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포럼] 인구 감소, 재앙을 피하는 법

김원배 2021. 1. 2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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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출산율 더 떨어질 듯
출생아 줄면 유치원·대학 타격
과잉 분야 구조조정 준비해야
김원배 사회디렉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은 2021년부터 현실화되어 적어도 2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내놓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이라는 보고서 내용의 일부다. 2019년 3월 통계청은 급속한 출산율 하락을 반영한 ‘장래인구 특별추계’를 내놓았다. 이때 인구 정점 시기와 규모를 2028년 5194만 명으로 예측했지만 불과 1년여 앞을 내다보지 못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주민등록 인구는 5183만 명으로 전년 말보다 2만여 명 감소했다. 주민등록 인구가 준 것은 사상 처음이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는 ‘인구 데드크로스’가 일어났다. 임신 및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하면 지난해 인구 감소가 순전히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코로나19로 결혼을 연기하거나 아이 갖기를 미뤘다면 그 영향은 올해 이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러 가지 지원책이나 제도 개선으로 출산율을 높여야 하겠지만 이젠 현실로 다가온 인구 감소와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지난해 출생한 아이는 27만5815명으로 사상 처음 30만 명 선이 무너졌다. 대규모 이민이 없는 이상, 이 출생아 수는 미래를 규정한다. 몇 년 뒤 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갈 때 원아 모집을 제대로 못 하는 곳이 생길 수 있다.

몇 해 전 사립유치원 비리가 터졌을 때 정부는 사립유치원이 공공성이 있는 교육기관임을 분명히 했다. 이런 어려움이 생길 때 정부는 사립유치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 ‘교육기관’을 지원할 것인가. 아니면 사립이니 알아서 정리하라고 할 것인가.

서소문 포럼 1/28

지난해 초등학생 수는 269만 명이다. 최근 출생아 수를 고려하면 6~7년 뒤 초등학생 수는 200만 명을 밑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교사 수를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하는가. 확실한 것은 과거 기준으로 교원 양성을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2021학년도 지방대의 정시 평균 경쟁률이 3대 1에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학생별로 3곳을 지원할 수 있으니 3대 1 미만이면 정원을 채우기 힘들었다는 의미다. 어려움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하지만 교대와 사범대가 알아서 정원을 줄이고, 경쟁력 없는 대학이 스스로 문을 닫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현재 초·중·고를 위한 지방교육 재정은 내국세 수입에서 약 20%를 떼서 마련한다. 교육이 국가의 백년대계임은 사실이지만 초중고 학생 수가 1980년대 1000만 명을 넘었을 때와 지금처럼 500만 명대로 줄어든 상황이 같다고 보긴 어렵다. 기존 재정 투입 비율을 유지하면서 보다 질 높은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한편에선 2025년 1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65세 이상 노령층 복지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에도 “고용·교육·의료·주택 등 영역별로 일부는 초과 공급, 일부는 초과 수요가 발생하는 등 사회 영역별 수급 불균형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급속한 인구 변화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하지만 본격적인 공론화는 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지원책은 내세우기 쉽지만, 혜택을 줄이겠다는 말을 쉽게 할 수는 없다. 정치적으로도 인기가 없는 정책이다.

하지만 제한된 정부 재정으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급격한 인구 변화의 시기엔 고통스러운 선택을 피할 수 없다. 과잉 부분은 줄이고 모자라고 필요한 쪽으로 재원을 더 쓸 수 있어야 한다.

한국보다 앞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 나온 책 『인구감소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우치다 다쓰루 등)에서 한 대목만 인용한다.

“급격한 인구감소는 이제 막을 수 없습니다. 사회구조는 극적으로 변화합니다. 어떤 산업 분야는 통째로 소멸될 것입니다. 그러나 피해를 최소화하고 파국적 사태를 회피하여 연착륙하기 위한 대책을 고안할 수는 있습니다.”

아직 한국의 재정 여건이 건전하다고 하지만 선심성 정책이 이어지면 견딜 재간이 없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수요도 늘고 있다. 남는 분야에서 모자라는 분야로 재정과 자원을 돌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인구 감소는 대재앙이 되고 말 것이다. 이제는 불편하지만, 꼭해야 할 일을 준비할 때다.

김원배 사회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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