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만경영·공정성 논란 KBS의 수신료 인상은 안 된다
공영방송 역할 못 하면 시청자 저항 불보듯
KBS가 또다시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KBS 이사회는 그제 월 2500원인 수신료를 3840원으로 올리는 조정안을 상정했다. 향후 이사회 의결, 방송통신위원회 검토, 국회 동의 등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수신료 인상에 대한 KBS의 입장은 확고한 상태다. 장기 적자 상태인 KBS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KBS는 2019년 759억원, 2018년 58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디지털 다매체 시대라는 급변해 온 방송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다. KBS는 광고수입 감소를 경영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혁하려는 자구노력이 미흡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KBS는 직원 4700여 명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고, 2급 이상 고위직의 비율도 56%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 유휴 인력도 적잖아 업계 일각에서는 KBS를 ‘신의 직장’에 비유하곤 한다.
KBS 경영진은 지난해 경영혁신안을 내놓았다. 2023년까지 정원 1000명을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중 900명이 정년퇴직 예정자였다. 경영혁신이란 타이틀이 무색했다. 방만·부실 경영을 타개하기엔 매우 빈약한 조치였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KBS의 또 다른 중대한 과제는 공정성 확보다. KBS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편향성 논란에 휩싸였다. 정권 홍보기관으로 전락한 공영방송이란 비판마저 받았다. KBS의 친여 성향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단히 지적됐다. 예컨대 어제 조국 전 법무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최강욱 열린우리당 대표가 피고인 신분(당시 비례대표 당선인)이던 지난해 5월 1TV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해 불공정 편파 시비를 일으켰다. 지난해 7월에는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 오보’로 물의를 빚었다. 공정성·객관성·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공영방송의 존립 근거가 흔들린 것이다. 이러니 시청자, 나아가 국민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겠는가.
KBS는 내부의 산적한 문제를 선제적으로, 또 과감하게 해결하려는 자세부터 보여야 한다. 스스로 방만 경영을 타개하고,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경영 환경이 어려워졌다는 핑계로 국민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자칫 국민적 저항만 키울 뿐이다. 2007, 2011, 2014년 세 차례 수신료 인상 시도가 무산된 이유를 누구보다 KBS 경영진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가 침체하고 모든 국민이 힘겨운 때 아닌가. KBS의 환골탈태만이 수신료 인상의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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