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4월 지급" 말했던 홍익표 "소급적용 안된다" 선그어..당 일각선 "이럴거면 법 왜 만드나"

김효성 2021. 1. 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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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민주당 대표(왼쪽)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와 협의해 최적의 손실보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김태년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코로나19 손실보상제 소급적용 주장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논란이 ‘불가’로 가닥을 잡았다.

27일 열린 민주당 비대면 정책의원총회에서 홍익표 정책위의장이 나서 선을 그었다. 의총 참석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홍 의장은 “소상공인 손실보상제는 앞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팬데믹 같은 새로운 전염병이 생길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법적 근거”라며 “소급적용 논란은 여기서 마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홍 의장은 보상금 지급 시기를 “3월 안, 늦어도 4월 초”(지난 25일 라디오 인터뷰)라고 언급해 소급보상에 대한 기대를 키웠던 장본인이다.

민주당은 소급적용 불가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손실은 4차 재난지원금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방향도 잡았다. 일종의 투트랙 전략이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손실보상제는 차후 코로나 팬데믹 같은 상황이 오면 미래의 피해구제방안이고 지금까지의 손실보상은 4차 재난지원금으로 하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홍 의장 역시 의총에서 “손실 보상 대상인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이미 1·2·3차 재난지원금 형태로 지원을 받았고 4차 재난지원금으로 손해를 보전해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물밑불만은 여전…“사후약방문 대책이냐”
그간 민주당에서 나온 손실보상법안들은 대체로 소급적용을 전제로 한 것들이었다. 민병덕 의원이 낸 ‘코로나 극복 손실보상 특별법’, 이동주 의원이 낸 ‘코로나 피해구제 특별법’ 등이다. 민 의원은 이날 오전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과거에 대해 피해보상을 하지 않으면서 미래에 대해 피해보상만 하겠다는 건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고 이동주 의원도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그간 정부 방역방침을 잘 지킨 분들에 대한 충분히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7일 소상공인 손실보상제 소급적용안에 대해 "논란은 여기서 마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소급적용을 주장해온 민병덕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홍 의장의 의견을 처음 들었다. 여러가지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오종택 기자

그러나 소급론은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손실보상의 한계를 “재정이 감당하는 범위”라고 밝힌 데 이어 이튿날 정세균 총리가 “소급적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날 홍 의장도 여기에 맞춰 당내 이견 정리에 나선 셈이다. 민 의원도 의총 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손실보상제 통과에 의미가 있다”며 “소급 여부는 당의 의견을 좀 더 듣겠다”고 말했다.

물밑의 불만은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정부 방역 방침을 잘 지킨 소상공인에게 보상해야 한단 논리가 흐려졌다”고 말했다. 충청권의 한 초선 의원은 “사후약방문 아니냐, ‘그럴거면 이 법을 왜 지금 2월에 통과시키려는지 모르겠다’는 논쟁이 28일 의총에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이낙연 대표가 간담회를 가진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들에게서도 소급적용 주문이 나왔다. 전호영 수석부회장은 “정 총리가 손실보상금 소급적용이 아니라고 말하는 걸 봤다”며 “코로나에 1년 동안 핍박받은 부분을 국가가 어루만져주지 않으면 어느 누가 나라를 믿겠냐”라고 말했다.


백가쟁명식 재정수혈법
여전히 손실보상의 재원 문제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소급 적용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올해 약 3조8000억원이 남은 예비비로는 감당이 어려울 게 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재원 마련을 둘러싼 아이디어가 중구난방 나오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는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총리-부총리 협의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에게 손실보상제 도입을 재차 지시하며 "소급적용을 염두에 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27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에서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인상해 ‘손실 보상 기금’을 마련해보면 어떨지 고민하고 있다”며 “2019년도 기준 부가세 세입이 70조원인데 1~2%(포인트)를 더 부과한 뒤 기금을 마련해서 보상액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다선 의원은 “공무원 임금인상분을 거둬 기금을 만들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무위 소속의 한 의원은 “부가세 인상은 증세 논란을 일으켜 국민 저항이 클 수 있다”며 “공무원 월급 반납도 반발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필요 예산은 손실보상의 대상과 방법을 정한 뒤에야 추계가 가능하다”며 “재원 마련 방법론은 아직 먼 이야기”라고 말했다.

아직 손실보상의 근거를 특별법 제정에 둘지, 감염병 예방법이나 소상공인 보호법 개정에 둘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보상방식에 대해선 연 매출 4800만원을 기준으로 그 미만은 정액보상 그 이상은 비례보상하자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정해진 게 없다”(원내 핵심관계자)는 게 공식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중소벤처기업부에 제도 설계를 주문했지만 결국 키는 기획재정부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쥐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중기부가 설계하고 입법은 당이 맡지만 결국 얼마나 실효성있는 보상이 가능할지는 기재부에 달려있다”며 “당은 정부가 부처간 협의가 잘 된 안을 가져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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