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북한 북한" 미국은 "중국 이란" 드러나는 우선순위 차

유지혜 2021. 1. 2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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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취임과 함께 ‘바이든의 외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정부의 바람과 달리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에 들지 못하는 분위기다.

27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토니 블링컨 신임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상원 인준을 통과한 뒤 블링컨 장관은 곧바로 전화외교에 돌입했다. 취임 당일에만 캐나다, 일본, 멕시코, 한국 등 4개국 외교장관과 통화했고. 27일(현지시간)에는 프랑스, 독일, 영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호주, 필리핀, 태국, 이스라엘의 카운터파트와 전화 협의를 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하면 블링컨 장관은 동북아의 두 동맹, 한국과 일본 외교장관과 가장 먼저 상견례를 한 셈이다. 트럼프 시대에 생채기가 크게 난 대표적인 동맹 관계인 독일, 나토보다도 먼저였다. 시차 등도 고려했을 수 있지만, 취임 당일 밤에 한·일 장관과 서둘러 통화한 것은 함의가 있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특히 이런 순서 자체가 미국의 주된 관심은 중국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 블링컨 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및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상과 통화한 뒤 국무부가 낸 보도자료를 보면 한ㆍ미ㆍ일 협력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필수적인 3각 안보 협력 강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인도양과 태평양에서 중국을 포위해 들어가며 압박하겠다는 취지에서 고안된 개념인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이란 표현도 빠지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은 필리핀의 테오도르 록신 외교장관과 통화하면서는 아예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해양법상 허용 범위를 넘어 해양 영유권을 주장하는 데 대해 반대한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PRC)의 압박에 맞서 동남아 국가들과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또 머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는 중국 견제용 쿼드(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안보 협의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27일 첫 기자회견도 했는데, 북한 문제 언급은 아예 없었다.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검토하고 있는 정책 사안이 무엇이냐는 첫 질문에 예멘 후티 반군 제재를 꼽는 등 중동 문제가 질의응답에서 주를 이뤘다. 이어 러시아, 미ㆍ중 관계, 이란 핵 합의 복원 문제 등이 다뤄졌다.

27일(현지시간) 미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대답하고 있는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대사 지명자. [AP=연합뉴스]

같은날 열린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대사 지명자에 대한 상원 청문회에서도 북핵 문제는 원론적 차원에서 간단하게 언급됐다. “(비핵화 문제에서)동맹과 다시 함께 해야 한다. 한국, 일본 또 중국, 러시아에 재관여하는 것, 특히 대북 제재 체제 측면에서 밀고 나가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답변이 전부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신년사에서 남ㆍ북ㆍ미 관계 개선에 대해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며 임기 5년차의 절박함을 드러냈지만, 이제 1년차인 바이든 행정부가 느끼는 감도는 한국과는 다른 셈이다.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트럼프의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하라며 ‘한국의 시간표’를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오히려 한ㆍ미 동맹 간 껄끄러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 블링컨 장관과 강경화 장관의 통화 뒤 한국 외교부는 “두 장관은 북핵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시급히 다뤄져야 할 문제라는 데 공감했다”고 했지만,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은 여전히 북한 비핵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표현해 미묘한 차이가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대해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금 미국으로선 북한보다 이란 문제가 우선일 것이고, 지역적으로 아시아 현안에 집중한다고 해도 북핵보다는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체 강화 등 동맹 회복을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처럼 특정 현안을 위해 다른 현안을 희생시키는 주고받기식 접근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이 원하는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이슈와 미국이 원하는 대중 압박 등 다른 이슈에서 공통분모를 찾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ㆍ박현주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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