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계 "금융지원 생색내더니 대출 치중..생존권부터 보장하라"

최동현 2021. 1. 29. 10:5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관광업계를 위해 올해 관련 예산 확대와 각종 지원 사업까지 내놓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기금으로 올해 관광업체들에 694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작년 피해액 14조 중 여행업계 6조
방한관광객 수도 82%나 줄어
휴업유지 감당 안돼 줄도산 위기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우리여행협동조합 소속 관계자들이 여행업계 생존권 보장 위한 운영자금 지원 요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정부의 금융 지원이 고리대금업과 무엇이 다른가.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지원책만 쏟아내고 있다." (국내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관광업계를 위해 올해 관련 예산 확대와 각종 지원 사업까지 내놓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기금으로 올해 관광업체들에 694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5940억원은 신규 융자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올해 원금상환 만기를 연장해주는 데 쓰인다. 특히 신규 융자 예산의 70%(4200억원)는 올해 상반기 중 공급해 시중에 돈이 빠르게 돌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전년 대비 40.6% 증가한 793억원 규모의 관광기업 지원 예산도 편성했다. 이는 주로 중소·벤처 관광기업에 지원되는 자금이다. 관광기업지원센터 입주 지원, 법률·특허·재무 상담 제공, 크라우드 펀딩 조성 등의 방식으로 지원된다.

이런 지원 방안과 관련해 대형 여행사 측에서는 기대보다 실망감이 큰 눈치다. 익명을 요구한 A여행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지원이 어차피 갚아야 할 융자 지원에 치우쳐 있다"며 "직원들의 이탈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인데 이에 관한 지원책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B여행사 관계자도 "해외여행 비중이 큰 대형사들의 경우 그동안 정부로부터 여행수지 적자의 주범으로 찍혀 왔다"며 "우리를 위한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중소 여행사의 반응도 별로 다르지 않다. 한 국내 여행사 관계자는 "정부 지원 사업의 경우 갖춰야 할 서류도 많고 대체로 중복 접수도 안 돼 혜택을 얻기 쉽지 않다"며 "단순 예산만 늘렸을 뿐 코로나19로 급변한 시장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과거 그대로의 프로그램도 많다"고 지적했다. 한 소형 여행사 대표는 "지난해 총선 전 뿌린 전 국민 지원금 외에 정부로부터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휴업 유지비가 감당이 안 돼 최근엔 배달 알바까지 겸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여행업계는 그야말로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문체부가 최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관광업계 피해액은 14조1000억원이다. 이 중 여행업 피해액은 6조4000억원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지난해 1~9월 기준 방한 관광객 수는 233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급감했을 정도로 상황이 어둡다.

정부의 지원과 여행사들의 요구사항이 잇따라 엇박자를 내자 업계는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중소 여행사들이 모인 우리여행협동조합은 지난 25일 국회 앞 시위에서 ▲14일 자가격리 기간 축소와 손실 보상 ▲우수 방역 국가와의 트래블버블 시행 ▲무담보 신용대출 확대 ▲코로나19 종식까지 여행업 고용 유지 지원 특별업종 지정 연장 ▲세금 납부 유예 및 감면 정책 시행 ▲여행 인솔자 및 가이드 등 여행업 종사자들의 생존권 보장 등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이순향 억센여행사 대표는 "25년 동안 여행업에 몸담아 왔는데 이제는 건설 일용직 잡부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그 현장도 오는 3월에는 종료돼 생계가 막막하다"며 "50대 이상인 중소여행사 대표들은 구인·구직시장에서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