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훈의 돛단book]'바퀴 달린 아이폰' 미래 力士가 되다

박충훈 2021. 1. 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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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著 '테슬라 쇼크'

일년만에 시총 5배 뛴 전기차 기업

생산부터 수익모델까지 아이폰과 유사

사업요소 대부분 자체 해결 가능해

독자적 모빌리티 제국 건설 가속화

완성차업체도 합종연횡하며 맹추격중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요즘 해외주식으로 재미 좀 봤다는 이들에게 부동의 ‘원픽’은 단연 테슬라다.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며 내연기관차 업계는 판매 대수가 급감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테슬라는 1년 만에 시가총액이 약 5배로 불어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시가총액 6500억달러(약 718조2500억원)를 넘어선 것이다.

신간 ‘테슬라 쇼크’는 테슬라의 가치를 재무적 성과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비전, 그리고 그 비전이 하나씩 이뤄져 가는 과정 자체가 세상 사람들이 테슬라를 따르고 응원하게 하는 원천"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주가라는 수치로 나타났을 뿐이다.

현재 차량 판매 대수 등에서 테슬라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지난해 테슬라 전기차의 세계 판매량은 50만대로 점유율 1% 정도다. 그런데도 머스크는 2030년까지 2000만대를 팔겠다고 선언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책의 부제 ‘바퀴 달린 아이폰, 혁명을 예고하다’가 힌트다. 테슬라 전기차는 애플의 아이폰과 무척 닮았다. 기기적 특성, 수익 창출 수단, 생산방식과 독선적 리더십까지 비슷하다. 아이폰이 그랬듯 테슬라도 인류의 삶과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바꾸고 있다.

아이폰이 전화 기능을 갖춘 작은 컴퓨터라면, 테슬라 전기차는 도로 위를 움직이는 거대한 컴퓨터다. 테슬라 전기차에는 강력한 성능의 전자제어유닛(ECU)이 장착돼 있다. ECU도 펌웨어 업그레이드로 기능이 향상된다. 차량은 감가상각된다는 것이 기존 상식이었다. 하지만 테슬라 전기차는 시간이 갈수록 기능 업그레이드를 통해 오히려 가치가 더 올라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월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델3’ 전기차 배송 행사에서 춤을 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이폰이 애플리케이션 마켓이라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듯 테슬라도 신개념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2019년에는 자체 자동차 보험을 출시했다. 자율주행 기능 향상으로 수년 안에 로보택시를 운영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테슬라는 제품 제조부터 사후관리까지 ‘폐쇄적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사업에 필요한 요소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차량 제어 소프트웨어, 데이터 송수신 클라우드센터, 자율주행의 핵심 두뇌인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자체 설계했다. 전기차 충전소 ‘슈퍼차저’는 물론 1만2000개의 저궤도 인공위성으로 구성된 통신망인 ‘스타링크’까지 갖췄다.

이로써 무르익기 시작한 전기차시장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빠르게 모빌리티 제국을 건설하는 게 가능해진다. 이는 100년 전 철광석 채굴부터 차 조립까지 수직통합체계를 갖췄던 헨리 포드(1863~1947)의 방식과도 유사하다. 그래서 혹자는 머스크를 ‘포드의 재림’이라고 부른다.

테슬라는 기존 제조업의 장점을 자체 체질에 맞게 활용하기도 한다. 자동차 산업의 권위자인 후지모토 다카히로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는 "테슬라가 무서운 점은 IT 기반으로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조업의 본질을 제대로 배워 나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반값 배터리’다. 머스크는 지난해 9월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배터리 원가를 56%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테슬라 쇼크’의 저자는 테슬라가 소재와 생산과정에서 원가 절감, 공정 개선으로 ‘반값 배터리’를 구현한다는 전략이 전통 제조업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본다.

아이폰의 대항마로 안드로이드폰이 나왔듯 테슬라와 경쟁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엔비디아와 ARM 연합이 대표적 예다. 그래픽 처리 장치 전문 기업 엔비디아는 이미지 데이터 활용과 딥러닝 분야에 강점이 있는 업체다. 과거 테슬라와의 협업으로 자율주행차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엔비디아가 소프트뱅크로부터 인수한 ARM은 반도체 회로 설계도를 파는 곳이다. 더욱 정밀한 계산이 요구되는 AI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테슬라 쇼크’는 이들 기업이 뭉치면 자율주행 기술에서 테슬라와 함께 시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폴크스바겐은 2025년까지 연 15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올해 후지산 인근 공장 부지에 자율주행차 맞춤형 마을을 착공한다.

한편 ‘테슬라 쇼크’에서는 직원을 혹사시키기로 유명했던 일벌레 스티브 잡스(1955~2011)와 머스크에 대해 "소선(小善)은 대악(大惡)과 닮았고, 대선(大善)은 비정(非情)과 닮았다"는 말로 변호한다. 과거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일본항공 재건에 성공했던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이 한 말이다. 저자는 "리더가 자신과 자신의 조직을 철저히 객관화해 바라보고, 변화가 필요할 때 그 변화를 단행할 수 있으려면 때로는 비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테슬라 쇼크/최원석 지음/더 퀘스트/1만7000원)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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