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톱 '반전에 반전'..美 증시 230년 이런 일 없었다

뉴욕=백종민 2021. 1. 29. 11: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9% 폭등하다 67% 하락반전..44% 하락 마감
공매도 세력 꺾고 주가 올린 '개미' 투자자만 매수 제한
개인들 여전히 매수 독려
기울어진 운동장 비판 더욱 확대
매수 제한 철회 발표 후 다시 60% 급등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39% 상승하다 67% 하락으로 반전한 주식 종목이 등장했다. 일반적인 증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급등락이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벌어졌다

.

주인공은 최근 개인투자자와 공매도 투자자 간의 대결로 화제를 모은 게임스톱이다. 하루 전까지는 헤지펀드들의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보복성 매수가 배경이었지만 이날 급등락은 개인들의 거래가 제한된 상황에서 벌어졌다.

◇개인 매수 막고 매도만 허용한 증권사= 게임스톱은 전날 135% 폭등한 데 이어 이날도 오전 10시까지는 39% 이상 오르며 483달러를 기록, 5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90분 후 이 주식은 67%가 하락해 112달러를 기록했다. 483달러에 주식을 산 투자자는 90분 만에 76%나 되는 손실을 경험했다. 이후 주가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결국 전날 대비 44% 하락한 1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 투자가 몰린 극장 체인 AMC도 57%, 블랙베리는 42%, 베드배스앤드비욘드는 36% 동반 급락했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개인투자자들은 헤지펀드들이 공매도한 주식을 골라 집중 매수에 나서며 주가를 끌어올렸고, 손실이 커진 공매도 투자자들이 다시 주식을 사들이는 ‘쇼트 스퀴즈’ 현상이 벌어지며 이들 회사 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이날 주가 급락은 로빈후드, 인터랙티브브로커스 등 개인투자자들이 즐겨 거래하는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들이 개인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거래한 주식의 개인 매수를 제한한 후 벌어졌다. 주가 상승 동력인 개인 매수가 제한되고 주식 매도만 가능해진 상황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로빈후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된 정식 주식 위탁매매업체다. 감독 당국도 아닌 증권사가 주식 매수를 금지한 데 대한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로빈후드는 기존 증권사와 달리 수수료가 무료인 데다 계좌 개설이 무척 간단해 상당수 미국 개인투자자가 이 앱을 사용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급락했던 증시를 떠받친 개인투자자들의 힘으로 급성장한 로빈후드의 이 같은 행보에 배신감을 느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토론방을 중심으로 뭉친 400만 개인투자자들의 ‘칼날’은 증권사로 향하게 됐다. 자신들의 편인 줄 알았던 증권사 역시 공매도 세력과 같은 월가의 기업이라는 배신감을 표하며 추가 매수에 나서자고 독려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CNBC에 따르면 한 개인투자자가 올린 "게임스톱 하락을 두려워하지 말라. 계속 사서 보유하라"라는 글에는 1000개 이상의 댓글이 붙었을 정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개인투자자들의 편에 섰다. 그는 이날 트윗을 통해 "집과 차는 소유해야 팔 수 있지만, 주식은 없어도 팔 수 있다. 공매도는 사기"라고 주장했다.

◇말만 앞세운 감독 당국‥ 분노 키워= 이번 조치는 전날 SEC가 게임스톱 주식 거래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 후에 나왔다. 감독 당국의 발언 후 로빈후드가 태도를 바꾼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EC가 이번 사안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이 강조하는 공매도 문제보다는 개인들의 주가 조작 가능성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보도했다.

SEC가 주춤하는 사이 ‘월가의 저승사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나섰다. 워런 의원은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건강한 주식시장에는 경찰이 필요하다. 그것은 SEC"라고 주장했다. 셰러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장은 이번 문제를 검토할 청문회 개최 계획을 내놓았다. 레티시아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도 로빈후드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결국 로빈후드는 이날 오후 "증권사로서 지켜야 할 기준을 맞추기 위해 게임스톱 등 주식에 대한 매수를 제한했지만, 내일부터는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로빈후드의 매수 허용 방침이 나오며 게임스톱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이날 종가 대비 60% 상승했다. 게임스톱 주식을 둘러싼 공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