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 성동일·배추 뽑는 정용진 '광클릭'

박지영 2021. 1. 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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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TV 광고 보니? 난 유튜브 광고 본다

# 서울시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슬비 씨(28)는 최근 유튜브에서 광고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유튜브에 소개되는 기업 광고는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주며 가끔씩 새로운 영감을 준다는 것이 이 씨의 생각. 이 씨는 “영상을 이용한 마케팅 방법을 고민할 때가 많은데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다양한 채널에서 광고를 찾아본다”며 “요즘은 재밌고 신선한 B급 감성을 활용한 광고 영상이 대세다. 이런 광고들은 사실 무엇을 광고하는지 바로 파악은 안 되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제발 나 좀 봐 달라”고 소리쳐야 했던 광고를 요즘은 소비자가 먼저 유튜브에서 검색해 찾아보는 시대다. 과거처럼 TV를 틀었을 때 얼른 지나가기만을 바라던 그런 광고는 이제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졌다. MZ세대 감성과 시선을 사로잡은 광고는 새로운 콘텐츠가 돼 SNS상에서 입소문을 탄다. 이 같은 트렌드를 알아차린 기업들 역시 예전처럼 단순히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광고를 만들지 않는다. 스토리와 재미를 결합한 콘텐츠 형태로 광고를 제작해 브랜드를 알리는 식. 당연히 기업들은 독창적인 유튜브 광고를 만들기 위해 열을 올린다.

최근 화제가 된 KCC창호 ‘무한 광고 유니버스에 갇힌 성동일’ 광고는 창 대신 브랜드를 홍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KCC 제공>

▶유형1. B급 감성 자극하라

▷KCC창호 한 달 만 800만 조회

온라인에서 인기를 끄는 광고 영상의 경우 대체로 MZ세대가 좋아하는 ‘B급 감성’을 내세운 경우가 많다.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된 KCC창호 ‘무한 광고 유니버스에 갇힌 성동일’ 광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배우 성동일이 광고 한 편 속에서 대략 10개가 넘는 콘셉트로 끊임없이 등장한다. 유명 광고 카피를 대놓고 패러디하는가 하면, 공중파 광고라면 나갈 수 없을 비속어가 나온다. 이 광고는 유튜브 업로드 한 달 만에 800만 조회를 기록했다. KCC는 단순히 제품을 알리는 것보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이 같은 광고를 만들었다고.

이지훈 KCC 홍보광고팀 대리는 “‘KCC창호’라는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더 강하게 각인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한 광고”라며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디지털 채널의 강점을 극대화한 기획안을 구성했다. 재밌는 콘셉트로 소비자의 자발적인 바이럴 마케팅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무학의 소주 브랜드 ‘청춘소주’의 ‘청춘 맞나 청춘 맞다’ 브랜드 광고 영상 역시 SNS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5월 공개한 청춘소주 광고 영상은 청춘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여러 에피소드를 모델 이나은을 앞세워 발랄하고 재미있게 표현했다. 누적 조회 수는 1100만회에 달한다.

요즘 ‘대세’인 인물을 광고에 적절하게 기용하면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도 한다. 임영웅이 출연한 매일유업 바리스타룰스 커피 광고는 큰 인기를 끌었다. <매일유업 제공>

▶유형2. 핫한 스타 앞세워라

▷임영웅만 나오면 무엇이든 대박

유튜브 광고는 쌍방향으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시청자를 유입시킬 수 있는 인물을 섭외해 광고를 제작한다면 조회 수를 올리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매일유업 바리스타룰스 광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인기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출연한 바리스타룰스 광고는 공개 2개월 만에 1000만뷰를 훌쩍 넘겼다. 브랜드 광고 영상의 조회 수가 단기간에 이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경우는 드물다. 임영웅이라는 대세 가수를 기용해 팬들의 유입을 이끌어낸 덕이다.

독특한 점 중 하나는 임영웅 모델 기용을 매일유업에서 먼저 나서지 않았다는 사실. 매일유업 팬들은 평소 임영웅이 바리스타룰스 커피를 좋아해 자주 마신다며 자발적인 구매 운동을 벌였다. 결국 매일유업은 임영웅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회사와 팬, 임영웅 모두 윈윈한 사례다.

동원참치 역시 ‘핫한 인물’을 제대로 활용했다. EBS 인기 캐릭터 ‘펭수’와 트로트 가수 정동원이 출연한 동원참치 CF 시리즈는 유튜브 누적 조회 수 3560만회를 넘겼다. 펭수가 출연한 ‘캔을 따’ 조회 수는 2140만회를 넘기며 지난해 공개된 국내 CF 중 유튜브 조회 수 1위를 기록했다.

▶유형3. 회장님이 직접 나서라

▷대기업 총수가 광고 모델 되니 대박

대기업 총수가 직접 나선 광고 역시 유튜브에서 인기를 끈다. 이마트 유튜브 채널 ‘이마트 Live’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앞세웠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온 정용진 부회장이 아예 유튜버로 변신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해남 땅끝마을 배추밭을 찾아 배추를 수확하고 배추전 등을 요리하는 내용이 담긴 ‘정용진 부회장이 배추밭에 간 까닭은?’ 영상은 3주 만에 129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후속작인 ‘배추밭 비하인드와 시장에서 장 본 이야기 공개!’ 영상도 3일 만에 50만회를 넘어섰다. 해당 영상에서는 시장 상인이 정 부회장에게 “무슨 일하는 사람이냐”고 묻자 정 부회장이 “장사한다”고 답하는 모습이 그대로 나와 SNS에서 화제가 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집밥 수요가 늘어나자 정용진 부회장이 ‘요리하는 즐거움과 식문화를 이마트가 이끌어나가면 좋겠다’며 직접 기획했다”며 “정 부회장이 이마트 공식 유튜브 채널에 도움을 주고자 직접 출연했다”고 말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이미 ‘간판 광고 모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택진이 형’이라는 별명을 처음 붙여준 ‘리니지M’을 시작으로 4차례 광고에 출연했다. 지난해 ‘리니지2M’ 1주년 기념 광고 영상은 아예 특수 분장까지 한 모습으로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유튜브 광고 대세가 된 이유?

▷정보·재미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유튜브 광고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존 영상 광고가 갖지 못한 정보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오두환 한국온라인광고연구소장은 “예전에는 TV에 광고가 주로 나오다 보니 의무적으로 봐야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디지털세대의 경우 내가 이 광고가 보기 싫으면 언제든지 뒤로가기를 누를 수 있다. MZ세대는 필요한 게 아니면 끊어내는 것이 빠른 세대”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인쇄 광고는 정보가 많지만 재미가 없고, 영상 광고는 재미는 있지만 정보를 많이 담지 못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재미가 있으면서 많은 정보를 담은 광고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기존 영상 광고의 짧은 시간과 정보량을 보완한 것이 유튜브 광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재밌으면서도 많은 정보를 담은 유튜브 광고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유튜브의 알고리즘 역시 소비자가 직접 광고를 보러 오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이은희 교수는 “유튜브라는 플랫폼 특성상 소비자가 콘텐츠를 찾아 떠돌게 된다”며 “광고 영상이라고 해도 재밌게 만들어지다 보니 일종의 유익한 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한다.

“B급 감성에 초점을 맞춘 영상이라고 해도 광고 자체는 퀄리티가 높은 것이 유튜브 광고의 특징이다. 미학적이고 예술적인 광고에 유머와 트렌드가 더해질 때 그 가치가 살아날 수 있다.”

김동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의 총평이다.

[박지영 기자 autum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4호 (2021.01.27~2021.0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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