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시진핑 전화 회담 이틀 후 바이든·스가 심야 전화 회담
일본 언론 "회담 일정 급하게 정해졌다"
정의용 "한미 정상통화도 곧 이뤄질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한국시간으로 28일 심야 전화회담을 했다. 지난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후 아시아 정상과 가진 첫 전화회담이다. 이와 관련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에 “한ㆍ미 양국 정상 간 통화도 곧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알렸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미ㆍ일 정상의 이날 통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 통화(26일)를 한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중국 측 요청으로 한ㆍ중 정상 통화가 진행된 뒤 미ㆍ일 정상이 연대와 협력을 확인한 모양새가 됐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한ㆍ중 정상 통화가 미ㆍ일 정상 통화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돌았다.
실제로 일본 언론들은 이날 0시 45분부터 약 30분간 이어진 미ㆍ일 정상통화가 급하게 정해졌다고 보도했다. 산케이 신문은 “스가 총리가 27일 밤 도쿄 아카사카의 중의원 의원 숙소에 귀가했다가 심야에 다시 총리 관저로 향했다”고 전했고, 닛케이는 “전화 회담 일정이 급하게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같은 관측을 일축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시 주석과는) 신년 인사 차원에서 통화한 것이고, 바이든 대통령과 있을 통화는 성격이 다르다. 대통령 취임 축하 통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바이든 정부가 출범할 때 한ㆍ미 전화회담은 한ㆍ중, 미ㆍ일 전화회담이 진행된 이후 성사됐다는 정상 외교의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미ㆍ일 정상은 전화 통화에서 미ㆍ일 동맹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ㆍ태평양을 실현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ㆍ태평양’은 중국의 팽창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미ㆍ일의 대중 견제 공조 슬로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ㆍ일안보조약 제5조에 따라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포함해 일본에 흔들림 없는 방위 의무를 약속했으며, 미국의 핵 전략을 포함한 확장 억지력을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재확인했다.
북한 핵문제와 일본인 납치자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중국과 북한을 포함해 역내 안보 문제를 논의했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납북자 문제의 조기 해결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총리관저도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되도록 미ㆍ일이 긴밀히 연계해 나가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이는 미ㆍ일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해왔던 협력과 연대를 바이든 정부에서도 계속한다는 대외적인 선언이기도 하다.
또 양국 정상은 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간 협력을 추가로 증진하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들 4개국은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꾸린 ‘쿼드’(Quad) 참여국이다. 즉 쿼드 참여국 확대를 통해 대중국 견제 블록을 쌓는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미국이 쿼드에 추가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두 정상은 이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전염병 대유행 억제, 기후변화 대처, 공동 가치와 글로벌 안보 및 번영 증진을 위한 대응에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일본 NHK 방송은 이번 전화회담에서 두 정상이 서로를 이름인 “조”, “요시”로 부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요시’는 스가 총리의 이름인 ‘요시히데’의 준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전 총리도 서로를 ‘도널드’ ‘신조’라고 부르며 친밀함을 과시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아베 전 총리 역시 정상회담에서 서로를 ‘버락’과 ‘신조’로 부르면서 정상 간 연대를 보여주려 했다.
일본 정부의 관심사였던 도쿄올림픽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7월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적인 지지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가 총리는 이날 오전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전하면서 “코로나19 상황을 주시하면서 가급적 빨리 방미 일정을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강태화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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