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원전 비핵화 로드맵 짜며 내부 검토, 실제 제안은 안한 듯"

박현주 2021. 1. 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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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소식통 "비핵화 협상 진행 와중에 북한 제안은 불가능"
"북‧미 신뢰 구축시 미국도 '대북 원전 제공' 동의 가능성"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18년 북한 지역 원전 건설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 핵심은 실제 북한에 이를 제안하거나 협의가 이뤄졌는지다. 당시 남·북·미 간 대화 프로세스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비핵화 로드맵을 짜는 과정에서 부처 차원에서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하지만 북한에 공식적으로 제안한 바는 없는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소식통은 29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이 나온 뒤 정부 부처마다 각자 할 수 있는 가상적 역할을 선제적으로 검토했을 것”이라며 “산업부 차원에선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포기했을 때에 대비해, 북한의 전력 발전 문제와 한국 정부의 원자력 지원 방안을 검토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05년 9.19 공동성명 당시에도 북한에 대한 경수로 공급 문제가 논의됐고 전기 제공 계획까지 세웠던 만큼 유관 부처에서 과거 자료를 살펴보고 비슷한 시나리오를 검토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소식통은 산업부가 작성한 문건 자체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 회담 모습.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상황을 상정했을 때 대북 원자력 지원 방안은 필수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인센티브라고 또다른 소식통은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할 경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에서 핵 개발과 원자력 사업에 종사하던 인력에 대한 구제조치로써도 (북한 원전은)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원자력 기술 자문 및 국내 연구용 원자로의 북한 수출 등을 언급했다. 또 "북‧미 양국 간 신뢰가 구축됐다는 전제 하에 미국도 비핵화 인센티브로써의 원전 및 원자력 기술 제공은 막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지역에 원전을 짓되 관리권을 한국이 가져오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북한이 NPT에 복귀하면 다른 나라들처럼 순수 전력 생산이나 농업용‧의료용 목적으로 원자력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물론 여기엔 북한의 무기화된 핵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불능화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한편 소식통들은 이런 식의 대북 원전 지원 구상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검토해온 인센티브 방안이라고 전했다. 이런 맥락을 고려했을 때 청와대의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더라도 원자력연구원 등 관련 업계와 학계에서 선제적으로 가능성을 검토했을 가능성도 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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