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교체 전략짜야"..바이든에 조언한 美전직관료 파문
익명의 미 전직 고위 관리가 조 바이든 행정부에 한 제언이 파문을 낳고 있다. 미국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교체에 초점을 맞춰 대중 전략을 펴야 한다는 공세적인 내용이 들어있어서다. 이 보고서는 1946년 당시 익명으로 발간된 케넌 보고서의 제목을 차용했다. 케넌 보고서는 2차대전 이후 소련이 몰락할 때까지 미국이 편 대소련 '봉쇄 전략'의 기초를 마련한 보고서로 평가받는다.
28일(현지시간)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중국 경험이 풍부하고 대중 전략에 전문성을 가진 전직 행정부 고위 관리'가 쓴 보고서의 축약본을 보도했다. 원본 보고서는 80장 분량으로 워싱턴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에 실렸다.
이 전직 관리는 "21세기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 중 하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그 아래서 점점 더 권위주의적인 국가가 되는 중국의 부상"이라고 서문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치 집착하는 것처럼 중국에 공세를 쏟아부었지만, 차기 행정부는 "그보다 더 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시 주석의 교체를 구체적인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저자는 중국이 시 주석 아래서 홍콩과 대만, 소수민족을 탄압하며 '하나의 중국'을 가속화하고 있고, 민주주의를 말살하며 마오쩌둥과 레닌 시대로 돌아가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그동안 효과적인 대미 전략을 가지고 이를 가동해왔는데, 미국은 효과적인 대중 전략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산당 전체를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닌 시 주석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베이징 정가의 타고난 현실주의적 성격과 (지도자의) 강점은 존중하지만 약점과 흔들림을 경멸하는 성향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중국에 군사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약점을 파악하고 타격을 입혀 시 주석에게 패배의 그림자를 씌워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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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중국으로 기울지 않도록 한·일 관계 정상화"
한국은 안보 분야의 전략에서 동맹의 중요을 강조하는 가운데 언급됐다. 중국과 전략적 경쟁을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현재 미군의 수준을 유지해 중국의 오판을 방지하고, 군사적 동맹을 강화하며 전력의 현대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러시아의 관계를 안정화하고, 한·일 관계 정상화를 촉진할 것을 조언했다. 한국이 '전략적으로 중국의 방향으로 표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일 관계 정상화를 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도-일본-호주와의 4자 안보 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인도를 확실히 미국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도 했다.
저자는 이 보고서의 제목을 '더 긴 전문(The Longer Telegram)'이라고 붙였다. 이는 1946년 당시 주소련 미국대사대리 조지 케넌의 정세분석 보고서 '긴 전문'(Long Telegram)을 차용한 것이다. 모스크바에서 근무하던 케넌은 미국과 소련의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하고 8000단어에 이르는 장문의 보고서 '긴 전문'을 워싱턴에 보냈다. 소련의 공산주의 팽창 정책으로 직접적인 위험에 처한 모든 나라에 군사·경제적 원조를 제공함으로써 소련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창한 것이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그의 보고서를 토대로 이듬해 '트루먼 독트린'을 발표했다. '긴 전문'은 이후 포린어페어스에 익명으로도 게재돼 널리 읽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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