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의 병원, 羅의 은마, 吳의 숲길..그들의 발끝에 '전략' 있다
2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서울 남산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를 찾아 의료진을 격려했다. 각각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자신이 시장 시절 개발된 경의선 숲길을 찾았고, 나경원 전 의원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앞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을 맹비난했다.
선거철마다 “후보자의 발끝에 전략이 숨어있다”는 말이 돌곤 한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야권 ‘빅3’의 초반 방문장소를 분석해 동선에 담긴 후보들의 전략 코드를 살펴봤다.
◇의사 안철수=“저, 의사 안철수가 코로나19를 확실히 잡겠다.”(2020년 12월 20일) 의사 출신임을 강조하며 ‘빅3’ 중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그는 이날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를 찾아 “밀집·밀접·밀폐도를 정의한 후 서울형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손실보상’ 시기에 관한 질문에는 “선거가 4월이라고 정부가 그때 지급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그의 1월 공개 일정을 보면 서울광장 선별검사소 의료봉사(15일)와 대한의사협회(18일)·간호협회(22일) 방문 등 의료와 관련된 게 많다. 이현출 건국대 교수는 “의사 안철수라는 이미지는 전문성을 부각하고 코로나19 이슈를 선점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도 높은 셀럽들과의 만남도 그의 동선 코드 중 하나다. 출마 선언 직후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조순 전 서울시장 등을 차례로 만난 그는 이날 서울시장을 역임한 고건 전 국무총리와 만난 사실을 추가로 공개했다.
◇반문 나경원=나 전 의원은 지난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일 때 얻은 강성 투쟁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정권심판의 적임자임을 어필하는 중이다. 선거 표어도 ‘독하게, 섬세하게’로 정했다. 이날 강남구 은마아파트를 찾은 나 전 의원은 “외벽 페인트가 그냥 후두두 떨어지는 지경”이라며 “이 정부는 부동산 투기 수요를 잡는다면서 재건축 등 공급을 틀어막았다. 그러면서 24번이나 정책을 내놨지만 결과는 부동산 가격 폭등이었다”고 비판했다. 출마 선언 다음 날인 지난 14일에는 첫 행선지로 서울 금천구의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앞둔 남서울럭키아파트를 찾아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라는 정책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자영업자 표심도 공략하는 중이다. 이태원 골목을 출마선언(13일) 장소로 정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당시 그의 뒤로는 “장사하고 싶다”는 문구를 붙인 식당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그는 19일에는 운동복 차림으로 구로구의 한 헬스장을, 24일에는 홍대에서 청년 자영업자를 만나 각각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경륜 오세훈=서울시장 경력자인 오 전 시장은 실무 행정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도 경의선 숲길을 찾아 “제가 재임 시절 이 철길 주변을 녹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렇게 완성됐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출마 선언도 북서울꿈의숲에서 했는데, 이곳은 그의 재임 시절 대표적 업적 장소다.
다른 후보를 겨냥해 “초보·인턴 서울시장 안 된다”(18일 KBS 라디오)고 강조한 그는 이날도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5년 내 공공분양주택 3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페이스북)고 비판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경력자 부각 전략은 과거 시장직을 사퇴했던 부정적인 기억까지 소환할 우려가 있다”며 “오 전 시장이 서울시정에 대한 청사진을 보다 선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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