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과 입춘 사이- 대한에 매듭짓고 입춘에 새로 시작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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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희(생태환경교육 협동조합 숲과들) ]
▲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담저수지의 겨울. 철새들이 눈 내린 저수지 위를 걷고 있다. |
ⓒ 용인시민신문 |
옛날 대다수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던 시절 날씨와 자연의 변화는 아주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신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신들 세상의 법칙을 관찰하고 읽어내어 함께 쌓아온 집단 지성의 결과물이 바로 절기다.
절기에 따라 날씨가 어떨 것이다 예측이 되고, 자연의 모습이 어떨 것이다 짐작이 갔다. 그래서 이때쯤이면 농사를 어떻게 준비하고, 또 어떻게 짓고 갈무리 할 것인지 알려줬다. 농사 외에도 그 절기에 따라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림 채비를 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이렇게 살아라' 라는 생활 속에서 자연의 순리를 따라가는 방법이 들어있다.
설날, 단오, 추석 등 큰 명절이 음력으로 날짜를 세는 반면 절기는 양력이다. 태양의 움직임이 계절과 날씨의 변화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1년에 24번의 절기가 있어 24절기라 부른다.
▲ 겨울 철새들이 용담저수지 위에 남겨 놓은 발자국은 한폭의 그림과 같다. |
ⓒ 용인시민신문 |
대한이라고 하면 엄청 추울 것처럼 생각되지만 대한은 이미 추위가 한풀 꺾이는 시점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각종 일기예보를 찾아보면 '대한을 기점으로 날씨가 풀리고 있다. 영상의 기온을 회복하고 있다'라는 뉴스가 많다. 소한 무렵이 대한 때보다 훨씬 춥다는 뜻으로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라는 속담도 있다. 대한이 이름값을 못한다고 할까.
▲ 겨우내 얼었던 용담저수지가 대한을 기점으로 서서히 녹으며 봄을 맞고 있다. |
ⓒ 용인시민신문 |
절기에 대해 알게 되면서 봄 기운이 시작되는 입춘 무렵이 정말 1년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다. 우리가 1년을 이야기할 때, 봄여름가을겨울이라고 하지 겨울봄여름가을겨울이라고 하지 않지 않은가. 겨울 중간에 새해가 시작되는 것에 뭔지 모를 어색함이 있었다. 시작과 끝이 확실한 해의 바뀜이 한창 겨울 속에서 이뤄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올해의 대한이 더 간절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어쩜 '끝'이라는 말 때문인 거 같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으로 사람들의 일상이 바뀌었고, 직업도 가계도 바뀌었다. 2020년은 모두에게 잃어버린 해가 됐다. 아무 것도 못하고 지나버린 해가 너무 억울하다는 말도 한다. 이렇게 지겨운 시간들이 이젠 끝이 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절기의 끝 대한이 이토록 절실하게 박히는 것 같다. 입춘이 오며 봄의 기운이 돋아나듯 새 삶이, 새 생활이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너무 간절하다.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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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신승희(생태환경교육 협동조합 숲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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