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불개미의 반란..'게임스탑 대첩' 승리뒤 45개 좌표 뜬다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비디오게임 유통체인 ‘게임스탑’의 주가 폭등을 이끌며 헤지펀드와 벌인 ‘미국판 공매도 대첩’에서 승리한 개인투자자들이 또 다른 먹잇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제2·제3의 게임스탑'을 찾기에 나선 것이다. 미국 내 다른 업체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유럽 등 해외주식과 현물시장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내전(內戰)에서 승리한 뒤 원정까지 나서려는 미국 '불개미'의 폭주가 거세질 태세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규제 당국도 “상황을 적극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시장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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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백기’에 다른 먹잇감 물색
게임스탑은 전 세계에 약 6000여개의 매장을 두고 비디오 게임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프라인 게임 소매상이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 시장이 커지며 적자가 이어지고 지난해 말 1000여개의 매장을 닫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경영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이 회사가 세계금융시장과 뉴스의 한가운데 선 것은 미국 불개미와 헤지펀드 사이에서 벌어진 '공매도 대첩'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자 개미들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고 판단하며 헤지펀드가 공매도(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이 팔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에 나서며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개미들이 공매도 세력과의 일전을 선포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정보 공유방인 '월스트리트베츠(Wall Street Bets)'를 중심으로 전면전에 나섰다. 현물 주식뿐 아니라 파생상품시장에서 콜옵션(만기일 이전에 미리 행사한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권리)까지 매집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올해 초 10달러대인 주가는 지난 27일 347.51달러까지 치솟았다.
불개미의 화력이 집중되며 주가가 치솟자 손을 든 건 헤지펀드다. 지난 27일 헤지펀드인 멜빈 캐피털은 게임스탑으로 37억 달러(4조 1325억원)가 넘는 손실을 내고 공매도 계약을 종료했다. 주가가 더 오르기 전 손실을 줄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을 사들이는 '공매도 쥐어짜기(short squeeze)' 때문이다. 빌려서 판 주식을 다시 사서 갚아야 하는 데 주가가 오르면 공매도로 인한 손실이 무한대가 될 수 있어서다.
게임스탑의 과열 양상 속 시장교란 등의 논란이 일자 온라인 주식거래앱인로빈후드 등 일부 중개업체가 개인투자자의 거래를 제한하며 28일 게임스탑의 주가(193.60달러)는 44% 넘게 하락했다.
'제2의 게임스탑'으로 여겨지며 주가가 급등했던 영화관 체인 'AMC엔터테인먼트 홀딩스'(-56.63%)와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블랙베리'(-41.63%), 의류유통업체 '익스프레스'(-50.79%) 등도 이날 모두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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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파워’ 해외진출…노키아 주가도 올라
헤지펀드를 때려눕힌 미국 불개미는 또 다른 사냥을 준비하고 있다. 주가 하락의 충격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즈아"를 외치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베츠'에서 해당 업체의 ‘좌표’를 찍으면 개인 투자자들이 상장업체의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게임스탑 카오스'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불개미는 유럽 등 해외 주식시장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개미의 '사자'세에 핀란드의 휴대폰업체 노키아(Nokia), 독일의 제약업체 에보텍(Evotec), 영국의 출판업체 피어슨(Pearson), 폴란드의 유명 게임제작사인 CD 프로젝트(CD Projekt) 주가가 상승했다.
2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공매도 쥐어짜기’로 불개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는 45개 종목을 발표했다.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으로, 부동산업체 ‘마세리치’와 외식업체 ‘치즈케이크 팩토리’ 등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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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커지고 있지만...전문가들 “계속될 것”
시장과 정치권 등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당)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시장 교란 등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베츠를 만든 제이미 로코진스키도 이날 WSJ과의 인터뷰에서 “기차가 실시간으로 출동하는 것을 보는 기분”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주도하는) 헤지펀드의 대표들에게 협박 전화를 한다고 들었을 때는 선을 넘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문제는 '공매도 쥐어짜기'를 겨냥한 개인투자자의 집단 매수세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데 있다. 막대한 손실을 본 헤지펀드가 현금을 확보하고 주식 비중을 낮추기 위해 보유 주식을 내다 팔며 시장이 출렁이고 있어서다. 2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30% 하락한 2976.21에 거래를 마치며 17거래일 만에 3000선이 무너졌다. 일본 닛케이(-1.89%)와 대만 가권(-1.8%) 지수도 모두 하락했다.
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헤지펀드와 공매도 대첩을 이어가는 개미의 집단행동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글로벌 중개업체 슈와브 리서치센터의 랜디 프레드릭 부사장은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스탑과 같은) 주가 폭등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것”이라며 “주가 폭등을 한번 경험해본 개인 투자자들은 또 다른 주식 폭등 현상을 일으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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