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권력기관 개혁 끝난 게 아냐.. 중요한 발걸음 옮겼을 뿐"
[유창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권력기관 개혁은 끝난 게 아니다. 중요한 발걸음을 옮겼을 뿐이다. 지속적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오전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이 같이 당부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오후 2시부터 40분간 청와대 1층 충무실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 한정애 환경부 장관,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후 환담의 자리로 이어졌는데, 이 환담의 자리는 종전과 달랐다.
보통 문 대통령이 임명된 장관(급)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고, 이에 답변을 들었으나 이번엔 임명장을 받은 세 사람에게 먼저 소감과 포부를 말해달라고 주문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우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개혁과 관련한 제도개선안을 잘 마무리하고, 검찰의 정의가 '나홀로 정의'가 아닌 수용자나 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공존의 정의'가 되도록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면서 "검사들을 설득하기 이전에 직접 소통을 통해 이해를 구하고 동참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고 한다.
앞서 박 장관은 이날 법무부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에게 "주말까지 인사 원칙과 기준을 정한 뒤 2월 초쯤 윤석열 검찰총장을 만날 것"이라며 "오늘 인사 관련 부서로부터 전반적인 현안을 들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임명장을 받은 박 장관은 오는 31일 대전 현충원을 방문하고, 다음 달 1일 취임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어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전 지구적 과제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것부터 실마리를 찾지 못한 갈등 과제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업무가 없지만 힘있게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말을 전했다. 덧붙여 미국 측의 요청으로 존 케리 기후특사와 지난 27일 양자 회담을 한 결과를 설명하면서 "바이든 정부도 상상하기 힘든 변화 속도로 스피디하게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지구적 연대 차원에서 우리에게 맡겨진 일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은 "명예로운 자리를 맡겨주셔서 감사하다, 대통령께서 보훈업무를 남달리 배려해 큰 성과가 있었다"면서 "대한민국이 보훈 일류국가로 거듭나고 있고, 독립유공자 등을 많이 발굴하고 그 분들이 어려움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고 한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범계 신임 법무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청와대 제공 |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신임 장관(급)들의 발언을 경청한 뒤 "세 분 모두 포부를 이루시길 바란다"고 격려한 다음, 한 가지씩 당부의 말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검찰 개혁으로 수사체제의 변동이 있었는데 국민이 변화로 인해 불편하지 않도록 안착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수사체제 변화로 국가가 갖고 있는 수사의 총역량이 후퇴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수사기관의 협력이 중요하다. 공수처까지 포함해 고위공직자에 대한 사정 역량이 대폭 강화될 필요가 있다.
권력기관 개혁은 끝난 게 아니다. 중요한 발걸음을 옮겼을 뿐이다. 지속적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검찰 구성원도 공감하고 스스로 개혁 주체가 되어 능동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 국민께 체감되는 성과를 기대한다. 박 장관은 참여정부 민정2비서관 시절 검찰 개혁을 담당했다. 평생을 검찰 개혁을 화두로 해왔으니 운명적 과업인 것 같다. 단단한 각오로 잘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
"환경부는 그린 뉴딜과 2050 탄소중립이 중장기 과제다. 우리 정부에서 확실한 출발, 확실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인 시나리오와 로드맵을 완성해야 하는데 잘 준비해 달라. 한 장관은 국회 상임위 위원장 시절부터 탁월한 조정 능력을 보였으니 갈등 과제들을 잘 해결해 나가실 것으로 믿는다. 청문회에서도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아 기대가 크다."
"보훈처는 아덴만의 영웅, 참군인으로 칭송받는 분이 신임 처장이 된 것만으로 위상이 새로워졌을 것이다. 보훈은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정책 분야다. 애국심의 원천 같은 것이다. 내가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국가가 책임진다는 믿음이 있도록 보상체제를 갖춰야 한다. 보훈은 애국심으로 관통되지만 독립-호국-민주 세 영역이 있다. 세 영역을 균형있게 조화해 달라. 보훈대상자들이 점점 고령화하는데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 모색해 주시고, 보훈복지가 일반복지보다는 높아야 한다. 가령 수당이 우리 정부에서 인상됐는데 일반복지 부분이 깎여 변동이 없으면 올린 보람이 없다. 보훈수당 인상이 전체 복지를 높이도록 해 달라. 기대가 크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정애 환경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 청와대 제공 |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임명장과 함께 각기 다른 꽃다발을 배우자들에게 각각 전달했다.
법무부 장관 배우자에게는 한 송이 장미(완결)와 초롱꽃(정의)으로 구성된 꽃다발이 전달됐다. 전임 조국·추미애 전 장관의 경우 임명장만 수여한 뒤 별도의 축하 꽃다발을 생략했던 것과 다른 풍경이다. 통상 배우자와 함께 참석하는 임명식에 조 전 장관은 혼자 참석했으며, 추 전 장관 임명식에도 꽃다발은 없었다. 이에 청와대는 "(장미와 초롱꽃은) 검찰·법무 개혁을 완결하고 인권과 민생 중심의 정의로운 사회 구현해 달라는 당부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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