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라 가능했던 이야기 '경이로운 소문'[인터뷰]

박민지 2021. 1. 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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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역대 기록 모두 갈아치운 '경이로운 소문' 종영 인터뷰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영웅은 영웅인데, 왠지 측은했다. 초능력을 지녔는데, 어딘가 짠했다. 배우 조병규(24)가 만든 OCN ‘경이로운 소문’의 주인공 소문은 그런 캐릭터였다. “엄마 손은 약손, 소문이 뼈는 통뼈, 소문이는 끄떡없지”.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했던 추매옥(염혜란)이 이런 말을 하면 금세 기운을 차리고 일어섰다. 다리를 절던 소문이 내달리면 ‘저러다 넘어지면 어쩌나’ 걱정하도록, 소문이 다시 빨간 추리닝을 입으면 손에 땀을 쥐도록 만들 수 있었던 건 조병규라 가능했던 일이다. 최근 화상으로 국민일보와 만난 조병규는 “힘들고 갑갑한 시기에 위로를 건넬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경이로운 소문’은 악귀 사냥꾼인 카운터들이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해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치는 한국형 히어로물이다. 첫 방송부터 “OCN이 일냈다”는 환호를 자아내며 역대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최근 방송한 마지막회는 두 자릿수 시청률을 회복하며 11.0%(닐슨코리아·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현재 시즌2가 확정됐다.

HB엔터테인먼트 제공

2015년 ‘후아유-학교 2015’로 데뷔한 조병규는 올해 6년 차 배우다. 2018년 스카이캐슬(JTBC)로 인지도를 얻은 후 단기간에 정상에 섰지만 그에게 “운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데뷔 후 줄곧 단역, 엑스트라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연기했다. 출연한 작품은 70편이 넘는다. 소처럼 일한다는 의미로 ‘소병규’라는 애칭도 얻었다.

노력은 2020년 빛을 발휘했다. 출연작 모두 흥행에 성공하면서 조병규의 재발견을 이뤄낸 한 해였다. 지난해 초 방송한 ‘스토브리그’(SBS)는 그에게 신인상을 안겼고, 첫 주연작 ‘경이로운 소문’은 스타 배우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달려왔습니다. 할 수 있는 역할은 전부 해보자는 마음이었죠.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이 악물고 버텼어요. 이번 드라마로 칭찬을 꽤 받았는데, 이런 노력들이 자양분이 된 것 같습니다.”

남다른 연기 열정만큼 소문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대단했다. 고아면서 장애를 지닌 소문의 성장 서사는 소시민의 연대라는 극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소문은 사회에서 배척되는 약자를 대변하지만 결코 참지 않는다. 괴롭힘을 당할 때도 친구를 지켰고, 주류에서 소외돼도 이웃의 손을 잡았다. 작은 힘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소문의 일상에서 보여줘야 했다.

OCN 홈페이지

캐릭터 분석의 출발은 소문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부터였다. 다리가 아픈 소문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편함과, 그래서 겪었을 부조리와 단절에 대해 알아야 했다. 그는 촬영 전 지팡이를 짚고 강남 한복판으로 가 정처 없이 걸었다. “드라마의 가장 큰 판타지 요소는 소문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소문이 자신보다 더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를 위해 싸운다는 자체가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이잖아요. 소문의 고뇌를 이해한 후, 그의 유연함과 정의로움의 근원을 찾아갔죠.”

‘경이로운 소문’이 한국형 히어로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이런 지극히 한국적인 연민이 있어서다. 강력한 힘을 무기로 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빈틈을 보듬으며 나아갈 때 카타르시스가 쏟아졌다. 조병규는 이 작품을 가장 인간적인 히어로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카운터즈는 초월적인 힘을 지닌 영웅이 아니라 인간보다 조금 더 강한 인간”이라며 “영웅이지만 인간의 삶과 닿아있는 휴머니즘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대한 히어로 세계관의 장점도 있지만, ‘경이로운 소문’처럼 제한된 세계관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인간미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배우로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냐” 묻자 잠시 공백이 생겼다. “음,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연기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막상 질문을 받으니 ‘내 목표는 뭘까’ 생각하게 되네요. 그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달려온 것 같은데,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올해 목표는 좋은 연기를 하는 것입니다(웃음).”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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