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선출' 원칙 깨진 청약제도..'장기가입+무주택자=청약당첨' 신뢰 붕괴

김혜민 2021. 1. 2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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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주택청약제도를 향한 중장년층의 불만은 근본적으로 '선입선출(先入先出)'이라는 청약제도의 기본 원칙이 급격히 무너졌다는데서 비롯됐다.

무주택 기간이 길고, 20~30년 동안 청약통장에 돈을 넣으면 청약 당첨에 유리한 기본 시스템이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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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공급 줄었는데 특공만 늘어
결과적으로 일반물량 줄어든 꼴
서울지역 일반:특공비율..71:29 → 59:41로
전문가들 "기본원칙 깨져선 안돼" "근본적 해법은 공급확대 뿐"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김동표 기자] 정부의 주택청약제도를 향한 중장년층의 불만은 근본적으로 ‘선입선출(先入先出)’이라는 청약제도의 기본 원칙이 급격히 무너졌다는데서 비롯됐다. 무주택 기간이 길고, 20~30년 동안 청약통장에 돈을 넣으면 청약 당첨에 유리한 기본 시스템이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별공급보다 특별해진 일반공급= 중장년층이 청약 당첨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은 그만큼 ‘파이’가 줄어서다. 이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의 아파트 분양 물량 중 특별공급분을 제외한 일반공급분은 7217가구로 전년 대비 26.8% 줄었다. 신혼부부·생애최초·다자녀 가구 등을 대상으로 한 특별공급 물량이 5003가구로 오히려 22.6% 는 것과 대비된다. 인천의 경우 전체적으로 공급물량이 감소한 가운데 일반공급분 감소폭이 25.6%로 특별공급 감소폭 13.6%의 2배에 달했다.

두 유형의 비중 변화를 따져도 이같은 현상은 확연하다. 서울지역 일반공급은 2019년 71%였던 것이 지난해 59%로 준 반면 특별공급은 29%에서 41%로 늘었다. 수도권 전체로도 일반분양은 54.9%로 2.6%포인트 준 만큼 특별공급이 확대됐다. 정부가 젊은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특별공급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린 결과다.

문제는 전체 공급은 늘지 않는데 특별공급 비중은 늘어나면서 그만큼 일반공급분 당첨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여기에 청약시장 과열로 민영주택 당첨 커트라인이 급등하면서 중장년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졌다. 이제는 4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청약가점인 69점으로도 청약 당첨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녀 적은 장기 무주택자 보호장치 만들어야 =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특별공급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사회계층을 더 주택마련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지만 그 물량이 늘어나면서 반대 급부로 일반1순위의 파이가 적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30~40년 집 없이 살아온 중산층도 보호받아야 할 대상임에도 집 살 기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주택 기간이 긴 사람이 혜택을 받는 기본 원칙이 깨져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는 1977년 투기를 없애기 위해 청약제도를 도입하고 2007년 청약 가점제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140여번의 수정과 개정을 거쳤지만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길수록 유리한 제도라는 근간은 꾸준히 유지돼 왔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가점이 되더라도 당첨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지금 같은 상황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며 "무주택 기간이 오래되고 청약통장에 돈을 많이 낸 사람으로 제도를 단순화하고, 주거 취약계층에게는 정부에서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등 투트랙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역시 "청년들에게 돈 주듯이 집을 주고, 신혼부부에게 우선권을 보장하면서 무주택기간이 10~20년이 됐는데도 내 집 마련 기회가 없다면 곤란한 것"이라며 "세대별로 쿼터제를 도입해 30대는 30대끼리, 50대는 50대끼리 무주택 기간을 중심으로 경쟁하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특별공급을 줄이는 ‘파이 나누기’로 가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특별공급 확대가 파이 나누기, 역차별로 가는 것이 문제"라며 "결국은 전체 물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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