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마음 안 들어" "오만하다" 쓴소리 쏟아낸 野 원로들

손국희 2021. 1. 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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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를 70일 앞둔 27일,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중량급 원외 인사들이 당을 향해 일제히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에 대해 "국민 기대에 합당하지 않다는 평이 많다"고 지적했다. 중앙포토


옛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상임고문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서울·부산시장 선거 예비경선 후보 14명을 추린데 대해 “국민의 기대에는 그렇게 합당하지 않다는 평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상임고문은 “박원순 전 시장 집권으로 서울시 구석구석에 생긴 적폐가 ‘시장 한번 해보겠다’는 의욕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며 “우리 후보들의 의욕은 대단하지만, 국민의 눈으로 볼 때는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를 맡기기에는 좀 부족하다”고 말했다.

유력 주자로 꼽히는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해선 “이미 여론에 의해 정치적 평가를 받은 사람들”이라며 “등산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 등 시중의 여론을 들어보면, 그렇게 썩…(만족해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야권 단일화를 놓고는 “(국민의힘이 경선 일정을 시작한 이상) 우리 당 후보부터 뽑는 것은 맞다”면서도 “(지난 19일) 안 대표가 당적에 상관없이 한 번에 경선하자고 했을 때 마땅히 (제안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 상임고문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겨냥해선 “서울에서 당 지지율이 오르자 ‘3자가 붙어도 국민의힘 후보가 되지 않느냐’는 헛꿈을 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포포럼 공동대표(왼쪽)를 맡고 있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1일 마포포럼 세미나에서 "당 지지율이 조금 오른다고 당이 오만해졌다" 경고했다. 중앙포토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주춤하더라도 집권 여당은 집권 여당”이라며 “당의 사활이 걸린 보궐선거를 앞두고 방심하는 기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1일 ‘더 좋은 세상으로(일명 마포포럼)’ 세미나에선 당 지도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냈다. 김 전 대표는 “우리 당 지지율이 조금 오르고 민주당 지지율이 빠진다고 오만해져서, 3자 대결을 이긴다고 하는데, 더는 이런 말이 나와선 안 된다”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대선도 안 된다. 야권 단일화가 제1의 가치가 돼야 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김 전 대표는 당시 강연자로 나선 나 전 의원에게는 “우리 후보끼리 디스(공격)하고 비방하면, 국민이 짜증 낸다. 상대 후보를 비방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의향이 있느냐”고 몰아붙였다. 당시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이 출마 뒤 신경전을 벌인 걸 겨냥한 발언이었다. 마포포럼 관계자는 “서울시장은 떼 놓은 당상이라고 보는 당 내부의 잘못된 인식에 대해 김 전 대표가 경고성 멘트를 날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보궐선거를 앞두고 낙관론에 취해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뉴스1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는 “서울·부산시장 선거 모두 만만한 선거가 아닌데, 당이 위험한 낙관론에 취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부동산값 폭등, 자영업자 문제가 서울시의 핵심 현안인데 후보들은 단편적인 주택 공급 공약이나 정권 비판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후보 공약을 뒷받침할 당 차원의 정책 대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 지지율 상승세는 정권 실책으로 인한 반사 이익인 측면이 강하고, 선거 막판에 신기루처럼 흩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며 “당이 좀 더 절박하게 보궐선거에 임해야 대선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를 두 달 앞두고 쏟아진 당 원로들의 냉담한 평가에 대해 당 안팎에선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는 보궐 선거 판세가 요동친다는 위기감의 발로”라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부산 지역 당 지지율이 민주당에 밀렸다는 결과가 나오는 데다,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도 소강상태에 이르자 당내에는 “자칫 서울·부산시장 모두 여당에 내줄 수 있다”(국민의힘 3선 의원)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일각에선 4월 7일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의 ‘포스트 김종인’ 체제를 염두에 두고 발언권을 키우려는 당 원로들의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민의힘 “선거 쉽게 안 봐…우리 후보 내는 게 도리”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신년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에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국민의힘이 재집권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종택 기자


이런 비판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로들의 지적은 무겁게 받아들이지만, 당은 보궐선거를 절대 쉽게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3자대결 발언은 당의 자신감 표출일 뿐,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당 입장에서는 국민의힘 인사를 최종 후보로 내는 게 당원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단일화가 늦어진다는 안 대표의 주장에 대해 “일주일 정도면 단일 후보를 만들 수 있다”며 “너무나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안 대표)이 몸이 달아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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