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능력 일취월장, 만능 공격수로 진화하는 손흥민
[박시인 기자]
▲ 손흥민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손흥민이 최근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만능형 월드클래스 공격수임을 입증하고 있다. |
ⓒ 토트넘 트위터 캡쳐 |
손흥민(28)의 전성시대다.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데뷔한 이후 올 시즌 유독 두드러진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시즌 중반으로 접어든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2골로 득점 2위에 올라있다. 이뿐만 아니라 유로파리그 3골, 리그컵 1골을 기록하며, 모든 대회를 통틀어 28경기에서 16골을 폭발시켰다. 현지 매체와 전문가들 모두 손흥민이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라섰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 시즌 전성기 반열에 오른 손흥민
2015년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어느덧 6년차로 접어들었다. 입단 초기만 해도 손흥민은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첫 시즌 리그에서 4골에 머무르며, 주전과 후보를 오가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손흥민은 자신의 약점인 오프 더 볼, 드리블, 공간 활용, 패싱력을 한껏 키우며, 서서히 진화를 거듭했다. 2년차인 2016-17시즌부터 매 년 두 자릿수 득점을 터뜨려 토트넘의 주요 공격원으로 자리잡았다.
2018-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토트넘의 결승 진출에 크게 기여했고, 2019-20시즌에는 득점과 도움 모두 두 자릿수를 올리며, 프리미어리그 10-10 클럽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는 모하메드 살라, 케빈 데 브라위너와 더불어 손흥민까지 단 3명만 보유한 기록이다.
사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조제 모리뉴 감독 체제에서 수비 가담으로 인해 많은 득점을 쏟아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토트넘 수비 진영까지 깊숙하게 내려온 탓에 상대 골문과의 거리가 멀어졌고, 이는 체력 저하뿐만 아니라 슈팅 기회에서 온전한 힘을 쏟아내지 못하도록 야기시켰다.
이에 모리뉴 감독은 올 시즌 들어 공격 전술을 재수정했다. 경기 도중 해리 케인을 2선으로 내리고, 빈 공간을 손흥민이 침투하며 득점까지 매듭짓는 패턴이다.
손흥민은 빠른 스피드, 공간 침투, 정확도 높은 슈팅의 장점을 십분 살리며, 프리미어리그에서 유력한 득점왕 후보로 급부상했다. 토트넘도 플랜A를 중심으로 시즌 초반 선두권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한 단계 진화한 도움-패스 능력
그러나 같은 방식이 매번 통할 수는 없는 법이다. 최근 모든 팀들이 손흥민과 케인에 대한 동선을 파악한 뒤 집중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특히 측면 수비수가 손흥민을 막기 위해 중앙까지 따라나서는 빈도가 늘었다.
이러다 보니 시즌 초반과 비교해 손흥민의 득점포가 시원하게 가동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1일 레스터 시티전부터 8경기 동안 2골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손흥민은 최근 골에만 집중하기보단 패스나 도움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상대 수비수에게 많은 선택지를 가져다줄수록 혼란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을 살펴보면 패스 성공률, 키패스 등의 수치가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 손흥민, 최근 8경기 세부기록 득점력이 다소 저조한 대신 도움, 키패스, 패스 성공률이 크게 증가했다. |
ⓒ 박시인 기자 |
손흥민은 최근 5경기에서 어시스트만 3개를 기록했으며,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가 득점이 아닌 도움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위컴과의 FA컵 32강전에서는 선발이 아닌 벤치에서 대기했다. 오는 29일 리버풀과의 중요한 리그 경기를 앞두고, 모리뉴 감독은 다소 비중이 낮은 FA컵에서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했다.
하지만 1.5군의 토트넘은 위컴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 다닌 토트넘은 전반 종료 직전 간신히 동점골로 만회했지만 자칫 연장전까지 돌입할 경우 3일 뒤 있을 리버풀전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 있었다.
결국 주전들이 후반 들어 모두 투입돼 총력전에 나서야 했다. 손흥민도 예외는 아니었다. 후반 23분 그라운드로 등장한 손흥민은 확연한 존재감을 뿜어냈다. 겨우 22분 동안 무려 24회의 볼 터치를 가져가며 영향력을 행사했다. 골은 없었으나 후반 43분 도움 1개를 추가했으며, 키패스 2개, 94%의 높은 패스성공률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도움 능력이 향상된 것은 지난 시즌부터다. 리그 10도움, 모든 대회를 통틀어 12도움을 올린 것은 자신의 커리어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 손흥민, 토트넘 이적 후 프리미어리그 기록 최근 2시즌 동안 키패스, 도움 숫자가 크게 증가했다. |
ⓒ 박시인 기자 |
드리블을 줄이는 대신 패스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2.1회 드리블 성공을 보인 것에 반해 올 시즌 0.9개로 크게 감소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경기당 키패스 1.4개보다 올 시즌 1.9개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손흥민이 리그에서 득점과 도움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례적이다. 현재 리그 6도움으로 케인, 데브라위너, 잭 그릴리시, 브루누 페르난데스에 이어 5위에 랭크돼 있다.
손흥민의 올 시즌 모든 대회 통합 기록은 28경기 16골 10도움. 지난 시즌 12도움에 불과 2개차로 다가섰다. 시즌 반환점을 막 넘어선 시점에서 매우 빠른 도움 페이스다.
이는 손흥민이 골에만 특화된 공격수가 아님을 입증한 것과 다름없다. 넓은 시야, 순간 판단력, 패스 능력마저 장착시키며, 만능형 공격수로 진화한 손흥민이 월드클래스라는 극찬을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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