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공정하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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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였다.
자영업 손실보상제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 중 하나인 '공정경제'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과연 자영업자들만 피해 집단인가', '이들의 손실을 보전하면 공정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가'란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이들 입장에서 본다면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보전해줘야 공정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는 착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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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였다. 그간 당정 간 이견을 보였던 자영업 손실보상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검토 지시 후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여당은 즉각 "‘한국형 손실보상제’의 입법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며 속도전에 돌입했다.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엉거주춤하고 있지만, 곧 법제화 수순을 밟을 게 뻔하다. ‘소급적용을 해야 한다’, ‘지급 조건을 매출로 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등의 백가쟁명식 의견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괜히 나라 곳간을 생각한다고 이런저런 훈수를 뒀다간 ‘너의 나라냐’란 소리를 들을 분위기니 말이다.
자영업 손실보상제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 중 하나인 ‘공정경제’에서 비롯됐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자영업자의 타격이 컸으니 이를 보전해주는 게 바로 공정경제의 실현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이의를 제기할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런데 ‘과연 자영업자들만 피해 집단인가’, ‘이들의 손실을 보전하면 공정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가’란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매달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는 월급쟁이 중에도 코로나19 후 줄어든 월급에 힘들어하는 이들이 꽤 많다. 일자리를 잃은 이들도 꽤 된다. 똑같은 잣대로 본다면 이들의 월급도, 일자리도 보전해줘야 공정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들을 위한 손실보상제의 법제화도 필요하지 않은가. 이들 입장에서 본다면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보전해줘야 공정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는 착각일 뿐이다.
또 다른 논란인 이익공유제도 비슷하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이익을 낸 기업들이 코로나19 때문에 고통받는 계층을 돕자는 취지에서 추진한다고 하지만 코로나19로 수혜를 본 기업과 손해를 입은 기업을 구분하는 작업 자체가 난센스다. 코로나19 여파로 최고 수혜를 입은 업체로 꼽히는 쿠팡만 하더라도 2014년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언택트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 역시 쿠팡은 2000억원 정도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배달의민족 역시 영업적자를 모면하지 못한 상황이다. 여전히 적자인 기업들에게 언택트 열풍의 수혜를 봤으니 기금을 출연하라고 하는 게 공정한가.
기업의 또 다른 축인 주주 입장에서도 공정은 생각해 볼 문제다. 배당으로 받아야 할 이익의 일부를 관련 없는 집단과 공유해야 한다는 자체가 주주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해서다. 정치권이 압박하고 있는 금융권 주주 사이에선 이미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은행지주와 은행들의 배당성향을 20% 이하로 유지하라는 금융위원회의 권고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주주들은 금융위가 표면적 이유로 내세운 코로나19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손실흡수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이익공유제와 배치된다고 반발한다. 이 같은 논란은 예상치 못한 배임 등의 문제로 확대될 수도 있다. 이미 우린 국가 브랜드 향상이란 선한 공익을 앞세웠던 미르재단을 통해 수업료를 충분히 치르지 않았는가.
단순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익을 냈으니 공유하라는 식의 정치권 요구는 공정하지 않다. 지금의 성적표를 받기 전 대규모 선행투자에 따른 손실액은 그럼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경제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기업의 투자 의욕만 저하시킬 수 있다. 숲 전체를 보지 않고 한쪽만 보는 정책으론 공정경제를 실현할 수 없다. 선한 정책이 공정하다는 착각일 뿐이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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