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봤다] '고양이 코로나' 공포.. 포옹·뽀뽀를 삼가야 할 진짜 이유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2021. 1. 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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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복잡한 감염 경로 "보호할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반려동물이 코로나19 감염원이 될 가능성은 작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난 24일 국내에서 최초로 반려동물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확인되면서, 반려동물로부터 사람이 재감염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방역당국(중앙방역대책본부)은 “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사람으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인수공통감염병이다. 동물에서 시작됐는데, 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확진된 반려동물로부터는 재감염되기 어렵다는 것일까?

◇코로나19 전파·감염 능력, 동물마다 달라

인간 이외의 동물이라고 다 같은 전파, 감염 능력을 갖추진 않는다. 해당 동물이 인간과 얼마나 유사한 수용체를 가졌는지, 접근성은 높은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고양이와 강아지는 감염 가능성이 작지만, 접근성이 높아 감염된 경우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연구팀 주축으로 이루어진 국제연구진은 인간 ACE-2 수용체와 410종의 척추동물 ACE-2 수용체 단백질 구조를 비교 분석해 초고위험,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 초저위험 5가지 군으로 분류했다. 고양이는 중위험군, 개는 저위험군에 속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표면에 돌기처럼 붙어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숙주동물의 ACE-2 수용체 단백질과 결합해 침투한다. 두 단백질 간 결합력이 강할수록 감염력도 전파력도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결합력은 ACE-2 수용체 단백질의 모양을 결정하는 아미노산을 통해 달라지고, 이 아미노산은 유전자 염기 서열에 따라 달라진다. 숙주 동물마다 ACE-2 수용체 단백질을 구성하는 염기 서열이 다르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동물마다 ACE-2 수용체의 위치와 분포가 다른 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혹시 사람과 같이 호흡기관의 상피세포에 ACE-2 수용체가 다량 분포돼있다 하더라도, 정글에 사는 동물이라면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 어려우니 동물로부터 사람의 감염 가능성을 따질 때 접근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쥐에서 사람까지 긴 여정 거쳐서 와

코로나19 숙주로 추정되는 박쥐는 감염 위험이 매우 낮은 그룹에 속하는 데다 사람과 접근성도 낮다. 그럼 어떻게 박쥐 숙주 바이러스가 사람에게까지 넘어온 것일까? 과학자들은 박쥐와 비슷한 수용체 염기를 가지고 있는 동물에서 사람과 비슷한 수용체 염기를 가지고 있는 동물까지 하나 이상의 중간 동물을 거쳐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이 변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려대 약대 약학과 수의학박사 송대섭 교수는 “코로나19는 2만7000개의 염기 서열이 연결된 매우 긴 사실의 RNA 바이러스라서 돌연변이가 흔하게 일어난다”며 “야생동물 사이에서 우연히 넘어가고 넘어갔다가 하필이면 사람한테 전파돼 지금은 사람 중심 바이러스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마지막 중간 숙주는 중국에서 약재로 사용된 ‘천산갑’이다. 천산갑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과 사람의 ACE-2 수용체 결합 부위 아미노산 서열 유사성은 무려 97.4%로 나타났다.

◇ 고양이, 강아지 감염원 될 가능성은 희박

전문가들은 반려 동물이 감염원이 될 가능성은 작다고 얘기한다.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감염 가능성을 예측하는 건 확률 게임인데, 반려동물이 감염원이 되려면 뛰어넘어야 하는 장벽이 정말 많다”라며 “사람한테서 반려동물로 바이러스가 넘어가야 하고, 반려동물 안에서 다시 바이러스가 충분히 증식돼야 하고, 반려동물이 기침이나 비말로 다시 사람한테 바이러스를 넘겨야 하는데 모든 과정의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먼저 반려동물이 감염될 확률 자체가 낮다. 미국의 경우 누적 확진자 수가 500만명이었을 당시 밝혀진 반려동물 감염 사례는 5건이 이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미국 가정의 비율이 65%인 걸 고려하면 반려동물을 가진 코로나19 확진자 325만명 중 동물에게 영향을 미친 경우는 5건 밖에 없었던 것. 송대섭 교수는 “실험실에서는 사람에게서 배출되는 가장 극치로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동물의 콧구멍과 각막에 발라서 감염이 되는지 본 것”이라며 “실제 전파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감염된 반려동물이 내뿜는 바이러스양도 매우 미미하다. 송대섭 교수는 “반려동물이 또 하나의 감염원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감염된 반려동물이 바이러스를 사람이 감염될 정도로 높은 용량을 배출하는 게 불가능하고, 반려동물로부터 높은 용량의 바이러스가 나오도록 변이가 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사람을 감염시킨 것으로 알려진 동물은 사람에게 처음 옮긴 미지의 동물을 제외하고는 밍크가 유일하다. 밍크는 반려동물과는 사정이 다르다. 코로나 감염에 취약한 동물일 뿐 아니라, 농장에서 유발돼 많은 종이 밀접하게 모여 있었고 인부들과 접근성도 매우 높았다.

◇혹시 모를 가능성 대비해 동물과도 ‘거리두기’ 지켜야… 유기는 안 돼

동물도 보호하고, 혹시 모를 가능성으로부터 사람도 보호할 방법은 무엇일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 가정의 동물에 관한 잠정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서는 반려인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거나 확진된 경우 동물은 확진되지 않은 가족이 돌보도록 하고 되도록 쓰다듬기, 안기, 뽀뽀하기, 먹을거리나 잠자리 공유하기 등은 삼가라고 제시했다. 확진자 외에 동물을 돌볼 사람이 없다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반려동물과 접촉하기 전 손을 씻으라고 권했다. 반려묘는 가능한 집 안에만 머무르게 하고, 개와 산책할 때 반드시 목줄을 착용하고 주변인으로부터 1.5m 이상 거리를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또 반려동물에게 마스크를 씌우면 동물에게 해가 될 수 있기에 마스크를 씌우지 말라고 권고했다.

아직 국내에는 확진 동물의 치료나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첫 확진 사례 이후 방역당국과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려동물 관리 지침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수의사회는 반려동물 코로나19 감염 상황실 설치하고 발생 현황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송대섭 교수는 “우리가 감염되는 것보다 반려동물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며 “부정확한 정보와 불안감으로 반려동물을 유기하거나 학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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