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친북교사' 증언 제자, 30년만에 "선생님께 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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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5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범식 직전, 경찰서 대공과에서 자신을 가르친 스승을 '친북교사'라고 증언했던 고교 제자가 30년 만에 "그 당시 아무 것도 모르고 멍청이처럼 당했다. 선생님께 죄스럽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A씨는 동문회 총무 B씨에게 보낸 문자에서 "(강성호) 선생님께 죄송하지만 죄송하다는 말조차도 꺼내기 죄스럽다"면서 "얼굴 뵙고 싶지 않다. 살아가면서 (내가) 더 벌 받고 살라고 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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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혁 기자]
▲ 강성호 교사를 '친북교사'라 증언했던 A씨가 30년 만에 보낸 문자. |
ⓒ 제보자 |
29일 <오마이뉴스>는 A씨가 고교 동문회 총무를 맡고 있는 B씨에게 지난 2019년 12월에 보낸 카카오톡 문자를 입수했다. A씨는 1989년 5월 25일 충북 제천경찰서 대공과 등에서 "강성호 교사가 제천 제원고 2학년 7반 교실에서 '미국이 먼저 (북으로) 쳐들어갔다. 6.25는 미군이 북침을 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가르치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증언했던 제자 7명 가운데 한 명이다.
이 증언이 있은 뒤 강성호 교사(59, 현 청주 상당고)는 같은 해 1심 재판에서 국가보안법상 '북한 찬양·고무죄' 실형이 선고되어 8개월간 수감되고 학교에서도 쫓겨났다. '빨갱이 교사'라는 낙인도 찍혔다.
▲ 청주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강성호 교사. |
ⓒ 강성호 |
그런데 이날 출석 예정이던 A씨가 자신의 과거 행동에 대해 사죄하는 문자를 2019년 12월에 동창회 총무에게 보낸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A씨는 문자에서 "그 당시(1989년 5월 25일) 이유 없이 불려가서 맘 졸인 것 생각하면 지금도 피가 거꾸로 올라온다"면서 다음처럼 적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멍청이(처럼) 당하고 있던 내 자신에..."
1989년 5월 25일 제천경찰서가 작성한 신문조서를 보면 A씨 등 학생들은 "강 선생님은 6.25는 북한이 남침하여 일어난 것이 아니고, 미군이 먼저 북침을 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북침설에 대해서는 못 들은 학생들도 많이 있는데 이유는 무엇이냐'는 경찰의 질문에 대해서는 "저희 반은 비진학 반이기 때문에 딴 짓들도 많이 하기 때문이라 기억하는 학생이 적다"고 말하기도 했다.
A씨는 동문회 총무 B씨에게 보낸 문자에서 "(강성호) 선생님께 죄송하지만 죄송하다는 말조차도 꺼내기 죄스럽다"면서 "얼굴 뵙고 싶지 않다. 살아가면서 (내가) 더 벌 받고 살라고 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적었다.
당시 B씨는 A씨에게 '강성호 교사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사실대로 말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에 대해 이처럼 대답한 것이다.
"죄스럽다"는 문자 보내놓고도 재심 법원엔 불출석
A씨는 자신이 강 교사의 재심을 위해 법원에 나가려고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처럼 문자로 설명했다.
"(강성호) 선생님 유리한 쪽으로 해라. 어떠한 일에도 (나를) 불편하게 안 하는 조건이야. 그럴 자신 없으면 나는 그 일에서 빼줘."
▲ 강성호 교사를 '친북교사'라 증언했던 A씨가 30년 만에 보낸 문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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