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37>] 엄마 손 벗어나 혼자 화장실 갈 수 있었으면..

최기영 2021. 1.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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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엘레나(37)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김키릴(9)군은 손으로 자기 머리를 마구 때렸다.

갑작스레 찾아오는 고열과 간질 때문에 해마다 몇 차례씩 응급실에 실려 가다 보니 엄마는 키릴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키릴 스스로 화장실에 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엄마 아빠가 없는 날이 오더라도 하나님의 아들로 잘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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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뇌병변장애 앓는 키릴
뇌병변장애를 앓는 김키릴군이 지난 19일 광주 갓플리징교회(전득안 목사)에서 엄마 품에 안겨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김엘레나(37)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김키릴(9)군은 손으로 자기 머리를 마구 때렸다. 잠깐 사이에 이마가 벌겋게 부풀었다. 황급히 뛰어온 엄마는 키릴의 손을 붙잡았다. 언제 갑자기 시작될지 모르는 아들의 자해에 엄마는 한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키릴의 엄마와 아빠는 고려인 3세다. 부부에게 한국에서의 삶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아빠는 은행원이었고 엄마는 비서로 일했다. 안정적인 직장, 곧 태어날 쌍둥이를 기다리는 평범한 가정이었다. 우즈벡에서 사역하는 한국인 선교사들과 교제하며 신앙도 두터워졌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고 행복했다.

평범한 일상에 균열이 생긴 건 키릴이 태어난 직후였다. 출생 직후 촬영한 초음파에서 키릴의 뇌가 잔뜩 눌려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뇌수종이었다. 다급히 뇌실에 고인 뇌척수액을 빼는 수술을 했다. 이후 뇌실에 관을 넣어 뇌척수액을 복막으로 빼내는 대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다.

생명은 건졌지만, 수술은 키릴에게 심한 뇌병변장애를 남겼다. 밥 먹는 일부터 화장실에 가는 일까지 모두 엄마의 손이 필요한 아이가 됐다. 갑작스레 찾아오는 고열과 간질 때문에 해마다 몇 차례씩 응급실에 실려 가다 보니 엄마는 키릴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엄마는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키릴의 병간호와 쌍둥이 동생 양육에 집중해야 했다. 병원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가세가 기우는 건 순식간이었다. 김씨는 “한국에서라면 키릴의 건강도, 무너진 가정도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 같아 3년 전 입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입국한 한국에서의 삶은 쉽지 않았다. 재외동포 3세까지만 동포로 인정하는 현행법상 고려인 4세 키릴은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연소득 요건인 3700만원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해 귀화는 꿈도 꿀 수 없었다. 키릴이 한 번 병원에 갈 때마다 드는 치료비는 10만~20만원. 아빠가 공장에서 2교대로 근무하며 받는 월 180만원에서 월세 48만원, 병원비까지 빼고 나면 식구들 끼니를 챙기기도 빠듯하다.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신앙생활도 시들시들해졌다.

그런 키릴네 가족들에게 다시 희망이 찾아온 건 갓플리징교회(전득안 목사)를 만나면서부터다. 광주 광산구 외국인노동자 밀집지역에 위치한 교회는 외국인들이 장벽 없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곳이다. 전득안 목사가 키릴의 치료 방안을 찾아주고 정착을 도우면서 신앙을 회복할 수 있었다.

지금이 키릴의 발달을 위한 치료의 ‘골든타임’이지만 현실은 광주시교육청의 지원으로 주1회 언어치료를 받는 게 전부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한다’(사 41:10)는 말씀을 붙들고 산다는 엄마는 아들의 두 손을 꼭 쥔 채 간절한 소원을 들려줬다.

“키릴 스스로 화장실에 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엄마 아빠가 없는 날이 오더라도 하나님의 아들로 잘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12월 24일~1월 27일/단위: 원)

△최정아 100만 △김병윤(하림산업) 20만 △김전곤 소망 조동환 ㈜인스월드 최찬영 10만 △강천수 고넬료 김명자 김영희 민계숙 연용제 오삼숙 이도현 이혜주 정인경 조점수 5만 △김덕수 김화자 손미숙 신영희 이한나 정기호 한승우 3만 △김미옥 이정자 임순자 정기현 2만 △정슬아 1만6056 △김명래 김애선 다압김동호 1만

◇일시후원: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 (예금주: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
◇후원문의: 1600-0966 밀알복지재단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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