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인생은 살아진다

박은석 입력 2021. 1. 2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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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기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억>이란 책에는 고대의 유토피아 사회였던 아틀란티스에 대한 묘사가 있다. 그곳 사람들은 늘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 같지만 실상은 모든 일이 다 형통한 것은 아니다.

그곳에도 인생의 우여곡절이 있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그럴 때면 그곳 사람들은 나이 많은 지혜자들을 찾아가서 조언을 듣는다. 그런데 어른들이 들려주는 지혜라는 게 특별한 것이 없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뭘..."이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그 말을 들은 젊은 사람들은 다시 힘을 얻고 아주 태연하게 자신들의 일상생활을 유지한다.

그들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을 때나 천재지변이 일어나 바로 앞에 벼락이 떨어지고 땅이 흔들리는 경우를 만날 때면 늘상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이러다가 잠잠하겠지 뭐"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면서 살았다. 그래서 늘 평온한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어른들도 아틀란티스의 지혜자들과 많이 닮았다. 정말 힘든 일이 있어서 조용히 찾아가서 속사정을 말씀드리면 우리의 어른들은 입버릇처럼 "산 입에 거미줄 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신다.

그냥 통장을 하나 주시는 것도 아니고 땅문서를 내주시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두 시간 세 시간 긴 연설을 늘어놓지도 않으신다. 어른들의 말씀은 항상 간결하다. 한 줄이다.

"산 입에 거미줄 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말 속에 답이 있다. 이런 말은 책상 앞에 앉아서 오랜 시간 동아 깊이 연구해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당신의 삶을 통해서 몸과 마음으로 경험한 것이다. 그 순간에는 앞이 캄캄하여 곧 죽을 것 같았는데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발버둥을 치다 보니까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 또 감당하기 힘든 일을 당하고 있는데 이것도 어떻게든 지나갈 것이니까 여기서 주저앉아 좌절하지 말라는 것이다.

잘 운영되던 회사가 부도가 나기도 하고 오랫동안 일하던 직장에서 나와서 백수로 지낼 때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원치 않는 이별을 하기도 하고 갑자기 찾아온 사고와 질병으로 삶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생을 마감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는 불현듯 떠오를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행복하게 잘 사는 것만 같고 세상의 모든 불행은 나에게만 몰려드는 것 같다. 그럴 때가 있다.

인파가 북적이는 도심의 한복판에 서 있으면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다 미워진다.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는 게 보기도 싫은 거다. 그러나 어디 그러겠는가? 저 웃음 안쪽에 시커멓게 타들어간 마음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나의 고통과 그의 고통을 저울에 달아서 재 본다면 어느 쪽이 더 무거울지는 알 수가 없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은 다 저마다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오래전 어느 백과사전에서 공기의 압력이 우리에게 어느 만큼 끼치는지 재미있는 그림으로 제시한 것을 보았다. 자그마치 고릴라 6마리의 무게나 되는 공기의 압력이 내 몸을 감싸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고릴라 6마리를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가슴으로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거다.

그러니 사는 게 힘들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고릴라 6마리의 무게라는 생각에 짓눌리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공기의 압력을 느끼지 못하고 매일매일 잘만 살아간다.

하늘이 무너진 것도 아닌데 다 끝났다고, 다 망했다고 하지 말자. 산 입에 거미줄 치지 못한다고 했는데 먹고 살아갈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고 하지 말자.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버텼는데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하지도 말자. 고릴라 6마리를 견딜 힘이 남아 있지 않은가? 

살다보면, 사노라면, 고통은 사라지고 인생은 살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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