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축구인데, '수비수 실수'로 무너지는 무리뉴 사단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주제 무리뉴식 '실리 축구'가 한계를 맞은 것일까. 수비진의 실수 속에 또 승점을 잃었다.
무리뉴 감독의 별명은 우승 청부사다. 포르투갈,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을 거치면서 리그 우승을 8번이나 차지했다. 컵 대회 성적도 눈부시다. 무리뉴 감독은 감독 경력 동안 국내 대회와 유럽 클럽대항전을 통틀어 14차례 컵 대회 결승에 올랐다. 이 가운데 무려 12번을 이겼다. 결승전 승률만 헤아리면 무려 85.7%에 달한다. 이렇게 대단한 성과를 낸 것은 무리뉴 감독이 '승리'를 위한 실리 축구를 펼치기 때문이다.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을 펼쳐 약점을 공략하는 것이 무리뉴의 스타일이다.
2020-2021시즌 선두를 질주할 때도 낮은 점유율에도 골 결정력을 높이며 성적을 냈다. 9라운드 맨체스터시티전(2-0 승)을 시작으로 첼시(0-0 무), 아스널(2-0 승)까지 라이벌전에서 호성적을 거둔 것도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의 힘이었다.
무리뉴 감독의 축구에선 일단 수비가 먼저다. 실점하지 않으면 승점을 1점이라도 따낼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리버풀과 치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경기에 접근했다. 토트넘은 최후방에 5명의 수비수를 세워 리버풀의 스리톱과 풀백의 전진을 제어하려고 했다. 전반전을 전체적으로 보면 잘 제어했다.
문제는 팀의 전술적 대응이 아니라, 선수 개인의 실수였다. 전반 종료 직전 세르주 오리에가 침투하는 사디오 마네를 완전히 놓치면서 실점했다. 후반 2분 만에 실점할 때도 위고 요리스가 사디오 마네의 슈팅을 문전 쪽으로 걷어냈고, 수비진 전체가 서서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득점을 지켜봤다. 세컨드볼에 반응이 늦었다. 후반 20분엔 조 로든이 길게 넘어온 크로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마네에게 골을 헌납했다.
무리뉴 감독 역시 경기를 마친 뒤 수비진의 "전반전엔 아주 좋은, 그리고 견고한 경기력이었다. 하지만 전반전 시작과 마지막 순간에 실수가 2번 있었다. 마지막 순간의 실수 때문에 0-1로 하프타임에 들어갔다"며 "전반전 마지막의 실수로 모든 것이 꼬였다. 전반전을 절대 뒤진 채로 마무리할 것은 아니었다"며 수비 실수를 꼬집었다. 이어 "후반전에도 야심차게 나섰고, 결단력도 보여줬지만 수비 실수로 0-2가 됐다. 좋은 반응을 보였고 호이비에르의 골이 나왔다. 팀의 전신력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경기를 주도하며 상대 진영에 있을 때 또 실수가 나왔다. 이번엔 경기를 아주 잘하고 있던 조 로든 쪽이었다. 우린 실수의 대가를 치렀다"며 사실상 수비진 실수가 패배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수비의 조직력은 비교적 빠르게 갖출 수 있다. 하지만 선수 개개인이 일으키는 실수는 지도자로서도 대처하기가 어렵다. 토트넘의 수비진 구성은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
에릭 다이어는 지난 시즌까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다가 이번 시즌 주전으로 재도약했다. 토비 알더베이럴트는 30대에 접어들었고 이번 시즌 주전에서 다소 밀려난 상태다. 다빈손 산체스 역시 실수가 잦고, 이번 경기에 선발로 나섰던 조 로든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수비 축구를 펼치는 팀의 수비 구성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김민재(베이징 궈안)의 영입설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유가 있는 셈이다.
비단 이번 리버풀과 경기만 문제가 아니다. 이번 시즌 토트넘은 먼저 리드를 잡았다가 무승부를 거둔 적이 5번이다. 3라운드 뉴캐슬(1-1), 5라운드 웨스트햄(3-3), 12라운드 크리스탈팰리스(1-1), 울버햄턴(1-1), 풀럼(1-1)이 그 경기들이다. 뉴캐슬, 웨스트햄전은 동점 골을 후반 추가 시간에 얻어맞았고, 나머지 3경기 모두 후반전 절반이 지난 시점에 동점을 허용했다. 수비적으로 버티려고 하다가 무너졌다는 의미다.
공격적인 면에서 무리뉴 감독이 전술적으로 다양한 득점 루트를 만들지 못하는 것 역시 문제다. 만능 공격수인 케인과 공간으로 침투하는 데에 특화된 손흥민 조합을 앞세운 '플랜A'는 확실히 강력하다. 하지만 이 역시도 수비에서 이어진 역습 상황에서 힘을 발휘한다. 리드를 지키려는 의도가 강해지면, 토트넘은 공격에서 힘을 뺀다. 보수적인 무리뉴 감독의 스타일이 묻어난다. 추가 득점이 터지지 않으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 때가 적지 않다.
최근 몇 시즌 EPL은 맨시티와 리버풀의 양강 구도였다. 두 팀 모두 주도적인 축구로 상대를 몰아친다. 무리뉴 감독의 스타일에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영국 매체 '익스프레스'는 토트넘이 지난 15라운드에서 울버햄턴과 비기자 "토트넘은 너무 깊이 내려앉았다. 주도권을 전혀 쥐지 않았다. 대신 상대가 먼저 움직이기만 기다렸다"며 "수비적인 전술로 프리미어리그를 3차례나 우승했지만 이젠 구시대적인 전술로 보인다. 토트넘이 승리를 더 많이 따내기 위해선 전술적으로 변화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리뉴 감독의 리그 마지막 우승은 2014-2015시즌이다. 무려 6시즌 전이다. 당시만 해도 이전까지 12시즌을 보내며 8번의 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이번 시즌 리그컵 결승에 오르며 컵 대회에선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리그 우승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순위도 그렇지만 경기 운영의 문제도 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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