해석할 만한 속도였고, 센터장 5인 모두 증시 단기 조정을 예상한 이유기도 하다. 실제 3266을 찍은 이후 코스피는 상승세가 누그러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조정 시기는 거의 대부분 상반기로 봤다. 가장 비관적인 입장에 선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5인 중 가장 빠른 2월부터 조정 가능성을 점쳤다.
조정이 온다면 조정폭도 관심사다. 신동준 센터장은 2~3월 조정폭은 고점 대비 최대 -10% 이내라고 봤다. 3266을 고점으로 본다면 2900선 언저리다. 그는 5~6월께는 2월보다 더 큰 폭 조정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센터장 의견도 비슷하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역시 10% 안팎 떨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과 이경수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전제로 상반기 5% 수준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조정 불러올 핵심 변수
▷테이퍼링·공매도 재개
증시가 조정받고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증권가에서는 그 이유를 찾기에 분주해진다. 전문가들은 “너무 빨리 올랐기 때문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오랜 증시 격언을 되새겨볼 때라고 입을 모은다. 가파른 상승으로 가치 대비 가격(밸류에이션)이 갑자기 높아질 대로 높아졌기 때문에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올해 코스피 기업 순이익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높은 주가를 설명하기가 어려워진다.
다른 이유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호재라고 생각했던 이슈가 악재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백신 보급으로 실물경제가 정상화하는 경우다. 윤창용 센터장은 “코로나19 위기에 자산 시장 버블이 일어났기 때문에 역으로 실물경제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 자산 시장이 적정 가치를 찾아 제자리를 찾아가는 조정기에 돌입할 수 있다”고 했다. 경제가 회복하면 정부 과잉 지출, K자 양극화, 독과점 문제, G2 갈등 재부상, 유동성 쏠림 등의 부정적인 이슈가 드러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백신을 보급하는 과정에서 백신 효능과 안전성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
이경수 센터장은 지나친 유동성이 악재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는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조정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바이든 정부 재정 확대 정책을 글로벌 자산 시장 긍정 요인으로 꼽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반면 이경수 센터장은 아직 구체화하지 못한 신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주가를 끌어낼 수 있다는 새로운 해석을 펼친다.
금리도 중요한 변수다. 과거 미국 금리 변화는 코스피에 악재로 다가왔다. 2006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5% 돌파, 2011년·2013년·2018년 3% 돌파, 2015년·2016년 2% 돌파 과정에서 코스피는 조정을 경험했다. 당시 고점 대비 3~13% 빠졌다.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를 넘어섰는데 이 과정에서 조정이 올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미국이 양적완화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테이퍼링(tapering)도 주목해야 한다. 2013년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을 발표하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올랐고 코스피는 떨어졌다. 바이든 정부 재정지출 확대 정책과 연준 테이퍼링 가능성이 맞물리면 코스피 조정을 앞당길 수 있다.
국내 이슈 중 가장 큰 변수는 3월 공매도 재개 여부다. 주가가 떨어질 때 수익이 나는 공매도 제도는 동학개미 공분을 사는 단골 메뉴다. 아직까지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만 즐기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여전하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조차 공매도 재개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며 3월 재개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동학개미 덕분에 주가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개미투자자 의견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장기 전망까지 어둡나
▷비관 속 낙관 “다시 오른다”
전문가들은 단기 조정에 공감하면서도 장기 전망을 어둡게 보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비관 속 낙관’의 증시다. 황승택 센터장은 “당분간 쉬어가겠지만 중장기 상승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동학개미 대기자금은 여전히 풍부하고 외국인의 신흥국 증시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경수 센터장 역시 “상승 추세를 크게 이탈할 정도의 조정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실제 고객예탁금은 69조원대로 역대 최대 수준인 데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2000년대 국내 주식형 펀드 금액 최고점이 86조원(해외펀드 포함 때는 144조원)에 다다랐다. 이를 고려하면 증시로 유입될 자금 여력이 더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고객예탁금이 1조원 증가하면 시가총액이 15조원 가까이 증가한다는 게 황승택 센터장 분석이다.
또한 코스피가 과거 조정 기간 이후 다시 추가 상승했다는 점은 이후 상승장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월간 상승률이 연속 두 자릿수를 낸 것은 최근 두 달을 포함해 총 4회다. 1999년 밀레니엄 버블, 2001년 9·11테러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가 그랬다. 과거 상승장에서는 3차례 모두 3~5개월간 기간 조정을 거친 뒤 적게는 22%, 많게는 39% 추가 상승을 기록했다.
이번 코로나19 반등장에서는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14%, 10%대 큰 폭 상승을 경험했다. 또한 1월 중반까지도 코스피는 연초 대비 상승률이 10%에 육박했다.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코스피 상승률이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과거 사례에 견줘 조정 이후 재상승을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정 대비해 가치주 비중 늘려라
▷美 증시 등 통화 다변화 전략도 효과적
조정폭이나 시기에 대한 의견 차이는 있지만, 과열된 증시가 쉬어가는 시기가 언제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 다수 증시 전문가 의견이다. 조정장에 대비해 ‘동학개미’는 어떤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을까.
국내 대표 리서치센터장들의 조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성장주와 가치주 간 적절한 배분이다. 코로나19 이후 코스피는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를 중심으로 한 성장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하지만 백신 보급 이후 경제 회복세가 본격화될 경우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 속에 금리 상승이 예상돼 성장주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성장주 잠재력은 여전하지만 조정이 찾아올 경우 그만큼 낙폭도 크게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3월 재개되는 공매도와 사상 최고치에 도달해 있는 지수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성장주에 부정적 요인이다.
신동준 센터장은 “올 상반기 중 조정을 일으킬 만한 이벤트로 인플레이션 확대에 따른 문제와 디지털세, 반독점법 개정안 등을 꼽을 수 있다. 3가지 재료 모두 성장주에 더 민감하게 반영될 수 있어 올 상반기에는 인플레 상승에 따른 수혜주로서 가치주를 주목한다”고 말했다.
조정에 대비한 업종 선택에 있어서는 밸류에이션 상승 부담이 낮고, 신용융자 증가율이 벤치마크 대비 낮은 업종이 상대적으로 선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은행, 디스플레이, IT 하드웨어, 화장품 등이다.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경기방어주보다는 경기민감주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오태동 센터장은 경기민감형 가치주인 반도체, 자동차, 화학, 철강, 운송 업종을 추천했다.
둘째, 해외 분산 투자 등 통화 다변화 전략이다. 당장은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미국 시장금리가 조금씩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달러 가치 상승은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글로벌 자금의 움직임이 가속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달러화나 미국채, 미국 주식 등 달러 자산 투자를 늘려갈 것을 추천했다.
미국 증시는 1월 20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 맞춰 3대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본격적인 바이든 랠리의 시작을 예고했다. 바이든은 1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황승택 센터장은 “올 들어 미국 증시에서 시중금리와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에 기반해 러셀2000지수(잠깐용어 참조)의 상대적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업종처럼 인플레이션 관련 섹터의 상승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전략적인 시사점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IPO 투자는 올해도 흥행 예감
▷장기 성장성 뛰어난 친환경 테마 주목
국내 증시가 코로나19를 계기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상승장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정과 무관하게 가져갈 수 있는 투자 전략을 세워 투트랙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선 IPO 유망주 투자는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IPO 시장은 성장주로 주목받던 제약·바이오, 전기차, 게임 관련주 등이 증권가의 예상 가치를 훌쩍 뛰어넘으며 공모주 대박 행진을 이끌었다. 신규 상장한 76개(스팩 합병 제외) 종목 중 3분의 1이 넘는 26개가 시초가부터 공모가의 2배 수익을 내는 ‘따상’을 기록했다.
2021년에도 LG에너지솔루션,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대기업의 신사업 계열사를 비롯해 유망 IT·바이오 기업 등 대어들이 줄줄이 주식 시장을 두드린다. 자금 유동성이 여느 때보다 풍부한 상황에서 대어급 기업 상장이 예고된 만큼, 올해 IPO 시장도 흥행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실제 신년 첫 IPO 주자로 나선 엔비티는 4397.7 대 1의 코스닥 역대 최고 공모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주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성이 높은 주식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주요국 정부들이 친환경 분야 중장기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만큼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2차 전지 등 이와 관련된 분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최근 미국 금리 상승에도 수소 테마의 최전방에 있는 전기·수소차 관련 글로벌 ETF는 벤치마크를 웃도는 수익률을 내고 있다. 오태동 센터장은 “친환경 테마 기업의 분할 매수 대응이 유효한 시점이다. ETF 등 간접 투자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과열된 증시 분위기를 감안해 주식 투자에 대한 기대 수익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지난해와 같은 V자형 상승 탄력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인 자금 이탈과 기관 순매도가 이어지는 환경에서 증시를 지탱하는 것은 개인 자금이다. 특히 가파르게 증가하는 ‘빚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증시가 상승하는 환경에서는 빚투가 수익률을 높여줄 수 있지만, 조정장에서는 심리적 부담을 가중할 수 있어 양날의 검과 같다.
윤창용 센터장은 “안전마진을 설정하고 주식 시장을 바라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플랫폼 발달로 정보 비대칭성이 상당 부분 완화된 만큼 역으로 개인도 지속적인 리서치와 위험 관리 등을 병행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4호 (2021.01.27~2021.0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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