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조선족 진짜 싫다" 또 고개 드는 '중국 동포' 혐오 논란 [한승곤의 사건수첩]
"중국 동포가 아닌 그냥 조선족, 중국인 아니냐"
과거 코로나19 확산 국면서 사실상 '묻지마 혐오' 까지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또 조선족이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동포가 아닌데 왜 동포라 부르나."
최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중국 동포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중국 동포 피의자 2명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또다시 대림동 지역과 이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아주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 한국 사회 치안을 흔들고, 특히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언제 어디서 또 이들로 인해 코로나가 다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편견 섞인 혐오가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조처에 나섰지만, 현실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확산할 당시에도 중국동포가 모여사는 대림동을 중심으로 이들을 비하하는 여론이 높아져 사회적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일부에서는 속칭 '묻지마 혐오'가 아니냐는 반박까지 나오면서 중국동포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동포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일단 대림동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잔혹하다' , '무차별 폭행' 등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확산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까지 묻는 등 사실상 '묻지마 혐오'가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2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중국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을 찾아 코로나19로 인한 혐오표현으로 고통 받고 있는 중국동포들을 위로하고, 혐오와 차별 상황에 대한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당시 최영애 위원장은 "구로지역에서 초중등학교 개학에 앞서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이 '중국동포 학생들은 학교에 나오면 안된다', '중국동포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은 불안하다'는 등의 말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되어서 왔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 대하여 개인이나 국가 또는 이주민에게 책임을 묻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코로나19의 확산이 진정되고 환자들이 쾌유되는 등 상황이 나아지도록 너나 구별 없이 모두의 안전을 걱정하고 위로하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차갑다. 당장 최근 발생한 중국 동포 2명이 숨지는 사건 관련해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조선족은 동포가 아니다", "대림동은 한국이 아닌 중국 아니냐" 등 악성 댓글이 이어진다.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 시각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대림동 일대 시장은 일종의 혐오 발언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당시 주민들은 혐오 섞인 발언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마음의 큰 상처를 받는 것은 물론, 코로나19가 확산한다는 억측으로 인해 대림동 일대 상권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대림동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한 50대 남성은 "한국은 중국 동포를 가장 만만하게 생각하는 거 같다. 중국동포가 전부 조폭이고 범법자인 줄 안다"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대림동 한 주민은 아예 중국 동포에 관한 말 자체가 나오는 것을 꺼려한다. 더 이상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니 사실상 욕만 먹는 악순환을 끊자는 취지다.
자신을 대림동에서 거주한다고 밝힌 한 40대 직장인은 "(우리를 위해주는) 말씀은 참 고맙지만, 계속 좋지 않은 얘기만 들리고 그렇다 보니 아예 '중국 동포를 위한 말' 자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도 사람이고 다 그런데 유독 왜 우리에게 그렇게 모질게 그러는지 알 수 없다"고 호소했다.
대림동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다른 사건에 비해 잔혹하게 인식 되는 것은 중국동포를 범죄자로 묘사한 영화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황해' (2010), '신세계' (2013), '차이나타운' (2014), '청년경찰' (2017), '범죄도시' (2017) 로 이어지는 일련의 영화들은 모두 중국 동포를 범죄자로 구성해 영화를 제작했다.
결국 중국 동포들은 '청년경찰' 개봉 이후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몇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하는 등 행동에 나서 영화사로부터 사과를 받는 등 변화가 있었다.
당시 법원(서울중앙지법 제9-2민사부 재판장 정철민)은 이 영화에서 나오는 조선족의 모습이 중국 동포들에게 불편함과 소외감을 유발했을 수 있다며 영화사 측에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며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영화가 제작하던 때 중국 동포에 대한 일종의 편견은 당시 통계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동포의 범죄건수는 다른 국적자에 비해 많지 않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인구 10만명 기준으로 중국인 범죄자는 1858명으로 조사됐다. 동일한 기준으로 내국인 범죄자가 3369명인 것을 고려하면, 영화 내용과 같이 많다고 보기 어렵다. 또 대림동 일대 살인·강도 등 5대 범죄 발생건수는 2015년 상반기 624건, 2016년 521건, 2017년 471건으로 3년 동안 25%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지속하는 편견 섞인 시선과 비판은 그치지 않는다. 중국 동포에 사실상 '묻지마 혐오'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 국면과 맞물리면서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실제 '다음소프트'가 운영하는 빅데이터 분석 누리집 '소셜메트릭스 트렌드'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가 국내에 보도되기 전인 2019년 12월 한달 기준 포털(네이버)에 올라온 모든 기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에 '혐오'와 함께 언급된 연관어는 주로 여성', '자기혐오' 등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지난해 1월 마지막 주(1월26일~2월1일)에는 '중국'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월 셋째 주(16~22일)부터는 '중국인'이 2위, '중국인 혐오'가 10위에 올랐다. 중국동포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이 쏟아진 시점도 이때다.
시민들도 이 같은 편견에 대한 시각을 드러낸다. 서울 소재 직장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40대 회사원 김 모씨는 "재미교포, 재일교포, 이런 말은 많이 쓰는데 중국동포라는 말은 좀 안쓰는 것 같다"면서 "아무래도 영화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동포에 이어 조선족이라는 말도 많이 쓰는데 좀 비하 의미가 담긴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 중국동포협회 관계자는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 중단을 촉구했다.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할 당시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가 많이 일어났다. 사람에 대한 혐오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도 일을 하고 세금을 내고 똑같이 일상을 사는 사람들인데, 근거 없는 혐오를 중단해달라"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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