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도구'까지 등장한 층간소음..정부가 나서면 사라질까? [이지효의 플러스 PICK]

이지효 기자 2021. 1. 2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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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층간소음 줄이는 방안 검토
슬래브 두께 120mm→210mm로
층간소음의 73%는 '발망치' 소음
7월부터 시공사에 대한 책임 강화
권고 조치에 그쳐 실효성 의문도

[한국경제TV 이지효 기자]
# 경이로운 소음

<앵커>

[플러스 PICK] 시간입니다.

첫 번째 키워드는 `경이로운 소음`으로 돼 있네요.

<기자>

얼마 전 방송인 이휘재 씨가 최근에 층간 소음 때문에 논란을 빚었습니다.

아래층 이웃이라고 밝힌 네티즌이 SNS에

"아랫집인데 애들 몇 시간씩 집에서 뛰게 할 거면 매트라도 제발 깔고 뛰게 해 달라"고 댓글을 썼기 때문인데요.

이후에도 비판이 이어졌고

이휘재 씨는 결국 층간 소음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했습니다.

<앵커>

요즘 층간 소음 문제 때문에 살인까지 난다고 할 정도니까 해결이 돼야 할 텐데,

정부는 뭘 하고 있습니까?

<기자>

철근 콘크리트 바닥, 그러니까 슬래브 두께를 두껍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국토교통부가 국내 대형 건설사 4곳을 불러 관련 회의를 했다는 얘기도 전해졌죠.

슬레브 두께를 210㎜에서 240㎜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건데,

국토부 측은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슬레브 두께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어찌됐든 이 층간 소음을 해결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이기도 하죠.

<앵커>

바닥 두께를 두껍게 하면 확실히 층간 소음을 없앨 수 있는 겁니까?

<기자>

사실 층간 소음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힘들다는 게 업계의 의견입니다.

정부는 지금까지 슬래브 두께를 계속 두껍게 만들어 왔습니다.

1990년대에 120㎜였던 것이 2000년대에는 150~180㎜로, 그리고 2013년에는 210㎜까지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신축 아파트에서 여전히 층간 소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닥을 두껍게 하니까 가벼운 생활 소음은 줄어들지만 심각한 건 `발망치`죠.

아이들이 쿵쾅대는 소리, 어른들이 중량을 실어 걷는 소리 등은 그대로라는 겁니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층간 소음의 73%는 이런 `발망치` 때문이라고 합니다.

<앵커>

건설 비용을 늘어날 테고 집값에 반영되지만 효과는 좀 떨어질 수 있다는 거군요.

<기자>

네. 문제는 바닥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건물 주고는 벽식 구조, 그러니까 벽이 기둥의 역할을 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방식은 기둥식에 비해서 윗집의 진동이 벽면을 타고 아래로 전달되기 쉽다고 합니다.

층고를 높이는 것도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는데 이것도 문제는 비용입니다.

같은 높이에 지어질 수 있는 가구도 줄어 사업성이 떨어집니다.

<앵커>

정부는 그간 층간 소음과 관련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나요?

<기자>

아닙니다. 정부는 2005년에 바닥 충격음을 사전에 실험실에서 측정해

등급을 부여하는 `바닥구조 인정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만큼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2019년 감사원이 입주 예정이던 아파트 191가구의 층간소음을 측정했는데,

96%의 차단 성능이 사전 인정받은 것보다 떨어진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앵커>

건설사가 애초에 잘 지었으면 좋았겠습니다.

<기자>

네, 그래서 내년 7월부터는 시공사에 대한 책임이 강화됩니다.

아파트를 짓고 나면 지자체가 바닥 충격음 성느능을 확인하는 거죠.

문제가 있으면 지자체가 사업자에게 보완을 권고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이미 집을 다 지어 놓고 분양까지 마친 상태에서

시공사들이 얼마나 책임을 다할 지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입주민의 생활 습관인데요.

해외에서는 입주민 사이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를 일으킨 입주민을 퇴거시키는 `3진아웃` 제도가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앵커>

사실 주변에서도 층간 소음 문제 겪는 분들 많으시잖아요.

<기자>

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3만 6,10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1% 늘었습니다.

이휘재 씨의 사례처럼 이웃 간에도 사이가 굉장히 안 좋아지겠죠.

인터넷 쇼핑몰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층간소음 복수 도구`가 인기를 끕니다.

똑같이 소음을 발생시켜 이웃에게 복수할 수 있게 하는 제품인데,

우퍼스피커와 진동 스피커, 골전도 스피커, 벽돌 망치 등이 있죠.

<앵커>

차라리 어디에 신고하는 편이 낫지, 이렇게 직접 나서면 더 큰 싸움이 될 것 같은데요.

<기자>

네, 하지만 직접 나서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상황인 게 문제입니다.

2016년부터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에 관한 규칙이 생겼지만 뚜렷한 처벌이나 규제 방안은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등에 조정을 신청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대부분 권고 조치가 시행되는 선에서 끝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죠.

제도를 개선하는 게 최우선이겠지만,

지금은 윗집에서도 조심하고, 또 아랫집에서도 이해하면서 배려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지효 기자 jhle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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