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침 맞는다..왕진 한의사에 9만원, 환자는 30% 부담

29일 건정심서 방문진료 시범사업 계획 보고

이르면 상반기 중 동네 병원 한의사들이 거동이 불편한 환자 집에 찾아가 진료하는 왕진(방문 진료)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2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을 열고 방문 진료하는 한의사들에게 왕진료로 9만3000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한의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보고했다. 현재도 한의사들이 원하면 방문 진료할 수 있지만, 별다른 수가(의료행위에 대한 대가)가 없어 진찰료 정도만 받았다.

앞서 지난 2019년 12월 의사를 대상으로 먼저 이런 시범사업을 추진했고 이번에 한의사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환자의 의료선택권을 충실하게 보장하기 위해 한의과 분야로 확대하는 것”이라며 “지역사회 한의원이 시범사업에 참여해 거동불편 환자에게 방문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마포지사. 뉴스1

복지부는 참여 의원을 신청받아 5~6월 경 시범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걷기 힘들거나 걸을 수 없는 환자, 환자의 보호자가 요청하면 한의사가 집을 찾아 침술, 뜸, 부항 등의 치료를 해준다. 왕진료의 70%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급되고 30%(약 2만8000원)만 환자가 부담하면 된다. 다만 환자 상당수가 노인이나 중증질환자임을 고려하면 왕진료 부담이 적다고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병원에 갔을 때 비급여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병원비가 통상 1만원이 채 안 되는 걸 고려하면 최대 10배 수준이다. 게다가 왕진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 만큼 실제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

복지부 관계자는 “재택 의료 활성화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필요하다”며 “다만 현재 지자체에서 커뮤니티 케어 사업으로 왕진을 하는 경우 환자 본인 부담금이 없어 만족도가 큰데, 부담이 일부 발생하면 반응이 어떨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의사들이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왕진을 다니도록 하기 위해 의사 1인당 일주일에 왕진료를 최대 15번만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을 열고 왕진하는 한의사들에게 왕진료로 9만3000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한의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보고했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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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 약 부담 1/4로

이날 건정심에서는 녹내장 치료제 ‘에이베리스점안액’과 파킨슨병 환자 치료제인 ‘에퀴피나필름코팅정’에 건보를 적용하는 내용도 논의했다. 이에 따라 연간 투약비용이 각 14만→3만3000원, 80만→8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아나필락시스 진단 등을 위한 알레르기 질환 검사에도 보험 혜택을 준다. 아나필락시스는 최근 독감, 코로나19 등의 백신 접종 부작용으로 알려진 전신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증상이 일어난 뒤 트립타제(단백질 효소) 수치와 평상시 기본 수치를 비교하는 트립타제 검사로 진단이 가능한데, 건보가 적용되면 이 비용이 당초 21만5000원에서 1만2000원(상급종합병원 입원 기준)으로 대폭 줄어든다. 두드러기 진단을 위한 자가혈청 피부반응 검사비도 2만9000원에서 9000원(상급종합병원 외래기준)으로 줄어든다. 약물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에게 약물을 소량씩 투입해 몸이 적응하도록 만드는 탈감작 요법에도 보험이 적용돼 비용이 5분의 1수준(20만8000원→4만원)으로 내려간다.

건정심은 현재 전문의 확보 수준에 따라 입원료를 추가로 주거나 깎는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도 개선하기로 했다. 기존의 인력 가산은 5%씩 인하(1등급 18% → 13%, 2등급 10% → 5%)하는 대신 적정성 평가 결과와 연계한 기준을 새로 만들어 의료 서비스의 질에 따라 보상을 달리한다. 적정성 평가결과가 ▶우수한 상위기관과 ▶이전 평가결과 대비 점수가 상향된 기관에 대해 차등해 준다. 종합점수가 상위 10% 이내면 20%, 상위 30% 이내면 10% 가산하고, 직전 대비 점수가 5점 이상 오르면 5% 가산한다.

복지부는 “요양병원의 전반적인 의료 질을 향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g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