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 병역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2021. 1.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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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평등법 실체를 말한다 <4> 분단현실과 성별정체성
생물학적 남성이 차별금지법의 성별정체성 규정을 악용해 병역 기피 수단으로 활용할 소지가 있다. 이를 이미지화한 영상. 유튜브 복음한국TV 캡처


국가인권위원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에 대해 법률전문가를 중심으로 많은 현실적·법적 우려들이 제기되자 “평등법에 ‘그 외에 분류하기 어려운 성별’ 개념과 ‘성별정체성’을 규정하더라도, 서로 다른 법 영역에 속하므로 법령이나 제도가 즉각 변경되거나 폐지돼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병역의무 회피수단으로 악용되는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권위의 이 같은 주장은 현실적으로 제기되는 입법적 문제들을 일시적으로 회피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첫째, 차별금지법(평등법)안 제8조는 명시적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이 법에 반하는 기존의 법령, 조례와 규칙, 각종 제도 및 정책을 조사·연구해 이 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시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처럼 명시적으로 국가의 다른 법령과 제도를 바로잡으라는 입법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위헌적 규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차별금지법을 다른 법률의 상위에 두는 것으로서 이는 헌법과 국가법령체계 질서에도 명백히 위반된다. 그런데도 인권위는 법 규정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날 사실조차 부인으로 일관하며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그 외에 분류하기 어려운 성별’ 개념, 성별정체성 규정이 도입되면, 법 제8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규정 때문에 국가는 당장 이에 반하는 ‘양성평등기본법’ ‘주민등록법’ ‘병역법’ 등을 변경하거나 폐지해야만 한다. 국민의 일상에 중대한 제도적 변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둘째, 인권위는 정의당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 제2조 ‘정의’ 규정에 나와 있는 ‘성별정체성이란 자신의 성별에 관한 인식 혹은 표현을 말하며 자신이 인지하는 성과 타인이 인지하는 성이 일치하거나 불일치하는 상황을 포함한다’란 규정이 잘못된 것이라며 성별정체성은 미국 정신과협회 2015년 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법률전문가인 필자도 ‘미국 정신과협회 2015년 가이드라인’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결국 성별정체성은 전문 의사협회나 사회학자를 동원해도 알 수 없는 어려운 법적 개념인 것이다. 그런데도 인권위와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추진 중인 법안은 이를 일반 국민이 알아서 이해하라는 식으로 아무런 법적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인권위의 자의적 해석에 맡기는 중대한 입법적 오류다.

셋째, 성별정체성 개념을 정의당처럼 ‘자신의 성별에 관한 주관적 인식이나 표현’으로 정의하든, 미국 정신과협회 2015년 가이드라인이라는 “인격의 일부로서 자신의 성별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인의 깊은 느낌이나 내재적인 감각”의 의미로 이해하든, 성별정체성 개념은 결국 사람이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자신의 객관적 성별과 다르게 인식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필연적으로 성별의 변경 가능성을 전제로 한 개념이다.

문제는 이런 성별정체성 규정을 입대나 징병검사를 앞둔 생물학적 남성인 사람이 내심의 생각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군에 입대하지 않을 의도로 이용하는 경우다.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더라도,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사실은 오래전부터 여성 또는 ‘그 외에 분류하기 어려운 성’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거나 여성복 착용 등으로 표현했다고 주장하는 경우, 국가는 차별금지법상 성별정체성 규정에 따라 성별의 변경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이 남성에게 더는 병역법에 따른 징병 의무를 부과할 수 없게 된다. 인권위는 형사처분 규정과 징병검사규칙상 의사의 진단서를 요구하고 있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주장하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서 지금까지 그토록 많고 다양한 병역 회피 사례가 발생한 게 아니다.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거나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면 된다고 하지만, 대체복무제도는 성별을 남성으로 유지하고 있을 때만 가능한 제도이고, 모병제도는 엄연히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 전력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 청년들에게 심각한 공정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성별정체성 규정은 남북한 군사적 대치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는 우리나라에는 도입할 수 없는 규정이다.

윤용근(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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