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불똥 튈라 與 사과로 태세 전환..이낙연 "2차 피해 없도록 최선"
“앞으로 저희들은 내시반청(內視反聽)과 조고각하(照顧脚下)의 자세로 늘 반성하며 대책을 꾸준히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7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 앞에서 두 사자성어를 꺼냈다. 내시반청은 “남을 꾸짖기보다 자신을 돌이켜 보고 반성한다”, 조고각하는 “자기 발밑을 잘 보라”는 뜻이다. 최 대변인은 김종철 정의당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공개된 지난 25일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무관용의 원칙으로 조치를 취해야 하고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러자 같은 당 권인숙 의원이 26일 “민주당도 같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에 대해 ‘충격과 경악’이라며 남이 겪은 문제인 듯 타자화하는 태도가 어떻게 가능하냐”고 비판했다. 내시반청·조고각하는 이런 지적을 의식해 머리를 숙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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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박원순 성희롱 사건 2차 피해 없게 하겠다”
‘정의당 김종철 쇼크’가 민주당까지 번지지 않게 이낙연 당 대표도 영향력 차단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에 관해 발표한 직권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가 2차 피해 없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이 “2차 피해 방지 대책을 내라”고 요구한 지 6개월 만이다. 하지만 피해자 측이 주장하는 ‘성추행’ 대신 인권위가 채택한 ‘성희롱’이란 표현을 그대로 따랐다.
지난해 10월 이 대표는 이번 4·7 재·보선에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피해 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짧게 말한 적이 있다. 당시 피해자 측은 “도대체 무엇에 대해 사과한다는 뜻이냐”며 공개질의를 했지만 이 대표는 답하지 않았다. 이날 최 대변인은 “이 대표의 오늘 사과 안에 그동안 저희들이 잘못했던 시각과 자세를 모두 반성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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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4·7 재·보선을 성평등 선거로 부각
하지만 국민의힘은 성평등 문제를 4·7 재·보선 핵심 쟁점으로 재점화하려고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힘 여성의원들은 27일 성명서를 통해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염치 없이 출마한 박영선·우상호 서울시장 선거 예비후보는 입장을 밝히라”면서 “침묵은 곧 옹호이고, 출마 자체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사과에 대해선 “6개월간 가해자의 편에 서서 2차 가해를 서슴지 않고서 ‘뒷북 사과’에 나섰지만 선거를 의식한 보여주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겨냥해 “극렬 지지층의 반발이 두려워, 한 명의 여성을 향해 가해진 무참한 폭력을 애써 망각한 후보”라고 비난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도 27일 “우상호 민주당 후보는 인권위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간과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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