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은 안 되고 이익공유제는 된다? "어느 장단에 맞추라고"

홍지유 2021. 1. 2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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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을 돕자는 명분을 앞세운 여당과 금융당국이 모순된 요구를 쏟아내며 금융권의 혼란이 가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의 물주로 금융사를 이용하려는 ‘정치 금융’까지 가세하며 금융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3월 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5대 금융지주와 조찬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피해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치 넘은 ‘정치 금융’ 전성시대
‘정치 금융’의 물꼬를 튼 것은 여당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19일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을 이익공유제 주요 참여 대상으로 지목하면서다. 홍 의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이익을 크게 보고 있는 업종은 꼬박꼬박 이자를 가져가는 금융업”이라며 “금융업으로 은행권의 이자도 멈추거나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익공유제의 재원은 정부가 공적자금이나 쌓여있는 여유 기금을 활용해 일부 출연하되, 민간의 자발적인 기부로 상당 부분을 충당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당의 계획대로면 은행 등 1금융권에서 1100억원을 내놔야 한다. 가계 대출 증가로 이자 이익 수혜를 봤으니 돈을 풀라는 논리다.

반면 금융당국은 돈을 조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금융사가 흡수해야 할 부실 채권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배당을 자제하고 곳간을 채워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실화에 대비해야 한다”며 금융 지주의 배당 폭을 지난해(25~27%)보다 낮은 15~25%로 제안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에서는 돈을 아껴 위기에 대비하라더니, 여당에서는 돈을 내놓으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배당은 줄이고 기금은 늘려야 한다면 결국 주주의 돈을 빼서 소상공인에게 나눠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금융권경영간섭말말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BIS 비율은 엿가락? “K-뉴딜이 먼저”
여당에서는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을 완화해서라도 한국판 뉴딜(K-뉴딜)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2일 금융권의 K-뉴딜 투자 독려를 위해 5대 금융 지주 회장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현행 BIS 자기자본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BIS비율은 자기자본으로 대출 등 위험가중자산을 나눈 값으로 은행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BIS비율을 지키며 신성장 산업 등 투자 위험도가 큰 분야에 투자하려면 투자금의 몇 배에 달하는 자기 자본을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은행 등이 투자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은행이 건전성에 집착하지 않고 스타트업과 신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BIS비율을 완화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주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BIS 같은 국제 기준까지 조절하며 투자를 종용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부는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지금은 금융 당국의 역할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정치권이나 정부가 시시때때로 금융사 경영에 간섭한다면 결국 금융회사들은 공기업과 같이 정부 의존하는 형태로 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책임은 정부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의 재정 건전성이 망가지면 결국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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