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집단감염 한양대병원..15층 폐쇄, 코호트격리 논의중
서울 대형병원에서 또다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인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9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에서 이날 오후 3시까지 23명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입원한 환자를 간병하던 보호자 1명이 27일 최초 확진 판정을 받은 후 28일 5명, 29일 17명이 추가로 감염됐다. 확진된 23명은 의사 1명, 간호사 1명, 간병인 11명, 환자 10명 등이다. 현재 직원과 환자, 보호자 등을 대상으로 진단 검사를 하고 있어 환자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확진자가 나온 병원 15층을 폐쇄했고,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를 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대본은 “구체적인 감염경로 등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내일(30일) 브리핑을 통해 관련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양대병원 병상 수는 837개다. 정신과 폐쇄 병동 16개가 포함돼 있다. 의사는 총 410명이며 이들을 포함한 직원은 2000여명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직원 2000여명과 환자, 보호자 등을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하고 있다. 검사자가 한데 몰려 질서 유지가 어려울 정도라 직원들이 동원돼 검사를 돕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8월에도 이 병원 인공신장센터 직원이 코로나로 확진돼 센터가 폐쇄된 적 있다. 이후 직원과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 직원 1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또다시 대형 집단감염이 터지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병원발 감염이 우려되는 건 면역력이 약한 환자와 간병인 등이 집단생활해 한번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대규모 환자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폐쇄적인 환경 탓에 감염자가 한 명만 있어도 쉽게 번질 수 있다. 특히 암 환자 등 중증환자가 적잖아 환자 가운데 확진자가 추가로 나올 경우 파장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입원환자와 보호자들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그간 대형병원발 감염은 종종 있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첫 환자가 확인된 이후 관련 환자가 2주 만에 58명까지 늘었다. 당시 세브란스에서 시작된 전파가 지역사회를 거쳐 요양시설로 번지기도 했다. 서울 아산병원에서도 지난해 11월 재활 병동에서 환자 2명이 나온 이후 나흘간 5명의 환자가 확인됐다. 올 초엔 경기 평촌 한림대 성심병원에서 첫 환자가 확인된 이후 입원 환자에서 환자의 가족 등으로 확산해 누적 환자가 16명까지 늘었다.
대형병원들은 입원이나 수술 환자들을 받을 때 코로나19검사를 먼저 하고, 음성이 확인돼야 건물 내로 들인다. 하지만 감염된 상태로 잠복기인 환자가 입원 이후 발병하면 속수무책이다. 또 한양대병원 사례처럼 병간호를 맡은 보호자에 의한 외부 유입도 막기 어렵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역사회 환자가 많은 상황에서, 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어느 병원도 안전한 곳은 없다는 것”이라며 “다만 병원 측이 조기에 환자를 발견했고 평소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방문객 제한 등의 기본 수칙을 잘 지켰다면 우려와 달리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당국은 오는 31일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는 만큼 완화 여부를 검토해 이날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단계 조정을 앞두고 최근 집단감염이 속출하면서 발표를 이틀 미뤄 31일까지 확산세를 판단한 뒤 당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황수연·허정원 기자 ppangshu@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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