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불똥 튈라 與 사과로 태세 전환..이낙연 "2차 피해 없도록 최선"

송승환 2021. 1. 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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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저희들은 내시반청(內視反聽)과 조고각하(照顧脚下)의 자세로 늘 반성하며 대책을 꾸준히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7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 앞에서 두 사자성어를 꺼냈다. 내시반청은 “남을 꾸짖기보다 자신을 돌이켜 보고 반성한다”, 조고각하는 “자기 발밑을 잘 보라”는 뜻이다. 최 대변인은 김종철 정의당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공개된 지난 25일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무관용의 원칙으로 조치를 취해야 하고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러자 같은 당 권인숙 의원이 26일 “민주당도 같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에 대해 ‘충격과 경악’이라며 남이 겪은 문제인 듯 타자화하는 태도가 어떻게 가능하냐”고 비판했다. 내시반청·조고각하는 이런 지적을 의식해 머리를 숙인 표현이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5일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은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논평한 것에 대해 27일 "남을 꾸짖기보다 자신을 돌이켜 보고 반성하겠다"고 사과했다.


이낙연 “박원순 성희롱 사건 2차 피해 없게 하겠다”

‘정의당 김종철 쇼크’가 민주당까지 번지지 않게 이낙연 당 대표도 영향력 차단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에 관해 발표한 직권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가 2차 피해 없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이 “2차 피해 방지 대책을 내라”고 요구한 지 6개월 만이다. 하지만 피해자 측이 주장하는 ‘성추행’ 대신 인권위가 채택한 ‘성희롱’이란 표현을 그대로 따랐다.

지난해 10월 이 대표는 이번 4·7 재·보선에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피해 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짧게 말한 적이 있다. 당시 피해자 측은 “도대체 무엇에 대해 사과한다는 뜻이냐”며 공개질의를 했지만 이 대표는 답하지 않았다. 이날 최 대변인은 “이 대표의 오늘 사과 안에 그동안 저희들이 잘못했던 시각과 자세를 모두 반성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게 "2차 피해 없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6개월여 만이다.


국민의힘, 4·7 재·보선을 성평등 선거로 부각

하지만 국민의힘은 성평등 문제를 4·7 재·보선 핵심 쟁점으로 재점화하려고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힘 여성의원들은 27일 성명서를 통해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염치 없이 출마한 박영선·우상호 서울시장 선거 예비후보는 입장을 밝히라”면서 “침묵은 곧 옹호이고, 출마 자체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사과에 대해선 “6개월간 가해자의 편에 서서 2차 가해를 서슴지 않고서 ‘뒷북 사과’에 나섰지만 선거를 의식한 보여주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4·7 재·보궐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왼쪽)·우상호 후보.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겨냥해 “극렬 지지층의 반발이 두려워, 한 명의 여성을 향해 가해진 무참한 폭력을 애써 망각한 후보”라고 비난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도 27일 “우상호 민주당 후보는 인권위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간과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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