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코로나19 악용하는 티켓 리셀러들, 과열된 뮤지컬 '명당' 경쟁

박정선 2021. 1. 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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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베르나르다 알바' '블랙메리포핀스' 등 불법티켓거래 기승
뮤지컬 제작사 "건강한 공연 문화, 관객들의 참여와 도움 필요"
ⓒ공연 포스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뮤지컬계의 시름을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코로나19로 힘든 뮤지컬계를 악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 불법거래 티켓은 이전에도 공연계의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주범으로 여러 차례 지적이 돼 왔는데, 코로나19 시기를 맞아 더욱 기승을 부리는 모양새다.


개막 예정이던 대형 작품들이 줄줄이 개막을 연기하거나, 공연 잠정 중단을 결정하면서 소수 작품에 관람 수요가 집중됐다. 당초 지난달 18일 개막 예정이던 ‘맨 오브 라만차’는 개막을 세 차례에 걸쳐 연기한 끝에 내달 2일 관객들을 만난다. 이달 19일 개막하려던 ‘명성황후’는 프리뷰 공연 진행 이후 개막 잠정 연기 결정을 내렸다가 지난 26일 본 공연(2월 2일~)의 티켓 예매를 시작했다. 또 ‘고스트’ ‘몬테크리스토’ 등도 공연 중단 기간을 연장한 상태다. 내달 16일 개막하는 ‘위키드’는 한 칸 띄어앉기를 적용해 예매가 진행 중이다.


현재 무대에 올리고 있는 공연이 한정된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가용 객석의 수도 정해져 있어 티켓 경쟁이 치열하다. 그렇지 않아도 소위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이 예상되는 대작들에 코로나19 상황이 겹치면서 더 티켓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 펼쳐졌다. 이런 ‘명당’을 차지하려는 뮤지컬 팬들의 소비 심리를 티켓 리셀러들은 적극 악용하기 시작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공연을 이어가기 힘든 상황에 불법 거래 티켓까지 기승을 부려 매우 힘이 빠지는 상황이다. 리셀러들이 티켓 오픈이 되자마자 표를 싹쓸이하고, 이후 프리미엄을 붙여 표를 되파는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진짜 공연을 보고자 하는 뮤지컬 팬들의 원성 가득한 문의가 빗발치면서 업무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위키드’ 제작사 에스앤코는 국내외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나 SNS, 카페, 블로그 등에서 개인 거래 및 불법적 경로로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불법거래 티켓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빈번히 발생함에 따라 나름의 조치를 취했다. 공식 예매처 및 판매처가 아닌 불법 거래 티켓에 대한 예매 취소는 물론 예매한 티켓에 대해서는 예매자의 신분증 및 예매내역서 확인을 통한 현장 수령 방침을 세웠다.


또 티켓 불법거래 관련 제보를 통한 사전 예방에 나서기도 했다. 관계자는 “이후에도 티켓 불법 판매에 대해 지속적인 관리 감독을 진행할 예정이다. 비공식 경로로 티켓을 구매하지 않는 관객 여러분의 협조가 필요하다. 올바른 공연문화 조성을 위해 관객들의 동참과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현재 두 칸 띄어앉기로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도 불법 거래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정동극장 관계자는 “불법거래가 적발될 경우 공연 관람이 불가한 것은 물론, 이에 따른 변경이나 취소·환불도 불가하도록 했다. 건강하고 올바른 공연 문화 정착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예매·티켓수령·관람에 대한 본인 확인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차 티켓 오픈부터 본인 아이디 또는 가족 아이디로만 구매가 가능하도록 했고, 관람자 본인(가족 아이디일 경우 가족관계 증명서도 지참) 실물 신분증 확인 후 티켓 수령이 가능하도록 했다. 일행과 함께 예매를 했을 시에도 대표 예매자의 실물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한 번 수령한 티켓은 매표소에서 보관이 불가하도록 했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인터파크를 통한 예매 당시 수십개의 아이디를 사용해 불법 예매와 거래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 해당 아이디를 모두 선예매에서 제외시킨 상태다. 이후 공연에 대해서는 안심예매 서비스로 진행됐다.




ⓒ불법 거래 블로그 캡쳐

그러나 제작사가 제시한 불법 티켓 예매 방지를 위한 방법들에 대한 실효성 의문이 제기됐다. 한 뮤지컬 팬은 “공연 티켓팅 당시 선예매는 사이트가 멈춰버리고, 일반 예매 역시 순식간이 먹통이 됐다. 아이돌 콘서트 이후 이런 피켓팅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또 “예매자와 수령자의 이름이 동일한지 확인하는 절차로만은 불법 티켓 예매를 막기 힘들다. 매크로를 이용한 대리 티켓팅, 예매 후 다른 아이디로 티켓 넘겨주기 등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본질적으로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팅 자체를 모니터링을 통해 막는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지금까지도 온라인상에는 ‘티켓 안전하게 구매자님 계정에 직접 옮겨드립니다’라며 버젓이 불법 티켓이 거래되고 있다. 제작사와 예매처에서 티켓 수령 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을 대비한 방법이다. 해당 글들에는 티켓을 구매하는 방법부터, 가격, 티켓 예매자 계정 변경 방법 등이 세세하게 적혀 있다.


이에 공연 관계자는 “프리미엄 티켓을 판매하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이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없어야 한다. 공연을 보기 위한, 또 명당을 확보하기 위한 관객들의 마음은 백 번 이해하지만 정말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건강한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길 바란다”면서 “프리미엄 티켓에 대한 수요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티켓 리셀러들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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