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익공유제에 연기금 활용 방안 꺼내..野 "자발로 포장한 강요"

오현석 2021. 1. 2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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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각각 '사회연대기금', '이익공유'라고 적힌 손 팻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권에서 코로나19 경제 위기 속에 상생 방안으로 마련된 사회연대기금과 이익공유제에 대해 기업에선 "팔 비틀기 정책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기금에 대한 기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국민연금을 포함한 모든 연기금의 투자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및 입법 추진 당·정·청 회의에서 “(이익공유제 참여를 독려하는) 방법의 하나는 인센티브 강화지만, 그 연착륙을 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을 ESG에서 찾는다”고 말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의 비재무적 건전성을 평가하는 요소를 의미한다.
국민연금은 2019년부터 ESG 평가를 투자 결정에 반영하기 시작했고, 2022년까지 ESG 가치 반영 자산을 전체 자산의 5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익공유제·사회연대기금의 형성에도 ESG 평가를 통해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 투자 여부를 결정하거나, 공공조달에 반영하거나 하는 (식으로) 유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공공조달에도 기업들의 이익공유제·사회연대기금 참여 여부를 ESG 평가를 통해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연기금 투자에 반영하는 건 법 개정이 필요 없지만, 공공조달에 반영하려면 조달법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2월 임시국회에서 이런 게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연기금 투자나 공공조달 과정에 ESG 평가를 반영하면 이익 독점 기업엔 돈이 덜 몰리고, 이익 공유 기업엔 더 많은 이익이 가게 된다”며 “이는 시장 친화적인 인센티브 제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여당이 기업에 이익공유제를 강제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추경호 의원은 “자발적으로 하자고 했는데 안 될 것 같으니, ESG를 꺼내 ‘자발’로 포장해 강요하는 것”이라며 “사회가 평가하는 ESG를 정치권이 나서서 이익공유 지표로 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송언석 의원도 “이 대표가 ‘자발적 참여’를 빙자하더니, 결국 ESG와 연계해 강제적으로 하겠다고 밝힌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조동근 명지대학교 교수(경제학)는 “애초에 ESG가 주관적인 평가라 문제가 적지 않은데, 이걸 연기금에 넣는다는 건 사실상 기업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손 안 대고 코 풀기식 정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300석 가운데 174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이날 당·정·청 회의를 통해 ▶사회적 경제 기본법 ▶사회적 가치 기본법 ▶마을기업 육성법 ▶신용협동조합법 ▶서민금융지원법 등 5가지 법안을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열린 의원총회에선 이들 법안을 포함한 103개 처리 법안 목록도 확정했다.


박용만 만나 ‘기업 달래기’도 병행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28일 만나 규제 혁신을 주제로 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 민주당에서 입법을 담당하는 의원 9명이 한꺼번에 참석한 것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규제혁신 법을 처리하는 데 있어 가장 센 팀이 왔다. 말로만 끝낼 게 아니고 제대로 처리하겠단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오종택 기자

민주당의 법안 목록에는 가사서비스산업육성법(가사서비스법)과 ‘규제 샌드박스 5법’ 등 기업들이 요구해 온 규제 개혁 법안도 포함됐다. 가사서비스법은 개인 간 거래에 머무는 가사서비스업의 규제를 풀어 노동법에 저촉될 여지를 없애는 게 골자다. ‘규제 샌드박스 5법’은 신기술·신산업 분야의 새로운 제품·서비스에 대해 규제를 유예하던 특례기간이 종료된 뒤에도 관련 기업활동을 계속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앞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대한상의와 규제혁신을 주제로 한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날 “산업화 시대의 낡은 법·제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 혁신을 가로막는 법제들이 일거에 퇴출될 수 있길 바라 마지않는다”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를 요청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2월 임시국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바로 심의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도 여전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간담회 모두발언을 마치며 “환경 위기 대응과 사회적 가치 창출, 지배를 투명하게 하는 ESG가 새로운 화두가 됐다”며 “(기업이) 낡은 구조와 관행, 문화를 혁신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과제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현석·김준영·남수현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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