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에서 토끼춤, 민속촌에서 ‘조선 힙합’을

백종현 입력 2021. 1. 29. 00:08 수정 2023. 5. 2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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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현의 여기 어디?


요즘 대중음악의 대세는 뉴트로 감성이다. 음악은 물론이고 뮤직비디오도 뉴트로 풍이다. 일명 ‘JYB(박진영, 비)’의 1990년대풍 신곡 ‘나로 바꾸자’. 한 여자를 두고 싸우는 예스러운 이 뮤직비디오는 4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700만 회를 넘어섰다. “90년대 감성인데도 안 촌스러움” “영화인 줄” “뭐야 이 고퀄은” 같은 반응이 많이 보인다. 이른바 ‘조선 힙합’으로 불리는 우주힙쟁이(김희철, 민경훈)의 ‘한량’, 그 시절 홍콩 누아르를 연상케 하는 유노윤호의 ‘땡큐’ 영상도 뜨겁다. 어디서 이런 그림을 만들었을까.

특급호텔 춤판으로 변신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의 ‘파라다이스 워크’. 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이곳에서 ‘나로 바꾸자’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비, 박진영이 토끼춤을 춘 장소다. 장진영 기자

‘나로 바꾸자’에서 비와 박진영이 춤추고 논 곳은 인천이다. 인천 송도의 쇼핑몰 루프탑에서 도심 야경을 배경 삼아 떼춤을 추고, 송도 컨벤시아대로에서 차를 몰았다. 그러고 보니 역주행 신화를 낳은 ‘깡’ 뮤직비디오도 월미도 부둣가를 비롯한 인천이 주 무대였다.

박진영이 백마를 탔던 영종도 선녀바위 해변. [사진 JTBC]

박진영이 백마를 타고 등장한 바닷가는 영종도의 선녀바위 해변이다.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의 이 해변은 규모는 작지만, 한갓진 분위기가 그만이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속 해변도,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이민호)와 금잔디(구혜선)가 입을 맞춘 바닷가도 이곳이다. 해변 끄트머리에 육중한 몸집의 선녀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의 ‘파라다이스 워크’. 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이곳에서 ‘나로 바꾸자’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비, 박진영이 토끼춤을 춘 장소다. [사진 레인컴퍼니]

사실 ‘나로 바꾸자’의 장면 대부분은 호텔에서 촬영했다.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다. 비와 박진영이 토끼춤을 추던 백색 공간은 ‘파라다이스 워크’다. 로비와 광장을 잇는 터널인데, 사방의 조명이 시시각각 공간을 물들이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그래서 별명이 ‘인생 샷 맛집’이다. 라이브 뮤직 바 ‘루빅’, 풀 파티를 위한 ‘크로마 비치클럽’, 레스토랑 ‘새라새’도 등장한다. 싸이의 깜짝 출연 장면도 호텔의 로비 앞에서 찍었다.

조선 관아에서 랩 배틀

“이리 오너라!”를 외치며 시작하는 우주힙쟁이의 ‘한량’ 뮤직비디오는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에서 촬영했다. 정문 옆 한복대여소에서 곱게 차려입고, 우주힙쟁이스럽게 ‘한량 놀이’를 해봄 직하다.

한국민속촌은 조선 시대 각 지방의 가옥을 옮겨 세워 조성한 공간이다. 이를테면 한복 차림의 김희철이 랩을 뱉는 첫 장면은 조선 시대 지방 관리가 집무를 보던 관아에서 찍었다. 죄인을 고문할 때 쓰던 곤장과 형틀이 앞마당에 놓여 있어 장난스러운 기념사진을 많이 담아가는 장소다. 관아 출입문인 ‘용구아문(龍駒衙門)’ 앞에서는 전 출연진이 모여 춤사위를 벌였다.

우주힙쟁이는 한국민속촌 비단천거리에서 ‘한량’을 찍었다. [사진 JTBC]

민경훈 독창 때 널려있던 비단은 촬영용 소품이 아니다. 민속촌 비단천거리에 널려 있다. 나무 사이사이에 우아한 빛깔의 비단이 있어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비비와 에이티즈가 흥을 뽐낸 장소는 양반가 외별당에서 촬영했다. 영화 ‘관상’에서 내상(송강호)이 관상을 봐주던 기방이 이곳이다.

낡아야 멋있다

유노윤호 ‘땡큐’의 배경이 된 남양주 협동공단. [사진 SM엔터테인먼트]

황정민이 출연한 유노윤호의 ‘땡큐’ 뮤직비디오 도입부도 인상적이다. 왕사장(황정민) 무리와 유노윤호가 칼부림을 벌이는 허름한 뒷골목 장면. 얼핏 80년대 홍콩 누아르 같기도 하고, 2000년대 범람하던 조폭 영화의 한 장면을 근사하게 떼어온 듯도 하다.

이 골목은 CG도 아니고 세트도 아니다. 경기도 남양주 평내동 협동산업단지에서 촬영했다. 80~90년대 100여 개 공장이 우후죽순 들어섰던 곳이다. 지금은 방치된 폐공장이 적지 않다.

쇠락한 공단, 쓰러져가는 골목의 풍경은 암흑가나 슬럼가를 무대로 하는 범죄·스릴러물이 가장 원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사랑의 불시착’도 이곳에서 액션신을 만들어냈다. 사진 동호인의 출사지로도 제법 입소문이 난 명소들이다. 낡고 거친 질감의 이미지를 쫓는 이에겐 이만한 장소도 없을 테다.

백종현 기자 baek.jogn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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