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의 꿈을 이룬 남자, 그는 왜 허탈해 했을까

김동근 2021. 1. 2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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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

[김동근 기자]

 애니메이션 <소울>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누구에게나 평생 이루고픈 꿈이 하나씩은 있다. 그 꿈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그곳에 무사히, 원하는 시점에 도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누구나 원하는 걸 다 가질 수 없듯, 꿈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한계에 다다르면 다른 길을 선택한다. 일부는 그냥 마음속에 감춘 채 살아가기도 한다. 

겉으로는 체념하고 잊은 듯해도 누구나 자기 일생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순간이 갑자기 찾아온다면 죽을 힘을 다 해 잡을 것이다. 그렇다면 힘든 과정을 거쳐 평생의 꿈을 이룬 사람들은 그 다음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살아갈까? 목적을 이루면 삶이 완성된다고 생각했던 그들 삶의 그 다음은 무엇이어야 할까?

애니메이션 <소울>은 그 질문에 대답하는 영화다. 학교 음악 선생님인 조(제이미 폭스)는 성공적인 공연을 해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 자신의 꿈이자 목적이라고 믿는다. 학교 음악 선생님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해나가기 보다는 완벽한 공연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어느 날 그는 학교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기회와 유명 재즈클럽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앞두고 무척 기뻐하던 그는 급작스럽게 맨홀에 빠져 죽음의 세계로 들어선다.
 
 애니메이션 <소울>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늘 뛰어난 상상력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픽사는 이번에도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준다. 이미 많이 보아왔던 사후세계를 묘사하는데,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관객들도 예상 가능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소울>은 거기서 한 걸음 옆으로 옮겨 태어나기 전 세상의 모습을 창조하여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출생 전 세상의 모습은 과거 어떤 애니메이션에서도 볼 수 없었던 소재다. 

사후 세계는 모든 이가 죽으면 가는 곳이지만, 출생 전 세상은 아기로 태어나기 전 영혼들이 사는 곳이다. 태어날 존재들은 작고 부드러운 솜사탕처럼 동그란 모습이고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형이상학적 형태를 띠는 선으로 이뤄져 있다.

출생 전 세상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혼들에게 각자의 특성을 랜덤으로 지정해주고 다양한 멘토들을 연결시켜 영혼들의 '불꽃'을 찾아주도록 한다. 즉 개인별 특성을 일깨워주는 교육시설로 묘사된다. 그 특성은 개개인의 성향이나 능력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지구로 가야할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생일대의 기회 앞에 죽은 조의 저세상 탈출기

이야기의 주인공 조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는 대열에서 탈출해 출생 전 세상으로 떨어지고 여기서 아직 태어나지 못한 22(티나 페이)의 멘토가 된다. 22는 여러 위인들에게 맡겨져 교육을 받았지만 아직 자신의 마지막 특성을 찾지 못해 긴 시간동안 태어나지 못한 캐릭터로, 지구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22는 아직 자신이 지구로 가야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다. 조와 22는 완전히 대조되는 인물이다. 조는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22는 그 삶을 시작 하기 원치 않는 인물이다. 그렇게 두 인물이 티격태격 하는 과정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든다.

<소울>은 이렇게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과 그 삶으로 가기 싫어 하는 사람의 만남을 통해 '살아감'의 가치를 일깨운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동력 중 하나는 태어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22의 불꽃이 무엇일까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삶이 초라하다고 생각하는 조의 모습이다. 영화는 자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이 없다는 이유로 태어나기를 거부하는 22와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며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인생이 초라하다고 느끼는 조의 모습을 통해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이후 이야기는 다시 지구에서 진행되는데, 어떤 사건으로 인해 조는 고양이의 몸으로, 22는 조의 원래 몸으로 들어가 뉴욕에서 여러 소동을 벌이는데 꽤 유쾌하게 그려진다. 조와 22는 조의 저녁 공연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여러 곳을 다닌다. 그 와중에 그들이 한 일은 피자를 먹고, 엄마의 가게에서 대화를 하고, 이발소에서 이발사와 대화를 하는 등 아주 평범한 것들이다.

또한 멍하니 거리에 앉아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대화하는 사람들을 보는, 우리가 매일 일상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도 접한다. 이 장면들은 <소울>이 가장 신경써서 묘사하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매우 디테일하고 따뜻한 톤으로 묘사된 이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은 무척 아름답다. 
 
 애니메이션 <소울>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조와 22는 고군분투하며 조가 원했던 것과 22가 원했던 것을 이루어낸다. 특히 조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던 목표에 다다르지만, 그 뒤에 무엇이 있을 것인지 그 자신도 빨리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와 22가 같이 경험했던 그 순간들은 둘에게 어떤 깨달음을 준다. 그건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이유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두 캐릭터가 그 일을 겪고 나서 조는 삶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았고, 22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그들이 이야기 속에서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는 개개인이 영화를 직접 본 뒤 느끼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영화가 던진 질문의 답은 결국 관객 자신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 <소울>의 공동 감독 중 한 명인 피트 닥터는 <업>(2009)이나 <인사이드 아웃>(2015) 같은 작품에서도 뛰어난 상상력과 따뜻한 이야기를 훌륭하게 전달했던 감독이다. 이번 <소울>도 이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출생 전 세계를 보여주고, 삶의 가치나 목적에 대한 이야기를 따뜻하고 세심하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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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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