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제작진이 어른들을 위로하는 방법

김준모 2021. 1. 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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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스트레스 제로>

[김준모 기자]

 
 <스트레스 제로> 포스터
ⓒ (주)트리플픽쳐스
 
<스트레스 제로>는 독특한 만남만큼 특별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먼저 이 작품의 제작사 302플래닛은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뽀통령', <뽀로로> 시리즈를 통해 귀여운 캐릭터와 아기자기한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신작의 감독을 맡은 이대희는 동심 파괴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으로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파닥파닥>은 횟집에 갇힌 고등어가 탈출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로 귀여운 물고기 캐릭터와 달리 섬뜩한 이야기로 큰 충격을 선사했던 바 있다.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조합을 선보이는 이 작품은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색깔에 어른들의 고민을 담아낸 키덜트를 저격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작품의 주인공은 세 명의 아저씨들이다. 죽마고우 사이인 이들은 각자의 생계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현실적인 아저씨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는 점은 어린이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힘든 선택이다. 그래서 그런지 '스트레스 제로'라는 소재도 바쁜 현대인을 대상으로 한다.   
 
 <스트레스 제로>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한 거대기업에서 '스트레스 제로'라는 음료를 낸다. 이 음료는 현대인이 겪는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줄 수 있는 특별한 기술로 제조했다고 광고한다. 불티나게 음료가 팔리던 중, 서울 곳곳에서는 불괴물이라는 정체불명의 괴생명체가 나타난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짱돌은 일하는 직장마다 불괴물이 출몰해 무너지면서 실직자 신세가 된다. 친구 타조를 따라 퀵서비스 일을 하며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짱돌. 어느 날 짱돌은 고박사의 가게에서 타조와 함께 여가를 즐기던 중 조그마한 불괴물과 마주한다.  

불괴물을 사투를 벌이던 세 친구는 고박사가 만든 가짜 스트레스 제로 음료를 뿌리자 불괴물이 사라지는 걸 보게 된다. 이에 짱돌은 아이디어를 하나 낸다. 셋이서 스트레스를 통해 불괴물을 무찌르는 일을 하는 것이다. 절친한 친구들끼리 함께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 제로를 팔아 돈도 벌고, 도시의 평화도 지키는 일석삼조의 계획을 세운 것이다. 세상에 찌들었던 세 명의 아저씨는 '스트레스 제로'를 통해 영웅으로 탈바꿈한다.  

이대희 감독은 현실적인 히어로를 창작하는 독특한 시도를 선보인다. 회사원 짱돌, 퀵서비스 직원 타조, 자영업자 고박사는 우리네 어른들이 지닐 만한 고민을 보여준다. 짱돌은 가장으로써 집안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타조에게는 직업적인 측면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고박사에게는 매번 실패하는 사업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들이 히어로가 되는 과정도 돈과 미래를 위한 점이라는 점에서 정의감과 사명감을 내세우는 어린이 애니메이션과 차이를 보인다.   
 
 <스트레스 제로>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전개 역시 장르 드라마의 다양한 요소를 어린이 애니메이션에 맞게 구성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보통의 애니메이션 속 빌런이 세계 정복이나 강함을 과시하기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반면, 이 작품 속 불괴물을 만드는 빌런은 돈을 벌기 위해 악행을 반복한다. 불괴물이 탄생하는 이유가 현대의 직장인이 받는 스트레스라는 점도 그렇다. 그래서 영화의 배경도 서울 번화가인 용산, 영등포, 여의도가 된다.  
이런 측면만 보자면 이전 <파닥파닥>처럼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의 제작사가 '뽀로로'의 302플래닛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어린이들을 위한 재미는 액션과 SF를 통해 완성된다. 짱돌 일행은 불괴물을 효과적으로 상대하기 위해 다양한 무기를 만든다. 스트레스 제로를 발사하는 총부터 하늘을 나는 호버보드, 푸드트럭에 설치한 거대한 워터 건 대포 등 호기심을 자극할 다양한 무기를 선보인다.   
 
 <스트레스 제로>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여기에 강력한 액션은 덤이다. 요즘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보고 자랐다. 웬만한 액션으로는 시선을 사로잡을 수 없다. 물대포를 활용해 불괴물을 상대하는 건 물론, 후반부 초대형 불괴물과의 격투에서 호버보드를 활용한 액션은 상당한 속도감을 보여준다. 여기에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등장할 법한 카체이싱과 타조의 오토바이 추격전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규모를 선보인다.  

어린이들에게 시각적인 재미를 주며, 어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스트레스 제로>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한국형 히어로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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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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