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학사관 빈방, 돌아온 MK 품다

임보혁 입력 2021. 1. 2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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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청년 입주하던 날
조정진 목사(오른쪽)와 MK학사관에 입주할 청년들이 지난 25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웨슬리선교관에서 이불과 이삿짐 상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옷가지를 담은 이삿짐 상자와 이불, 기타까지 다섯 청년의 짐이 승합차 두 대를 가득 채웠다. 두세명씩 한방에 모여 지내다가 이제는 1인 1실 원룸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다.

지난 25일 찾은 웨슬리사회성화실천본부(웨사본·대표회장 홍성국 목사)의 서울 관악구 신림동 웨슬리선교관은 이사 준비로 분주했다.

이날 선교관에서 지내던 다섯 청년이 동작구 상도동에 새롭게 마련된 ‘웨슬리학사관’에 입주했다. 웨슬리학사관은 해외 선교지를 떠나 국내에 입국해 학업을 이어가는 ‘선교사 자녀’(MK)들을 지원하기 위해 웨사본이 마련한 곳이다.

웨사본은 지난 3년간 선교지 전방에서 일시 귀국한 선교사들에게 숙소와 차량 등을 제공하는 웨슬리선교관을 운영하며 아낌없는 후방 지원을 해왔다. 4년 차를 맞은 올해 웨사본의 눈은 MK를 향했다. 선교사뿐 아니라 그들의 자녀까지 품어 ‘한국교회의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상생과 공유 사역’을 다음세대로 확장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선교지의 코로나19 상황과 학업 등을 이유로 귀국해 웨슬리선교관을 찾는 MK의 수가 점차 늘어 16명에 이르렀다. 선교지에서 부모와 살다 국내로 돌아와 홀로 학업을 이어갈 MK들에게 거처는 중요하다. 선교관에서 선교사들과 함께 지내던 MK들을 위한 별도의 학사관 마련이 시급해졌다.

상도동 학사관 원룸 5개에 이어 올가을이면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원룸 6개를 더 확보할 예정이다. 이날 신림동 선교관에 머물던 남학생 5명이 이사하면서 같은 건물에서 지내던 MK 여학생 7명도 한결 여유로운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

지난 25일 이사를 앞두고 신림동 웨슬리선교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강민석 선임기자


이날 이사한 정현우(20)씨의 부모님은 필리핀 선교사다. 지난해 6월 무렵 정씨와 아버지는 한국으로 왔지만, 어머니는 현지에 남았다. 정씨는 “어머니께서 같이 들어 오셨으면 좋겠지만 현지 사역을 이어가야 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조부모 댁에서 지내다 지난달부터 선교관에서 지냈다. 선교관에서 만난 또래 MK들은 공감대를 함께 나눌 또 다른 형제와 같은 존재다. 정씨는 “선교관에서 지내니까 부모님도 덜 걱정하시는 것 같다”면서 “선교관 목사님들께서 부모님같이 챙겨주셔서 항상 감사할 뿐”이라며 웃었다.

네팔 선교사 부모를 둔 강현묵(24)씨에게 웨슬리선교관은 필요할 때면 안식처가 돼 주는 곳이다. 2019년 입시를 위해 홀로 입국한 그에게 선교관에서 만난 공동체는 큰 힘이 됐다. 강씨는 “서로의 삶을 나누며 공감할 공동체가 생겨 감사하다”면서 “무엇보다 머물 곳이 있다는 것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학사관에 짐을 풀던 그는 “선교관에선 2인1실을 쓰다보니 아무래도 서로 생활패턴이 달라 어려운 점도 있었다”며 “여긴 1인1실이라 차원이 다른 것 같다. 더 집중해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정진 웨사본 상임이사(목사)를 비롯한 웨사본 소속 목회자 2명은 이날 이들이 입주한 방을 찾아 쌀과 라면, 생필품 등을 전하며 불편한 곳은 없는지 살폈다. 조 목사는 “한국교회의 외면으로 방치된 선교사 가정은 없는지 교파를 가리지 않고 연합해 품는 것이 웨사본의 정신”이라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촘촘한 지원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여러 방면에서 선교사들에게 도움을 제공해 후방지원체계로서 웨슬리선교관이 기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16명의 대학생 MK 중 한동대생은 5명”이라며 “한동대 같은 기관과 동문들의 후원과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동작구 상도동 MK학사관 전경과 내부. 웨사본 제공


MK를 위한 학사관으로까지 확장된 웨슬리선교관 사역은 2017년 11월 한 독지가가 영등포구 당산의 오피스텔 2채를 무상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까지 수도권 일대에 모두 26채의 선교관을 개관했다. 설립 3년 만에 일시에 100여명의 선교사와 가족들의 거주가 가능해졌다. 2018년 26개국 159명의 선교사 가정이 1240일간 선교관을 이용했고, 2019년엔 40개국 507명, 4000일로 늘었다. 코로나19가 휩쓴 지난해는 43개국 287명이 6898일간 선교관을 이용했다. 선교관 사역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부각된 한 해였다.

조 목사는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선교사와 가족들이 국내로 일시 귀국해 장기체류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국내에 마땅한 거주지도 없고 선교지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이를 대처할 긴급대응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웨슬리선교관은 일시 귀국 선교사 가정에 숙소뿐만 아니라 차량, 병원 치료 등도 지원한다. 현재는 선교기관, 병원, 식당, 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선교사를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촘촘하게 다지고 있다.

웨슬리선교관장 이상윤 목사는 “웨슬리선교관은 ‘교파 제한 없이’ ‘기간 제한 없이’ ‘비용 부담 없이’란 3가지 운영원칙으로 지켜가고 있다”면서 “상생과 공유의 정신을 가진 26채의 선교관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선한 연대를 통한 후원과 도움이 절실하다”며 교계의 관심과 후원을 호소했다.

이삿날이었던 이날 ‘코람데오’란 이름의 후원자가 500만원을 후원했다. 이렇게 모인 후원금은 희미해져 가는 선교지와 다음세대의 빛을 밝힐 불씨가 된다(후원 문의1588-0692).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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