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영성 작가] 빛의 삶은 어둠에서 더 빛난다

이지현 2021. 1. 2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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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자를 믿음으로 이끄는 기독교 변증의 대가 'C S 루이스'
게티이미지


세계적인 기독교 작가 C S 루이스(1898~1963·아래 사진)는 ‘회의자를 위한 사도’로 불릴 만큼 기독교 신앙의 합리성과 매력을 변증해 온 작가다. 많은 지성인이 그의 저술을 통해 기독교 신앙을 회복했다. 이런 영향력은 루이스 자신이 무신론에서 기독교 신앙인으로 거듭나는 체험을 한데서 나왔다.


그는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청소년 시절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하나님과 멀어졌다. 그러나 31세가 되던 1929년 지적·영적으로 회심한다. 지적 회심은 무신론에서 유신론으로 돌아선 것이고, 영적 회심은 예수의 부활과 삼위일체를 사실로 믿게 된 사건을 의미한다. 루이스가 기독교를 믿기 어려웠던 이유는 2000년 전에 살았던 누군가의 삶과 죽음이 지금 여기서 우리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루이스에게 신앙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사람은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이었다. 잉클링즈로 알려진 소규모 문학 모임에서 이들의 우정은 시작됐다.

톨킨과의 대화

톨킨은 신약성경을 대할 때 신화를 읽을 때처럼 상상력을 열어 놓고 기대를 품고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둘 사이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톨킨은 “그리스도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참된 신화일세. 다른 신화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지. 하지만 엄청난 차이점이 있네. 이 신화는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는 걸세”라고 말했고 이에 루이스는 마음을 연다. 상상력과 이성으로 신앙이 잉태된 순간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의 기독교 변증법도 이 배경에서 나왔다.


1929년 마지막 학기 어느 날 밤이었다. 루이스는 하나님은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무릎을 꿇었다. 루이스는 그날 밤 마지못해서 하는 회심이었으나 하나님은 얼마나 겸손하신지 그런 꼴의 회심자라도 마다하지 않고 받으셨다고 ‘예기치 못한 기쁨’에서 회고했다.

“성경에 나온 탕자는 그래도 제 발로 집을 찾아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조금의 틈이라도 주어지면 탈출 기회를 엿보는 혐오에 가득 찬 눈을 번득이며 엎치락뒤치락 발버둥 치며 질질 끌려서 오는 이 탕자에게 하늘의 높은 문을 활짝 여시고 나선 분의 이 사랑을 그 누가 마땅히 찬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루이스에 따르면 세상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땅이다. 완전한 빛이 비치는 세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완전한 흑암 가운데 있는 땅도 아니다. 만약 세상이 빛이 없는 어둠뿐이라면 우리는 그것이 어둠이란 사실을 알기 어렵다. 어둠을 어둠으로 인식하기 위해서 희미하더라도 빛이 있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선과 의가 없다면 우리는 이 세상이 악하고 불의하다는 것을 알 수 없다. 희미하지만 그림자가 드리운 이 땅에서 우리는 선과 의 그리고 아름다움의 흔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 빛을 주시고 선함과 아름다움을 공급해 주시는 분은 바로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우리 삶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시고 우리의 문을 두드리시며 우리를 찾아오시는 분이다. 우리 안에는 하나님을 사모하는 마음이 있고 우리는 그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루이스는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58세가 되던 1956년 조이 데이빗먼 그레셤과 결혼했다. 이들의 결혼 이야기는 영화 ‘샤도우랜드’로 만들어졌다. 영화 제목이 루이스의 사상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리스도인이란

그리스도인이란 호칭은 ‘제자들’, 즉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아들인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안디옥에서 처음 사용됐다.(행 11:26) 그리스도인이란 기독교의 공통되는 ‘교리’를 받아들인 사람이란 뜻으로 통용된다.

루이스의 말대로 교리는 하나님이 아니다. 일종의 지도이다. 하지만 그 지도는 정말로 하나님과 접촉한 수백명의 경험에 근거를 두었다. 루이스는 “신학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건 하나님에 대해 아무런 개념도 없다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님에 대하여 많은 잘못된 개념, 즉 좋지 못하고 뒤떨어지고 혼란스러운 개념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루이스는 우린 사람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므로 다른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에 대해 그리스도인이니 아니니라고 말하는 것은 교만이란 것이다. 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에서 인간의 가장 큰 죄는 교만이라고 말한다.

“그리스도인들이 순결하지 않은 것을 최고의 악으로 여긴다면 큰 착각이다. 육체의 죄는 악하지만 다른 죄에 비하면 가장 미미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쾌락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은 전적으로 영적인 쾌락이다. 잘못을 남에게 미루고 즐거워하는 것, 남을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거나 험담을 즐기는 것, 권력을 즐기는 것, 증오를 즐기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악한 죄악이다. 우리 안에는 인간적 자아와 싸우는 두 가지 적이 있는데 하나는 동물적 자아이고 다른 하나는 악마적 자아이다. 둘 중에도 나쁜 것은 악마적 자아이다. 교회에 꼬박꼬박 출석하는 냉정하고 독선적인 도덕가가 거리의 매춘부보다 훨씬 지옥에 가까울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루이스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사소한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데 이 사소한 선택은 우리를 하나님과 일치를 이루는 경건한 존재로 바꾸어 놓을 수도 있고 불화하는 사악한 존재로 변하게 할 수도 있다. 기독교의 도덕성은 우리에게 전자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

1940년대 초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의 극심한 고통 속에 빠져있었다. 공영방송 BBC는 루이스를 초청해 기독교 신앙에 관한 일련의 라디오 생방송을 맡겼다. 이 유명한 연설이 나중에 그의 대표작 ‘순전한 기독교’(1952)라는 책으로 출간된 것이다. ‘순전한 기독교’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 서적으로 거론된다. 신앙의 기초를 배우려는 사람이나 기독교 신앙의 타당성에 의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사실 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 출간 이전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1947년 9월 8일 미국의 ‘타임’은 영국의 C S 루이스를 표지에 실으며 옥스퍼드대학의 가장 인기 있는 강연자,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의 대변인 중 한 사람이라고 선언했다. ‘고통의 문제’(1940)와 ‘스크루 테이프의 편지’(1942)를 출간한 후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고통의 문제’에서는 하나님의 선하심과 세상의 고통이라는 신정론의 물음에 대한 응답을 시도했다. ‘스크루 테이프의 편지’에서는 신앙인들이 빠지기 쉬운 유혹을 기발한 착상으로 경고한다. 특히 이 책은 대중적인 기독교 신학자로서의 루이스의 명성을 확고히 해주었다.

루이스에겐 세 가지 얼굴이 있다. 첫 번째는 영문학자이며 비평가로서 명성을 날린 루이스, 두 번째는 아동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나니아 연대기’를 쓴 아동문학가로서의 루이스, 세 번째는 가장 널리 알려진 기독교 작가이자 변증가로서의 루이스이다.


소홀했던 역할은 없다. 낮에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치고 여가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판타지 시리즈를 집필했다. 강의록 없이 진행되는 그의 영문학 강의 시간에는 계단식 강의실이 꽉꽉 찼고, 세계 3대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는 반세기 넘도록 수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루이스가 말한 대로 기독교의 방식은 쉽고도 어렵다. 하지만 그리스도께 우리의 모든 것을 드릴 때 쉬워진다.

“내게 전부를 다오. 나는 너의 시간 돈 일을 그다지 원치 않는다. 나는 너를 원한다. 순결하다고 생각하는 욕구는 물론 사악하다고 생각하는 욕구까지 모두 넘겨다오. 그 대신 나는 새로운 자아를 네게 주마. 그러면 내 의지가 너의 것이 될 것이다.”

(‘순전한 기독교’ 중)

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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