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피해 수도권서 줄줄이 유학..시골 작은 학교
학생 수 적어 등교·거리두기 유리
농어촌 장점 살린 체험교육 인기
28→91명 1년새 학생 3배 늘기도
강원도 양구군에 사는 윤혜진(36·여)씨는 아들(7)을 읍내에서 10여㎞ 떨어진 양구읍 한전리 한전초교에 입학시키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선 농촌의 이른바 ‘작은 학교’가 읍내 학교보다 강점이 많다고 판단해서다.
작은 학교는 읍내 학교보다 학생 수가 적어 ‘거리두기’가 유리한 데다 등교일수 자체가 월등히 많다. 실제 전교생이 550명인 양구초교는 지난해 학년별 등교일수가 102~112일이지만, 전교생 35명인 한전초교는 전교생이 137일을 등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폐교 위기에 놓였던 농촌 학교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감염이나 수업 차질 등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시골의 작은 학교로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아이들이 원격수업으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가능한 것도 농촌 학교의 장점이다. 한전초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후 난민을 위한 티셔츠를 제작해 기부하고 그림책도 출판했다. 지난해 ‘그림책 속으로 풍덩’ 프로젝트를 진행해 『토끼와 거북이 다음 이야기』 『형의 꿈』 『자신감 모험』 『나의 구름이 영어비법』 등 총 4권의 책을 제작했다. 이 책을 양구군청과 보건소 등에 배포했다.
정준영 한전초 교사는 “코로나 상황에도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보니 신입생이 지난해 6명에서 올해는 11명으로 늘었다”며 “팬데믹 상황에서는 농촌의 작은 학교가 미래형 교육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강진군에 있는 옴천초교는 팬더믹 상황에서 가장 주목받는 학교 중 하나다. 읍내에서 20㎞가량 떨어진 시골 마을 학교에 최근 서울·경기지역 학생이 줄줄이 유학을 오고 있다. 올해도 수도권 학생 2명이 이미 유학을 확정했고, 3명이 유학을 협의 중이다. 지난해 기준 옴천초교 전교생은 36명인데 이 중 8명이 도시에서 온 유학생이었다. 옴천면을 비롯한 강진군에서 확진자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은 점도 농촌유학에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1년여 만에 학생 수가 3배나 늘어 폐교 위기에서 작은 학교의 모범 사례가 된 곳도 있다. 경남 진주시 진성면 진성초교는 2019년 전교생이 28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50명이 전학을 왔고, 신입생 20명이 입학을 앞두고 있어 올해 7명이 졸업을 하더라도 전교생이 91명이나 된다.
이처럼 학생이 몰린 건 자전거길 라이딩이나 로봇창의교실 프로그램 등으로 무너진 일상을 다시 찾는 데 힘써 온 덕분이다.
학교 주변 마을에 벽화를 그리고, 겨울이면 운동장에 얼음 썰매장을 만드는 작은 학교도 있다. 충북 옥천군에 있는 안내초교 얘기다. 전교생이 38명인 이 학교는 지난해 인근 마을을 돌며 벽화를 그리는 ‘온 동네가 학교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옴천초교와 진성초교·안내초교처럼 우수한 작은 학교 운영 사례를 발굴, 전국 15개 학교를 ‘참 좋은 작은 학교’로 선정했다. 이 학교는 코로나19 시대 시골학교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프로젝트를 운영, 작은 학교에 대한 관심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구·진주·옥천·강진=박진호·위성욱·최종권·진창일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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