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형석 (33) 안창호상·유일한상·인촌상.. 값진 상 연달아 수상

양민경 2021. 1. 2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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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다 보니 나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지 않을까 싶어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인간은 누구나 상 받기를 좋아한다.

상에 대한 욕망과 기대는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것 같다.

나는 사회적 의미가 있는 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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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대 중반 이후 크고 작은 상 많이 받아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도 많을텐데..'
송구스러운 마음에 '의미있게 살자' 다짐
김형석 교수가 2017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유일한상 시상식에서 수상하고 있다. 양구인문학박물관 제공


오래 살다 보니 나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지 않을까 싶어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지성을 갖춘 예술가나 교수, 종교계 지도자가 명예욕의 울타리 안에 머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 자신을 향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게 된다.

성결교의 정진경 목사에게 들은 이야기다. 정 목사는 친구지만 존경스러운 부분이 많은 분이었다. “목사님 설교가 참 좋은데, 은퇴하면서 설교집 한두 권쯤은 남기고 싶지 않으십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정 목사는 “그러지 않아도 부끄러운 설교를 계속해왔습니다. 글로 남겼다가 훗날 독자들이 읽고 실망할 모습을 생각하면, 그렇게 어리석은 일이 또 있겠습니까”라고 답했다.

대체로 명예를 앞세우는 사람은 더 소중한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예술가는 평생을 노력해도 자기의 부족함을 깨닫기 마련이며, 학문하는 사람은 자기가 완성됐다고 믿지 않는다. 하물며 성직자까지 명예를 탐낸다면 세상이 어찌 되겠는가.

대학에 적을 둔 사람들은 명예학위에 관심을 두는 편이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받으려는 사람도 있다. 때로 학위를 사고파는 일도 있다. 하지만 명예학위를 받을만한 사람이 아닌데 받으면, 주는 대학도 명예롭지 못하고 받은 이도 안 받는 것만 못한 경우가 생긴다. 내가 대학에 몸담았기에 이런 예를 들었지만, 사회적으로 확대하면 세상 문제가 된다. 인간은 누구나 상 받기를 좋아한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예외가 없다. 상에 대한 욕망과 기대는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상 받는 게 인생의 목적은 아니지 않은가. 진심으로 일하고 봉사한 대가로 주어지는 마음의 표시가 상이다.

나는 사회적 의미가 있는 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상을 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본 적도 없다. 대학에서 정년퇴임할 때 정부가 준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90대 중반을 넘기고부터 크고 작은 상을 받기 시작했다. 인제대에서 주는 ‘인성대상’은 심사위원이었던 친구 안병욱 선생의 추천으로 수상했다. 그 외에는 시상기관에서 수상자로 결정해줘 받은 상들이다. 그저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업적도 없고 특별한 직책을 맡은 일도 없었다. 나보다 훌륭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저 “오래 사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란 뜻에서, 남은 세월도 사랑이 있는 고생을 해 달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상을 받곤 했다.

2016년에는 ‘도산 안창호 기념상’을, 이듬해에는 유한양행에서 주는 ‘유일한상’을 받았다. 같은 해 연말에는 ‘인촌상’을 받았다. 내가 존경하는 세 분을 기리는 상을 다 받았기에 이분들의 유지를 이어가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돼야겠다고 다짐한다. 한림대의 ‘일송상’, 숭실대의 ‘형남학술상’, 연세대 문과대학의 ‘연문인상’도 받았다. 부족한 사람이기에 더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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