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앞 회생 길 터준 토트넘 홋스퍼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1-3 리버풀

[심재철 기자]

정규리그 최근 다섯 게임을 치르며 3무 2패(1득점 3실점)로 이긴 적 없는 리버풀이 2년 연속 리그 우승 꿈이 멀어지는 듯 보였지만 토트넘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흐려지는 틈을 타 기사회생했다. 까다로운 고개 앞에서 진정한 강팀이 어떻게 그 고비를 넘는가를 잘 보여주는 흥미로운 게임이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이끌고 있는 리버풀 FC가 한국 시각으로 29일 오전 5시 런던에 있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3-1로 완승을 거두고 4위 자리에 올라 다시 선두 싸움에 흥미롭게 뛰어들었다.

VAR 판독으로 취소된 손흥민의 왼발 선취골

홈 팀 토트넘 홋스퍼는 시작이 순조로운 듯 보였다. 게임 시작 후 3분도 안 되어 에이스 손흥민의 왼발 끝에서 골이 터진 것이다. 단짝 골잡이 해리 케인의 절묘한 전진 패스를 받아 빠르게 달려나간 손흥민이 침착하게 왼발 인사이드 슛을 골문 왼쪽 기둥 옆으로 굴려넣었다. 하지만 마틴 앳킨슨 주심은 최종 판정을 내리지 못했다.

VAR(비디오 판독 심판) 시스템이 득점 인정 여부를 판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손흥민의 득점 순간 해리 케인이 넣어준 패스는 문제 없었지만 직전 은돔벨레의 1차 전진 패스 순간이 오프 사이드 판정으로 확인되는 바람에 아쉽게도 손흥민의 이 멋진 선취골은 무효가 됐다. 그야말로 깻잎 한 장 차이로 손흥민의 왼발 끝이 오프 사이드 라인에 걸린 것이었다.

손흥민은 22분에도 놀라운 역습 스피드를 자랑하며 베르흐바인이 찔러준 공을 몰고 들어가 왼발 슛을 날렸다. 하지만 이 슛 또한 아쉽게도 리버풀 골키퍼 알리송 정면으로 뻗어가 잡히고 말았다. 그리고는 토트넘 홋스퍼에게 불운의 그림자가 닥쳤다. 간판 골잡이 해리 케인이 발목을 잡고 두 번이나 쓰러진 것이다. 결국 해리 케인은 후반전이 시작할 때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고 에릭 라멜라가 대신 들어가 뛰어야 했다.

손흥민의 단짝이 그렇게 부상을 당하는 사이에 리버풀은 회생의 길을 찾아냈다. 토트넘 홋스퍼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흐려지는 틈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전반전 추가 시간 4분도 다 끝날 무렵 왼쪽 측면으로 빠져 들어간 사디오 마네가 왼발 얼리 크로스로 선취골을 쉽게 만들어낸 것이다. 이 공이 두 번이나 토트넘 홋스퍼 골문 앞으로 바운드 되었지만 리버풀 공격수 호베르투 피르미누를 놓친 것이었다. 수비수 에릭 다이어와 골키퍼 위고 요리스는 그 사이로 빠져나가는 공을 그냥 쳐다보고만 있었다.

리버풀, 기사회생

홈 팀 무리뉴 감독은 해리 케인의 발목 부상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신이 설계한 이 게임 3-4-3 포메이션의 측면에서 구멍이 자꾸 생기자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오른쪽 윙백 오리에를 빼고 가운데 미드필더 해리 윙크스를 들여보내며 수비 라인의 변화를 주문했다. 하지만 흐트러진 토트넘 홋스퍼 수비 라인은 좀처럼 제 자리를 잡지 못했다. 후반전 시작 후 2분만에 추가골을 내준 것이다.

이 게임 최고의 선수로 뽑힌 사디오 마네가 왼쪽 측면을 휘저으며 오른발 감아차기로 토트넘 홋스퍼 골문을 직접 노리는 동안 수비수들은 우르르 몰려다니기만 할 뿐이었다. 골키퍼 요리스가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가까스로 마네의 슛을 쳐내기는 했지만 반대쪽에서 달려든 알렉산더-아놀드의 2차 오른발 대각선 슛까지 막아낼 수는 없었다.

0-2로 휘청거린 토트넘 홋스퍼는 2분 뒤에 덴마크 출신 살림꾼 호이비에르의 오른발 중거리슛 득점으로 1골을 따라붙었다. 하지만 해리 케인의 빈 자리는 컸다. 그가 없는 토트넘 홋스퍼는 손흥민의 스피드와 공간 침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81분에 베르흐바인을 빼고 가레스 베일을 들여보냈지만 리버풀 수비 라인은 더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그 사이 리버풀은 완전한 회생의 길을 열어냈다. 56분에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에 올라서 있는 모하메드 살라가 왼발 강슛을 꽂아넣은 것이다. 붕대를 감고 투혼을 보인 미드필더 티아고 알칸타라가 시작한 역습 흐름을 사디오 마네가 이어받아 모하메드 살라를 빛나게 해 준 명장면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VAR 판독이 신중하게 이루어졌다. 티아고 알칸타라의 역습이 시작되는 순간 중앙선 바로 앞에서 호베르투 피르미누의 핸드 볼 반칙이 나온 것을 간과하지 않은 것이다.

나란히 리그 12골을 터뜨리고 있는 손흥민과 해리 케인보다 1골 더 넣어 살얼음판 득점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모하메드 살라가 그 둘 앞에서 1골 더 멀리 달아나는 순간이었지만 전반전에 손흥민의 골을 취소한 VAR 시스템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은 셈이다.

그래도 리버풀은 이 좋은 회생 기회를 흘려보내지 않았다. 65분에 또 한 번 토트넘 홋스퍼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이 눈에 띄었다. 알렉산더-아놀드가 오른쪽 측면에서 멀리 보고 날린 얼리 크로스가 토트넘 홋스퍼 골문 앞으로 뻗어왔을 때 수비수 조 로든이 한발 빨랐다. 하지만 로든의 트래핑 판단은 뼈아픈 실수였다. 눈치 빠른 상대 공격수 사디오 마네가 뒤에 따라붙은 것이었다. 마네는 로든의 몸에 맞고 흐른 공을 왼발로 시원하게 차 넣었다. 더 설명할 필요도 없는 쐐기골이었다.

이 좋은 흐름을 놓치지 않은 덕분에 리버풀은 지난 12월 19일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어웨이 게임 7-0 대승 이후 정규리그에서 첫 승리 감격을 누리며 4위(37점, 10승 7무 3패 40득점 23실점)까지 올라서서 맨시티(41점), 맨유(40점), 레스터 시티(39점)를 바짝 따라붙는 힘을 다시 얻게 되었다. 

이제 리버풀은 다음 달 1일 런던 스타디움으로 찾아가 5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만나게 되며, 토트넘 홋스퍼도 같은 날 팔머에 있는 아멕스 스타디움으로 들어가 브라이튼&호브 알비온(17위)과 어웨이 게임을 뛴다.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결과(29일 오전 5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런던)

★ 토트넘 홋스퍼 1-3 리버풀 [득점 : 호이비에르(49분,도움-베르흐바인) / 호베르투 피르미누(45+4분,도움-사디오 마네), 알렉산더-아놀드(47분), 사디오 마네(65분)]

◇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현재 순위표
1 맨체스터 시티 19게임 41점 12승 5무 2패 36득점 13실점 +23
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게임 40점 12승 4무 4패 37득점 27실점 +10
3 레스터 시티 20게임 39점 12승 3무 5패 36득점 22실점 +14
4 리버풀 FC 20게임 37점 10승 7무 3패 40득점 23실점 +17
5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20게임 35점 10승 5무 5패 30득점 24실점 +6
6 토트넘 홋스퍼 19게임 33점 9승 6무 4패 34득점 20실점 +14
7 에버턴 18게임 33점 10승 3무 5패 29득점 22실점 +7
8 첼시 FC 20게임 30점 8승 6무 6패 33득점 23실점 +10
9 아스널 FC 20게임 30점 9승 3무 8패 26득점 20실점 +6
10 아스톤 빌라 18게임 29점 9승 2무 7패 33득점 21실점 +12
11 사우샘프턴 19게임 29점 8승 5무 6패 27득점 24실점 +3
12 리즈 유나이티드 19게임 26점 8승 2무 9패 32득점 35실점 -3
13 울버햄튼 원더러스 20게임 23점 6승 5무 9패 21득점 29실점 -8
14 크리스탈 팰리스 20게임 23점 6승 5무 9패 24득점 36실점 -12
15 번리 FC 19게임 22점 6승 4무 9패 13득점 24실점 -11
16 뉴캐슬 유나이티드 20게임 19점 5승 4무 11패 19득점 34실점 -15
17 브라이튼&호브 알비온 20게임 18점 3승 9무 8패 22득점 29실점 -7
18 풀럼 FC 19게임 13점 2승 7무 10패 15득점 27실점 -12
19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 20게임 11점 2승 5무 13패 15득점 48실점 -33
20 셰필드 유나이티드 20게임 8점 2승 2무 16패 12득점 33실점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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