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후려치기' 쿠팡이츠에 무슨 일이?

노승욱 2021. 1. 2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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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가 배달 난도에 따라 배달 수수료를 차등지급하는 ‘배달 수수료 실시간 할증 정책 변경안’을 3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자 라이더 반발이 거세다. 개편안이 최고 수수료를 2만6000원까지 높이는 한편, 최저 수수료는 기존 3100원에서 2500원으로 20%나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최고 수수료는 폭우 등의 악천후에나 이따금 발생하지만 최저 수수료는 배달 수요가 몰리는 점심과 저녁 시간을 제외하곤 흔히 발생한다. 결국 이전과 같은 배달 주문 건수를 수행했을 때 라이더 평균 수입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쿠팡이츠가 3월부터 음식 배달 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수수료 후려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음식 배달 시장은 날씨가 안 좋은 여름과 겨울이 성수기다. 이때는 배달 수요는 몰리는 반면, 라이더는 부족해 라이더 몸값(배달 수수료)이 치솟는다. 반면 봄, 가을은 배달 대신 외식 수요가 늘고 라이더 공급도 늘어나 상대적으로 배달 수수료도 하락한다. 즉, 3월부터는 최저 수수료를 낮춰도 라이더 확보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쿠팡이츠가 비용을 줄여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급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로 봄에도 배달 주문이 급증해 비수기를 겪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날씨가 풀리며 배달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한 데다, 실업자가 대거 라이더 일자리로 몰리며 라이더 확보도 비교적 쉬워졌다. 쿠팡이츠의 이번 수수료 개편안은 적용 사례가 드문 최고 수수료를 높이는 척하며 실제로는 최저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진짜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라이더들은 최저 수수료 적용 시 최저임금도 안 나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라이더는 “쿠팡이츠는 ‘1주문 1배달’ 구조여서 묶음배송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도 없다. 최저 수수료가 적용되는 낮 시간대에는 한 시간에 3~4개 배달하면 실질적으로 최저임금도 못 받게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쿠팡이츠의 ‘1주문 1배달’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1주문 1배달’은 한 번에 3~4개 음식을 배달하는 ‘묶음배달’보다 효율이 떨어져 비용이 더 든다. 그동안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린 쿠팡이츠가 배달 수수료를 건당 2만원 넘게 책정하는 등 라이더 우대 정책을 펴며 손실을 떠안아왔다. 쿠팡이 로켓배송 서비스 구축을 위해 매년 조 단위 적자를 감수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배달 주문이 급증하며 쿠팡이츠에서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결국 라이더 혜택을 축소하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에 음식 한 개만 배달하면 도착은 빨리해도 그만큼 라이더가 많이 필요해 라이더 비용이 더 든다. 그동안은 이 부담을 쿠팡이츠가 떠안아왔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와 식당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 최저 수수료 인하에 실망한 라이더들이 쿠팡이츠를 외면하면 라이더가 부족해져 1주문 1배달이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노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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